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영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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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영주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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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26.4m 비고:176m 둘레:4,688m 면적:1,338,920㎡ 형태:말굽형

 영주산

별칭: 영모루. 영주산(瀛洲山)

위치: 표선면 성읍리 산 18번지

표고: 326.4m  비고:176m  둘레:4,688m 면적:1,338,920㎡ 형태:말굽형  난이도:☆☆☆

 

뫼(山)이지만 바다와 섬을 의미하는 명칭이 포함되었고 신성하고 신령스럽다고 하는 화산체...
 

신선이 살았다는 곳이라 해서 신령스럽다는 의미로 영모루라 불렀다고 한다. 이후 영지라고 하였으며 한자 표기는 같으나(靈旨 ~ 瀛旨) 뜻은 다르게 변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다가 영지는 발음이 비슷한 영주로 부르게 된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한라산의 분신이라 하여 신산시(神山視)하는 데서 별칭으로 썼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아마도 시대적 흐름과 연계를 한다면 1목 2현시대에 정의골(성읍리)에 현청이 있었던 만큼 이 당시를 전후해서 영주산도 신성시했거나 한라산의 분신이라는 표현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가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주산을 뜻하는 바가 바다와 섬을 포함하고 있어서 이해를 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바다영瀛 + 섬주洲). 그러나 옛 문헌 중에 바다(瀛) 위에 있는 신선산 중의 하나였다는 기록이 있어 영주(瀛州)산으로 표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공감이 간다. 오히려 한라산의 옛 이름이 영주산이고 제주를 상징하는 의미도 함께 하기 때문에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어쨌거나 산세의 웅장함이나 널따란 면적이 말해주는 데다 굼부리와 능선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만큼 구태여 신령스럽다거나 신선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아도 보통 이상의 화산체임을 직감할 수가 있다. 오름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면서 탐방의 맛이 나는 화산체라고나 할까. 더욱이 탐방로의 전반적인 구성이 안전하며 오르내리는 코스가 화구 둘레를 따라서 전진을 하게 되어 지루함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176m의 비고(高)가 말해주고 주변에 높은 산이나 건물들이 없는 만큼 정상을 오르는 동안과 오른 후에 만나는 풍경은 가히 일품이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초원과 오름 군락에 이어 해안까지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탄성을 지르게 한다.

표선면 권역에서 인기가 있고 비교적 잘 알려진 곳으로는 따라비(오름)와 큰사슴이(오름)를 비롯하여 좌보미(오름) 등이 있으나 실제 조망권과 탐방의 묘미는 영주산이 더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르고 둘러보는 과정 또한 운동 모드나 산책형 그리고 탐방형으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접근성이 무난하고 주차가 가능한 데다 오름 사면의 전반적인 형세가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영주산은 매력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제주의 동부권 여행 중에 잠시 영주산을 올라서 일대를 전망하는 일이야말로 덧셈의 행운이 따르게 된다. 꾸며진 여행지나 자연의 공간을 막론하고 광범위한 지역을 볼 수 있다는 자체는 뿌듯함이 넘칠 정도이다.

찾아가는 방법은 성읍리에서 일출봉 방향(1119번) 도로를 따라서 1km 정도 가다 보면 알프스 승마장이 있으며, 승마장 바로 지나서 우회도로(좌회전)를 따라서 들어가면 성읍공설묘지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우측 길을 택하여 조금 들어가면 초입과 주차공간이 있다.

 

 -영주산 탐방기-

진입 후 삼거리를 기준으로 좌측은 성읍공설묘지 방향이고 우측으로 가야 한다. 과거 탐방로의 정비가 이뤄지기 전에는 일부 공설묘지를 통하여 오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정도(道)를 택하는 것이 맞다. 시멘트 도로는 오름 초입 근처까지 연결이 되며 이곳에 주차를 하면 되고 워밍업을 할 만한 거리나 공간이 없기 때문에 가볍게 몸을 풀고 들어가야 바람직하다. 오름 일대에 목장지가 있어 철조망을 넘는데 필요한 철 계단이 놓여 있었다.

