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유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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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유건에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0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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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90.2m 비고:75m 둘레:1,740m 면적:204,487㎡ 형태:원형

유건에

별칭: 이기네오름. 이기내오름. 유건악(儒巾岳). 이근악(伊近岳)

위치: 성산읍 난산리 2,302번지

표고: 190.2m  비고:75m  둘레:1,740m 면적:204,487㎡ 형태:원형  난이도:☆☆☆

 

 

생소하면서도 특별한 명칭에 찾는 이들은 적지만 화산체로서의 입지가 잘 나타나는 곳...

 

오름의 천국인 동부권은 명성과 함께 찾는 이들이 많은 인기 오름들이 즐비하게 있다. 오름의 제왕이면서 랜드마크인 다랑쉬(오름)를 시작으로 오름의 아이콘 용눈이와 오름의 여왕 따라비 등이 우선 내놓으라 하는 곳들이다. 이러한 곳들은 한결같이 탐방객들이 많을 뿐 아니라 접근성과 안전성이 갖춰졌으며 연중 찾는 이들이 많아서 인기를 가늠하게 한다.

이에 반해서 인기도가 낮으면서 비고(高)가 낮거나 접근성이 불편해서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오름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유건에(오름)이다. 오름 매니아가 아니면 이름조차 생소하고 평소 관심 밖이었다면 위치 또한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외면(!) 당하는 오름이라 할지라도 계절에 따라서 반전의 현장으로 변한 모습을 확인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출입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 보존이 더 잘 이뤄졌으며 생태가 자연스러울 수가 있다는 뜻이다. 유건에는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은 없지만 1km 정도의 둘레가 등성마루에 에워싸여 있어서 낮게 패인 원형 분화구 둘레를 돌아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세 개의 봉우리가 능선을 따라 이어지면서 원형의 굼부리를 형성하고 있다.

주봉은 경방 초소가 있는 남쪽 봉우리이나 침식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북쪽 봉우리 등성은 굼부리를 따라 안쪽으로 뻗어 내린 형태이며 서봉은 평평한 편이다. 조림사업이 이뤄지기 이전에는 능선과 등성이 대부분 풀밭이었기 때문에 마소들을 방목하는데 이용되었으나, 이후 소나무와 삼나무 등을 식재하면서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자라서 깊은 숲을 이뤘음에도 자연미는 다소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역시 오래전 자연스러운 입지가 사라진 때문일 것이다.  전반적인 형태는 오름 남동쪽이 주봉으로 북. 서쪽을 포함하여 3개의 낮은 봉우리로 이뤄졌고, 화구 안쪽을 탐방하는 산책로는 없으며 화구 내의 다양성이나 생태 등 특별한 구성은 없는 편이다.

즉, 탐방로를 따라서 화구 정상부의 둘레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오름의 명칭과 관련하여 과거의 문헌을 참고한다면 이근내악이나 이그내, 이기네 등이 등장을 하지만 그 의미나 정체성을 정의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많다. 또한 오름의 형세가 선비들이 쓰는 유건과 같아서 유건에 오름이라고 명칭이 전해졌다고는 하나 이 역시 확실하지는 않다. 

유건에 일대는 앉은뱅이 오름 삼형제가 위치한다. 낮게 깔린 나시리오름은 사유지를 포함하는 곳으로서 승마장이 차지하고 있어 출입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조금 더 높은 모구리(오름)는 야영장을 통하여 갈 경우 편안하고 안전하게 탐방로 구성이 되어 있다.

 

 

 -유건에 탐방기-

진입로는 농경지와 빌레왓을 포함하는 몇 곳이 있으나 비포장길이기는 해도 1119번 도로에서 공사현장 직전에 동쪽 소로를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는 초입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슭 아래까지 차량으로 인동을 한 후 진입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출입이 뜸해서일까 진입로는 수풀들이 수북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그 틈을 헤치고 오름 초입에 들어서니 목재 계단이 나왔는데 역시 시즌이라 잡초들이 계단을 침입한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유건에는 낮은 등성이지만 느린 걸음으로 진행을 해야만 하며 서두르거나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그것은 새색시처럼 노출을 거부하고 숨어있는 계절 야생화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피어나 있는 때문이었다.

갈림길에 간단한 오름 안내도가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좌. 우측 양방향 길이 있으며 어느 곳을 먼저 가더라도 돌아올 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즉, 오름의 허리를 넘어서고 원형의 분화구 정상 능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었다. 동남쪽 정상부에서 휴식이나 전망 등을 할 경우를 생각한다면 좌측통행을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에 그대로 따랐다.

낮은 경사의 계단을 오르면서 편백나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들을 향하여 일부러라도 몸에 부딪혀 보려고 애를 썼다. 이어서 사스레피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직은 사스레피의 독특한 향이 발산되지 않았지만 머지않아서 주변은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게 됨을 잘 알고 있었다.  그 향은 맞기 싫지만 우리 몸에는 유익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오름의 북서쪽 능선을 지나면서 다랑쉬와 은달이(오름) 등이 보였지만 가시거리의 심한 질투와 시기는 더 이상의 흔적을 담는데 방해를 했다. 대신 하늬바람에 실려오는 맑고 시원한 바람은 내 편이 되어 응원을 보내왔다. 생소하게 들리고 낯설게 느껴지는 만큼 인기가 있는 오름은 아니면서 사람들의 왕래 역시 많지 않은 곳이나, 상대적으로 계절마다 만나는 야생화와 특별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어서 탐방의 묘미가 있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월의 오름 탐방에서 만나는 야생화 중 으뜸은 단연 잔대가 대세이다. 그 잔대의 종류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허리와 눈 동작은 요란할 만큼 분주하게 되었다. 섬잔대와 층층이 잔대 등이 자신 있는 모습으로 노출을 하며 눈싸움을 걸어오길래 기꺼이 허리를 굽히고 그 모습을 담았다. 오름 정상 능선의 동남쪽에 경방 초소가 있으며 이 주변은 비교적 평평한 장소가 되기에 휴식과 전망의 장소로 용이했다.

겨울에는 샛바람 때문에 머물기가 힘들겠지만 10월의 공간은 무난한 장소가 되었다. 인테리어 부분은 억새가 대부분을 맡았고 후박나무와 소나무도 한몫을 했다. 가을이 열린 즈음 유건에 주변은 억새와 야생화가 반겨주는 만큼 외면해서도 얕봐서도 안 될 오름임을 알 수 있었다. 방향을 돌리니 멀지 않은 곳에 모구리오름과 영주산 자락이 보였다.

아직까지 난산리로 향하는 주변 일대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지만 수산으로 향하는 일대는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농작지와 초지로 이뤄진 주변도 머지않아서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큰물메와 성산일출봉도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왔는데 새벽 일출 촬영 장소로서 적합하지는 않지만 여명과 일출봉 일대의 실루엣을 필요로 한다면 가능한 장소임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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