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월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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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월랑지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6.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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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60.2m 비고:35m 둘레:1,258m 면적:83,957㎡ 형태:말굽형

 월랑지

별칭: 月+랑+地(池)

위치: 표선읍 성읍리 산 5번지

표고: 260.2m  비고:35m  둘레:1,258m 면적:83,957㎡ 형태:말굽형  난이도:☆☆

 

기슭 아래에 있는 연못과 더불어 초생달을 닮은 모양새를 빗대어 명칭이 붙은 화산체... 

 

송당에서 성읍으로 이어지는 중산간은 걸쭉한 오름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오름 탐방을 즐기는 오르미들로서는 이 일대의 유명세를 타는 오름들을 몇 차례씩 방문을 했을 것이다. 특히나 송당길에서 수산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위치한 동거문이와 백약이를 비롯하여 좌보미(오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는 말이 필요 없다.

주변을 연계하는 과정이 좋은 데다 전망과 함께 산 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때문에 망설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름들이다. 오름 자체가 독립형 소화산체이기 때문에 저마다 특성은 있으나 인기와 비인기의 구분은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이를 구분하는 척도의 기준이 없는 만큼 선택은 누구든 스스로의 몫이라 생각한다. 탐방의 맛이 나는 곳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애매하고 저평가 대상의 오름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모호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판단을 거쳐 오름을 즐기려면 인근에 왜소하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곳도 한 번쯤은 함께 만나보는 것이 좋다. 문석이(오름)를 만나기 위하여 일부러 찾기보다는 동거문이를 탐방하는 김에 함께 하는 것처럼 동반을 한다면 좋다는 뜻이다. 이 일대에 위치한 월랑지(오름) 역시 내놓으라 하는 주변의 오름들에 가려 별로 인기가 없는 곳이다.

 

맞은편의 좌보미(오름)를 비롯하여 동거문이와 백약이 등이 버젓이 터줏대감으로 버티는 이상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월랑지는 월랑못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찾는 이들이 없는 만큼 자연미가 살아 있는 오름이다. 야생화와 수생식물을 비롯하여 연못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을 만날 수가 있어서 오름과 함께 한다면 결코 허전하지가 않다.

구태여 레시피 과정에서 온갖 양념을 곁들이기보다는 순순하고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맛 그대로를 느끼게 될 것이다. 월랑지는 달(月) 중에서도 초승달에 비유를 했으며 연못이 있음에 연유하여 지(池)를 포함하여 붙여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름의 남동사면 기슭에 자연적인 연못이 있어 지금도 우마들의 식수로 이용이 되고 있는데 이 연못과 오름의 모양새를 빗대어 월랑지라고 한 것은 아닌지 추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넓은 초지와 들녘에 초승달의 모양새를 한 오름으로 표현한 것과 더불어 터전(地) 외에 못(池)의 존재를 감안한 것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이렇다 할 산책로가 없는 데다 잡목과 수풀들이 길을 막고 방해를 하지만 여름철을 피한다면 탐방의 맛이 나는 곳이다. 이 오름의 비고(高)는 불과 35m로서 나지막한 북향의 말굽형이며, 외부에서 보기에는 낮고 앙증맞은 모습이지만 산 체의 내부는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월랑지 탐방기-

좌보미(오름)를 만난 후 건너편의 월랑지로 향했다. 전반적인 환경이나 산 체 내부의 환경 등을 고려한다면 여름에 만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편이지만 이미 예정된 코스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름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만큼은 시간에 쫓기는 어리석음보다는 시간을 쫓는 여유가 필요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가을이 오기 전에 마무리를 하겠다는 계획은 주말과 휴일만 되면 궂은 날씨로 인하여 계속 미뤄져 왔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월랑지의 서쪽 도로변을 초입으로 해도 되지만 여름철 월랑못의 분위기를 기대하며 반대쪽을 선택했다. 연못을 만난 후 능선을 따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진을 한 후 돌아오는 전진형의 루트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월랑지에 도착을 하고 오름을 바라보니 두 개의 오름이 이어진 것처럼 보였는데 좌보미와 월랑지가 도로변 사이로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이었다. 출생 성분이 다른 제각각의 독립형 화산체이지만 보기 좋게 어울렸다.

