[오름이야기]알선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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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알선족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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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91.2m 비고:21m 둘레:1,029m 면적:45,512㎡ 형태:말굽형

알선족이

별칭: 선족이악. 선족이오름. 하선족이악(下仙足伊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14번지

표고: 291.2m  비고:21m  둘레:1,029m 면적:45,512㎡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의 유래는 아리송하지만 나란히 이어지는 봉우리에서 정감이 우러나는 화산체...

 

오름의 왕국이라고 할 구좌 권역에서도 그 중심인 송당리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워낙 걸쭉한 오름들이 있어서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편이나 함께 둘러볼 경우 웃, 알 선족이의 입지를 확인할 수가 있다.

가파르지 않은 능선과 정상부 일대가 자연 지대라서 매력이 있으며 진입 과정도 쉬운 편이나 주변의 삼나무들에 가려진 때문에 놓치기 쉬워서 숨은 오름에 속한다. 이렇듯 설움과 소외감에 젖어 있지만 자연미와 봉우리들이 이어지면서 환경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찾는 이들에게 산책과 탐방의 묘미 그 이상을 안겨준다. 

정돈된 산책로나 표식 하나 없이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착하고 순한 오름이면서도 탐방의 맛을 다소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명칭이 붙었을 만도 하건만 오름 명칭의 유래에 관해서는 확실한 내용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송당리의 옛 지명에 나오는 유근이, 오봉이, 득산이 등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과 관련하여, 선족이도 인근에 선족이라는 사람이 살았거나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 한자로 선족이악(仙足伊岳)이라고 표기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어색하고 어울리지가 않는 점도 있으나 마땅한 명칭이 없었던 모양이다.

산 체의 크고 작은 봉우리는 서너 개이지만 위와 아래로 구분을 하여 각각 웃선족이와 알선족이로 부르고 있다. 2개의 화산체 중 아래쪽에 있어서 알선족이라고 하는데 위치도 그러하지만 비고(高) 역시 웃선족이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등성과 기슭 아래에 몇 기의 묘가 있으며 두 오름을 잇는 산 체의 중심부 뿐만 아니라 주변도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숲이 우거진 곳을 제외하고는 전 사면에 걸쳐 띠(억새)와 잡초들이 차지를 하고 있다. 봉우리를 기준으로 하여 침식이 이뤄진 굼부리를 각각 지니고 있으며 웃선족이는 남향이고 알선족이는 동향으로 열려있다.

정상부에서 어느 정도 사방을 전망할 수 있으며 오르내리는 동안 큰 불편함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찾아가는 방법은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의 비자림로를 따라 1km 남짓 더 가면 좌측으로 목장이 있다. 울창한 삼나무들이 가리고 있으나 형상이 뚜렷이 보이며 진입 역시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안전과 교통 방해를 참고하여 적당한 장소에 주차 후 목장을 따라 오를 수 있다.

 

-알선족이 탐방기-

자연환경이 잘 간직된 곳은 계절의 변화에도 발 빠르게 순응을 하게 된다. 순리에 따라 봄꽃을 피우고 새순을 돋아나게 하는 선족이 주변은 봄에 만나는 것이 더 어울린다. 4월이 열린 시기의 오름과 들판은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덤불과 수풀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유명하지 않거나 인기가 떨어진 오름 주변은 사람들이 덜 다니는 때문인지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약동하는 봄기운이 더 살아난다.

수풀과 새띠들을 헤치며 낮은 능선을 오르는 동안 발아래로는 고사리들이 쏙쏙 돋아나 있어 쉴 새 없이 허리 운동을 하게 만든다. 마당 쓸고 돈 줍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로 한쪽에 주차를 하고 목장으로 진입을 한 다음 남쪽 사면을 따라 진행을 하였다. 기슭으로 이어지는 곳은 여러 묘지들이 있었는데 수풀이 자라서 일부는 허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딱히 산책로라고 할만한 길은 없지만 오르는 과정이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선족이로서는 묵묵히 망자들을 받아준 채 한을 달래주고 있었고 계절이 그러하듯 묘지 주변의 공간을 따라 오르는데도 고사리들이 여기저기 돋아나 있었다. 조금 더 전진을 하니까 촐왓으로 이어졌는데 지천에 고사리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주말의 흐린 날씨와 안개 때문에 다소 투덜거렸지만 고사리들의 성장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며 적당한 환경인 셈이다. 애써 외면하기에는 너무 많이 보여서 잠시 허리 운동을 하고 나니 이내 한 움큼이 되었다. 

아직 정상에 도착을 한 건 아니지만 뒤를 돌아보니 오름들이 보였는데 짙은 안개가 방해를 했어도  눈으로 보는 윤곽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나무로 에워싸인 기슭은 제법 푸른빛을 띠고 있는 데다 촉촉하게 젖어 있어 싱그러움을 느끼게 했다.  첫 봉우리에 도착을 했지만 이렇다 할 특징은 없었는데 수풀과 덤불들이 장악을 했고 소나무 몇 그루가 보였다. 일부는 고사 직전인 상태라 아쉬움도 따랐지만 다행히도 재선충으로 인한 결과는 아닌 것 같았다.

등성을 따라 두 번째 봉우리 방향으로 향했는데 무릎을 넘어서는 새띠들이 막고 있어 다소 불편을 느끼게 되었다. 이미 신발을 비롯하여 바지 깃이 젖은 상태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 이었다. 이윽고 선족이의 정상부에 오르니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안개가 방해를 했지만 눈으로 보는 동안은 더러 운치가 실렸다. 민오름. 돌리미. 비치미...... 느리게 눈길을 돌리며 하나씩 이름을 불러봤다.   

 

삼나무 몇 그루가 정상부를 차지하고 있을 뿐 주변에 표식이나 흔적을 찾아봤지만 특별한 모습은 안 보였다. ​사방을 둘러보다가 만난 것은 많은 고사리들이며 덤으로 할미꽃도 만났다. 웃선족에서 알선족이로 이어지는 능선도 역시나 덤불들과 새띠를 포함한 수풀들이었다. 익어가는 계절을 맞아 저들은 생기 있게 성장의 진행을 하지만 이런 곳을 지나는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알선족이 정상부에도 묘가 한 기 있었는데 산담이 쌓여진 모습이나 상황을 보니 제법 오랜 된 것 같았다. 

짙은 안개가 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가까이로 밀려오더니 화구와 기슭을 점령하고 점점 시야를 막기 시작하였다. 아직 둘러볼 곳이 남았건만 심하게 질투와 시기를 하는 건지 착한 선족이로서도 더 이상의 전진을 허락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포기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아서 다시 고사리를 상대로 허리 운동을 이어갔다. 작은 배낭을 가득 채웠지만 좀처럼 멈춰지지가 않았다.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풋풋하게 돋아난 고사리들이 유혹을 하는 바람에 아예 앉은 채 이들과의 한 판 승부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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