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어스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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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어스렁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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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332m 비고:37m 둘레:1,046m 면적:82,247㎡ 형태:원추형

 어스렁

별칭: 어스렁오름

위치: 애월읍 광령리 산 183번지

표고: 1,332m  비고:37m  둘레:1,046m 면적:82,247㎡ 형태:원추형  난이도:☆☆☆☆

 

 

신선도 찾아가는 길을 잃을 만큼 한라산 자락의 깊은 곳에 숨어 신비를 간직한 화산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는 고지대의 숨은 오름들은 초자연적인 환경을 이룬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탐방의 맛과 멋을 덧셈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이들이 넉넉하게 풍기는 깊고 그윽한 맛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자연의 위대함과 더불어 탐방의 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국립공원 내의 몇몇 오름들은 이러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면서 제주의 청정 이미지와 맑은 공기를 실어 보내기에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더 나아가서는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한라산이 포함된 것도 일대의 오름 군락이 합세를 한 것과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숙성이 되었고 넉넉하게 발효가 된 오름들이라 현장의 느낌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13부 능선을 넘나드는 곳에 위치한 이들로서는 아직도 이방인들의 출입을 거부하며 자연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하고 있다. 한사코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변화와 발전에 몸부림을 치려는 기세는 현장에 가서 비로소 확인을 하게 된다. 아마도 저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오름들이 개간과 개척 그리고 골프장과 도로망 등으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애를 태웠을지 짐작이 간다.

그러기에 우리만은 절대 이대로 이 모습을 간직한 채 영원히 남아 있기를 원할 것이다. 이스렁과 어스렁은 서로 이웃하는 한라산 허리에 숨어 있는 오름이다. 이스렁을 두고서 이사량악(伊士良岳)으로 한자 표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오름의 어원 역시 풀이의 어려움이 있으나, 오름이 위치와 해당이 되는 마을인 애월읍 광령리에 옛날 이승굴(무속신앙 이승굴당)이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어스렁은 이스렁과 이웃하는 점을 고려해서 붙여진 명칭으로 여겨지며 문헌이나 구전되는 뚜렷한 근거는 없는 상태이다. 어스렁은 형님격인 이스렁보다 약간 낮은 표고와 비고이며 해발이 13부 능선에 위치하였으면서도 비고(高)는 불과 37m에 불과하다.

이스렁으로서는 자신 보다 못한 어스렁을 얕보거나 무시하지 않으며 어스렁 또한 이스렁을 향해 우러러 보지를 않는다. 서로는 나 잘나고 너 못나고를 따지지도 묻지도 않으며 뭉쳐야 튄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으르렁 대기보다는 공생과 협심을 통하여 지내기에 주변의 오름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얻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이들의 좌우 측으로 내놓으라 하는 명악인 쳇망오름과 볼레오름이 있지만 나름대로 그 중앙을 수호하며 당당하게 군림을 하고 있다. 특히나 쳇망과 볼레오름을 만나는 여정을 잡을 경우 이 두 오름에게 반드시 인사를 건네고 통행세를 대신해야 한다.

물론 경유하는 대가로 시원한 전망과 계절에 맞춰서 천연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모습과 더불어 청정의 맑은 공기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이스렁과 어스렁을 만나기 위해서는 쳇망오름이나 볼레오름을 경유할 수도 있지만 1100고지의 장오름과 왕오름을 거쳐 가는 것도 무난하다. 결론적으로 두 오름과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어느 지점을 초입으로 할지라도 가는 과정이 더러 불편을 느끼게 되지만, 국공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출입에 제한이 따르는 것이 문제이다.

