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열안지(오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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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열안지(오라동)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5.2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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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83.2m 비고:113m 둘레:2,545m 면적:368262㎡ 형태:말굽형

 열안지(오라동)

별칭: 열안지(列雁旨). 여난지(如卵旨)

위치: 제주시 오라동 산 97번지

표고: 583.2m  비고:113m  둘레:2,545m 면적:368262㎡ 형태:말굽형  난이도:☆☆☆

 

 

기러기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울창한 숲을 이룬 화산체...

몇 개의 별칭이 있지만 열안지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며 제주시 봉개동에도 동명의 오름이 있다. 한자로는 여난지(如卵旨)나 열안지악(列雁旨岳)이 대표적인 표기이다. 기러기(안雁)나 알(卵)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감안하면 산 체의 외형을 두고서 비유를 한 것임을 알게 된다. 줄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가 떼의 모습에 연유하였고, 새의 알을 닮았다는 점을 비유하였다.

화산체의 특성만을 두고서 표현을 하였겠지만 이 주변의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열안지를 에워싼 노리손이와 베리오름을 비롯하여 능화오름과 걸시오름 등 사방에 있는 오름들과 합세를 한 표현일 수도 있다. 즉, 여러 오름들이 모여 있는 모습에서 새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졌는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열안지를 만나는 방법도 그러하지만 탐방로의 진행을 선택하는 폭도 넓은 편이다. 과거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다소 거친 면이 있었지만 근년에 중장비를 동원하는 등 산 체 기슭과 일부 진입로를 정비하였다. 

방선문 계곡 방향을 통하여 갈 경우는 거리나 높이 등 시간이나 체력을 더 필요로 하지만 도보여행과 오름 탐방을 병행할 수가 있다. 열안지 탐방에 목적을 둔다면 방선교(다리) 옆의 진입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며 쉽고 빠르게 갈 수가 있다.

1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두 개의 봉우리가 있으나 정상을 구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며 동쪽이 주봉이다. 열안지의 남서쪽 기슭에는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열안지물)이 솟아난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한천(川)이 흐르는 일대이며 계곡이 있는 만큼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이 된다.

명칭처럼 기러기가 날아가는 형상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길게 이어지지만 비고(高)는 보통을 넘어서는 113m에 이르며 남동향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체이다. 오름의 형세가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형으로 이루어져서 산책과 탐방형의 진행에 도움이 된다.

부드럽고 편안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열안지가 인기가 있는 곳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오름 탐방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곳에 가면 오름의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편백나무 숲 향을 느끼며 정상에 오른 다음 온몸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바라보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열안지 탐방기-

계절이나 날씨 상황을 감안할 때 방선문 옆을 지나는 여정은 다소 무리가 따를 것 같아 방선교 옆을 초입으로 선택했고 하산 후 리턴 코스는 방선교 계곡을 이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했다. 실컷 땀 흘린 후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려 했던 때문이다.

그런 과정인 만큼 스마트폰과 생수 한 병만을 챙겼다. 땀수건도 챙기기는 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더위와의 한판 승부를 벌였다. 방선교(다리) 서쪽으로 안내판과 진입로가 있으며 소로를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비포장의 편안한 길이 이어졌다.

중간에 우측은 방선교 계곡으로서 한천이 지나는 길목인데 무속행위 금지 관련 안내문을 보았다. 이날도 여기저기에서 무속행위를 한 흔적을 만났는데 행정과 무속인들 사이에 끊임없는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안쪽까지 들어갈 무렵 열안지의 긴 능선이 보였다. 사실 이 산 체는 보는 위치에 따라서 여러 형상으로 보인다.

편안하고 아늑하게 보이는 오름이지만 허리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기슭은 다소 거친 면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환경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서 부드럽게 보이며 탐방로가 잘 구성이 되어 있어 진행에 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기슭 아래에 도착을 하고 초지에 들어선 후 우측으로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보여 따라 들어갔다.

하절기라 거칠게 자라난 잡초 사이를 지나게 되지만 가시덤불은 없어서 무난했는데 딱히 진입로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 방향을 따라 진행을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기슭 아래로 접근하는 과정이 힘들지는 않지만 여름철이라 수풀이 앞을 가려 크 도움이  되었다.

쭉쭉 뻗은 편백나무와 삼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줬고 바람은 인색한 편이지만 그래도 숲 향을 맡으면서 걷는 기분은 상쾌했다. 혼자. 홀로의 탐방이기에 다소 허전한 생각은 들었지만 이런 과정에 워낙 능숙한 때문에 대수롭지 않았는데 사실 이날 역시 오가는 와중에 한 사람도 만나지 못 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오름 기슭으로 이어지는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좀 더 진행을 한 후 올라가는 길도 있지만 이 지점이 무난해서 치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깔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몇 해 전 이 주변을 정비하면서도 바닥은 그대로 둔 때문에 운치는 더 있었다. 

한낮의 햇살이 숲 사이로 스며들었다. 거목들이 바람을 가로막은 때문에 경사를 지나는 동안 땀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느리게 올라도 되련만 기꺼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꾸준한 진행으로 경사를 따라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경방 초소가 보였다.

정상을 밟는 과정은 애써 긴 한숨을 내쉬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진행을 했다. 오래전 숲이 울창하기 전에는 이 지점에서 한라산의 풍경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려움이 따랐다. 초소 뒤편에서 발뒤꿈치를 들고 나무 사이로 겨우 볼 수가 있었다.

 

천천히... 느리게... 거친 심호흡을 추스르며 눈싸움을 시작했다. 오른 과정은 힘들어도 오르고 나면 풍경 놀이의 순서가 있기에 흘린 에너지를 찾게 되는 법인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행복한 전망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보이는 전부를 향하여 두 눈을 맡겼고 익숙한 오름들과 시내권의 큰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이름들을 불러봤다. 

산불예방 강조기간이 아닌 탓에 경방 초소는 비어있었고 누군가 마시고 난 물병을 걸쳐놓았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상부에는 유난히도 매미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제일(제열)이라고 부르는 작은 종류의 매미들이 일제히 합창을 하는 바람에 소란의 정도가 심하였다.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전망 놀이를 하고 자리를 떴다.

보다 더 가시거리가 좋은 가을 날 다시 찾아야 하는 의무를 떠안아야 했고 천천히 열안지의 어깨선을 따라 전진 코스로 이동을 했다. 내려오는 방향으로 한라산 북쪽 기슭이 펼쳐졌는데 시계는 흐리지만 그나마 열안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이었다.  처음 진입 당시에 지나쳤던 초지 옆으로 지났는데 마무리 지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회를 할 경우 방선문교 방향으로 나가는 탐방로가 있지만 양 방향 주차가 아닌 이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예정대로 마무리는 계곡길을 선택했다. 딱히 탐방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슭 아래에서 계곡 쪽으로 접근이 가능했다. 이제 흘린 땀을 씻을 장소로 이동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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