진입로는 왕복으로 만나게 되는 지점이라 나올 때도 이곳을 넘어서 오게 되었고 출발 역시 양방향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전반적인 탐방의 효율성을 생각하여 우측으로 스타트를 하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오르는 동안 주변 관찰과 더불어 탐방의 묘미를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좌측의 하산 방향은 경사가 있는 흙길이라서 불편함도 따르기 때문에 내려오는 길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계단으로 시작이 되는 초입의 우측으로는 제 시기에 주인을 만나지 못한 고사리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쫓아가는 기분으로 계단을 밟으며 오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오름 탐방이 그러하듯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아름다우면 느낌도 기분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계단을 따라서 오르면 1차 경사면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 지점은 정상으로 가는 과정에서 시작일 뿐이다.

2차 능선을 오르는데 비로소 영주산 굼부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록의 계절답게 화구 안쪽은 온통 푸름으로 색칠되었으나 나무들이 숲을 이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을 알아낸 때문에 화구 전라의 모습을 보기 위한 조급한 마음과 그 기대가 커지면서 발걸음은 점차 부지런을 떨게 되었다. 영주산 북서쪽의 오름 사면은 유일하게 숲이 우거지지 않은 곳이다. 천연잔디와 잡풀들이 차지를 하고 있는 능선은 경사가 심하지는 않기에 열린 주변을 바라보며 오르면 되었다. 

분화구가 남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으로 알려졌지만 원형에 가까운 형세라서 보는 느낌은 참 좋았다. 화구 능선을 따라서 돌아보며 안쪽과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었는데 눈길이 닿는 곳마다 시원하게 열리면서 매력 있고 탐방의 묘미가 있는 곳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오름을 오르면서 힘이 부칠 때는 언제나 돌아서서 지나온 곳을 바라보며 거친 심호흡으로 추스르게 된다. 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모든 것에 눈길을 주면 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북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눈에 들어왔고 이어지는 방향의 초원과 오름들도 뷰에 포함이 되면서 응원을 보내줬다. 정상으로 가는 계단! 이른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했던가. 아니 그보다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더 가까이로 다가가는 길목일 수도 있다. 탐방로의 중간부터 정상으로 향하는 곳에는 목재 계단이 이어지는데 한 계단씩 오를수록 하늘도 구름도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계단만 오르면 정상인데 언제나 오르는 이들에게는 기대를 지니게 하리라 짐작이 되었다. 자연의 바람소리가 들리고 넓은 광야가 눈에 들어왔는데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으며, 시야가 이어지는 곳은 맑고 깨끗한 공기와 너무 넓게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드넓은 초원을 바탕으로 솟아오른 오름 군락은 언제나처럼 신비스럽게 보였다. 

 

화구 안쪽은 드문드문 나무들이 보였지만 대체로 허허한 모습이었는데 오름 밖의 풍경이 환하게 열린 때문일까 굼부리 주변을 향하여 빽빽한 숲을 주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상부에는 경방 초소와 함께 시멘트 건물이 있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잠시 대피할 수 있는 장소이나 그보다는 목장 관련이나 다른 용도로도 쓰이는 건물이다.

실컷 풍경놀이를 한 후 하산은 전진 코스로 화구 둘레를 따라서 남동쪽 사면으로 내려갔다.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바람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일대의 풍경이 발목을 잡고 더 머물기를 원했지만 한낮의 태양이 심한 질투와 시기를 부리며 한사코 내려가기를 명령했다. 반대편 오르막에 비하여 이곳은 심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는데 밧줄이 있고 흙길이라서 안전에 큰 문제는 없지만 조심하여야 할 상황이었다.

소나무 군락을 내려가면 다시 삼나무가 늘어선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처음 계단을 따라서 오른 후에 만나는 시멘트 건물이 보였다. 이제 다시 원점 회기가 이뤄진 것이다.  명칭에 관한 유래만큼이나 매력이 있고 신령스러움도 묻어나는 화산체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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