진행 과정에서는 어스렁을 거쳐 이스렁에 오를 경우 현장에서는 몇 배의 쾌감을 얻을 수 있는데, 지나는 동안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고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오르고 나면 그 두 배 이상의 값진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어스렁 탐방기-

생태 보고와 관련하여 사전 신고와 허락을 받은 취재단과 함께 왕오름에서 초지와 수풀림 그리고 개활지 등을 거치면서 어스렁으로 향했다. 계절에 맞춘 산철쭉들이 천연색으로 꽃을 피워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전진을 하였는데 분명 산철쭉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파이팅을 담은 응원이 포함이 되었으리라. 정로(路)가 없기는 하나 애써 이들이 향연을 쫓으며 진행을 하는 것도 비로 이 때문이다.

수풀이 우거진 수림을 힘겹게 빠져나오니 비로소 세상이 보였는데 대자연이 열리고 봄의 중심이 열리며 초록의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백장군의 늠름함과 기백을 실은 영실 기암도 역시 사정권 안에 들며 웅장함의 극치를 보여줬고, 고개를 들었더니 대자연이 보였지만 역시나 헤쳐 나가는 과정은 진행형인지라 더러 긴장이 되기도 했다.

숲을 지나고 다시 개활지를 다시 만났는데 생태습지가 형성이 된 바닥 층의 여기저기는 돌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이 돌들에도 무언가 붙어 있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이른바 지의류라고 일컫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돌꽃처럼 보이는 특별한 모습이라 이 역시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길이 아닌 길을 가면서 이곳을 만나는 것은 올바른 공격 코스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개활지 주변의 트인 공간으로 볼레오름이 보였다. 아직 볼레오름을 못 만난 한 전사님은 그리움과 연민으로 볼레의 모습을 연신 담았다. 볼레오름은 영험하고 탐스러운 자태를 드러내며 행여 코스를 바꿔서 자신을 찾으면 어떻겠냐고 유혹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느린 돌파로 어스렁 오름을 어스렁 어스렁 오르다 잠시 쉬기 위하여 뒤를 돌아보니 전망할 수 있는 트인 공간이 나왔고 1100고지 탐라각과 삼형제오름의 시야에 잡혔다.

서풍에 실린 그윽한 숲 향이 능선을 거쳐 밀려와 온몸으로 스며들면서 다소의 피로를 씻어줬다. 그리고 좀 더 오르기를 하여 마침내 어스렁 이정표에 도착을 했다. 딱히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필히 만나고 인증샷과 더불어 전망대로서의 신세를 져야 하는 쓰러진 나무를 찾아냈다.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던 거목이 강풍 때문인지 가장 필요한 장소에 쓰러져 있고 우연히도 이 나무가 어스렁의 목표지점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나무를 타고 올라서야 비로소 일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했다. 그렇게 쓰러진 거목에 올라 주변을 전망하는 이들에게서 크고 작은 탄성 소리가 들렸다. 참 묘한 일이다. 이 나무가 없다면 일대를 본다는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묘하게도 가장 필요한 지점을 차지하여 누워있는 것이다.

 

차례가 되어 쓰러진 거목에 오르니 세상이 다 보였다. 영실 기암 층에서부터 윗세오름 방향의 드넓은 초원과 숲이 눈앞에 펼쳐졌고, 청명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마저도 이들과의 조화라도 이루려는 듯 제 빛을 내며 볼품을 더해줬다. 주변의 인기 오름에 비하여 저평가 되는 세진봉(岳)도 뚜렷이 그 형체를 내보였다. 

영실을 출발해서 윗세오름 대피소로 향하는 등반객들의 모습도 육안으로 작게나마 확인할 수가 있었으며 영실기암도 아낌없이 제 모습을 내보였다. 어스렁의 중심부는 이따금 사람들이 다닌 탓인지 희미하게나마 진행할 수 있는 흔적들이 보였다.

거목 주변에 빨간색 리본이 방향 표식을 해주었고 이곳을 따라서 가다 보니 작은 계곡이 나왔다. 이곳을 거치면 비로소 이스렁과의 사이에 펼쳐지는 광활한 조릿대 군락을 만날 수 있고 이어서 이스렁을 만나게 되기에 기대와 설렘을 더 간직한 채 다시 전진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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