산 체의 크기나 높이야 좌보미가 훨씬 우세하지만 의좋은 형제나 다정한 남매 아니면 애정으로 뭉친 연인의 자태로 느껴졌다. 암수가 어우러졌다면 좌보미가 숫오름이고 월랑지는 암오름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았다. 지금의 수산로 도로가 없던 시절에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부드러움으로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였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드럽고 온유한 화산체임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낮고 길게 이어지는 모습에서 초승달을 떠올린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들만이 화산체를 덮은 모습인데다 여름날의 푸름으로 감긴 분위기는 더욱 부드러움을 느끼게 했다. 월랑지 입구에 들어서는 즈음에 바닥의 일부가 파헤쳐 져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누군가가 송이를 채취하기 위하여 파놓은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자연산 송이 도굴범의 짓이라면 맞는 표현이 될까. 비가 온 지 제법 된 때문인지 연못의 입구는 건천으로 변해있었으나 바닥 층은 습지에서 서식하는 수생식물들이 대부분이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연중 물이 고이기보다는 건천으로 변할 때도 있기 때문에 이들은 생존의 법칙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월랑지와 월랑못.  낮고 길게 이어지는 산체의 외형을 초승달로 표현을 했고 연못이 있는 것과 관련하여 붙여진 명칭은 이쯤에서 이해를 돕는데 한몫을 했다.

초입은 말랐지만 이곳 남동사면 아래의 연못은 연중 마르는 날이 없으며 우마들의 식수로 이용이 되기도 하는데 물이 없는 주변의 바닥 층을 참고해도 토질이나 빌레를 이룬 상황은 ​확실한 습지의 특성을 느끼게 했다. 물이 고인 깊이나 정도는 대수롭지 않지만 연못은 빽빽하게 수초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으며, 물 위로 솟아난 수초의 대부분은 골풀 아니면 고랭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수면을 터전으로 식생을 이어가는 수초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계절에 맞춰서 찾는다면 꽃을 피운 모습이 확인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체를 알 수 있겠지만 푸른 모습을 보는 정도로 마무리를 했다. 조용했다. 너무 고요했다. 월랑지는 비교적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잘 알려지지도 않았는데다 여름철의 무더위를 안고 찾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신록의 푸름으로 변한 연못 주변에는 따가운 햇살만 비칠 뿐​ 아무런 방해꾼이 없었다. 여름을 맞아 엿장수나 물방개 등도 보일까 한동안 주변을 살폈지만 끝내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습지인 만큼 이런 환경을 좋아하는 꼬물이 역시 나타날 법한데 다행인지 건방을 떠는 모습은 발견이 되지 않았다.  오름의 기슭을 따라 능선을 타고 오르는 동안은 삼나무가 조림되어 숲을 이루고 일부는 목장과 연계가 되는 때문에 철조망이 있으며 그 옆으로 희미하게나마 길의 흔적이 있었다. 그나마 초입에만 이런 환경이고 이내 반전이 되고 말았는데 허리 능선까지 이어지는 삼나무 숲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은 구태여 탐방로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낮은 비고(高)가 그러한 만큼 정해진 루트를 찾거나 목적지를 그리며 오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린 공간을 따라 진행을 했지만 정상부는 이외였다. 여름을 맞은 등성이는 빽빽하게 수풀과 덤불들이 장악을 하고 있었으며, 길의 흔적은 둘째하고 사람이 빠져나갈 공간조차 찾기 어려운 데다 예상했던 코스로 이어가는 과정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숲은 바람마저 막아버렸고 틈새로 내리쬐는 강한 햇살로 인하여 흐르는 땀방울의 굵기와 세기는 점점 무게를 더했다. 

어디엔가 있을 비고점을 찾으려 했지만 허탕이었고 어떻게든 방향 감각을 살려 건너편으로 전진을 하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목장길인 시멘트 도로에 나왔을 때는 이미 땀이 넉넉하게 베였지만 그래도 예상 루트로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매면서 악전고투를 했다는데 대하여 시치미 뚝 잡아떼고 유유히 걸었다.

휘파람이라도 부르며 갈까 했지만 입을 여는 순간 더운 공기가 무더기로 침입을 하는지라 이마저 포기를 했다. 낮은 산 체이고 부드러운 외형이지만 여름날의 월랑지는 이방인을 보다 더 거칠게 맞아줬다. 너무 늦게 찾은 데다 잘못된 계절의 선택에 비아냥거리며 혼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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