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뽀얗게 어여쁜 꽃이
매서운 바람 때문에 나뭇잎들이 후딱 후딱 뒤집어집니다.
짙은 녹색으로 반들거리는 잎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군요.
잠시 바람이 머졌을 때 본 모습으로 돌아온 나무를 살펴보니 잎겨드랑이 밑으로 우유빛깔 꽃들을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나뭇잎마다 빗방울들이 아롱져있는데 어린 가지 끝에 아직 펼쳐지지 않고 뾰족하게 솟아난 잎이 인상적이더군요.
‘비쭈기나무’입니다.
비쭈기나무라는 이름은 겨울눈의 모양이 비쭉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비쭈기나무는 6-7월에 꽃을 피웁니다.
지금 한창 꽃이 피었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중이지요.
꽃은 하얗게 피었다가 점점 노랗게 변해갑니다.
꽃봉오리가 막 벌어질 때 마치 부드러운 우유빛깔처럼 뽀얀 것이 매력적이지요.
거센 비바람이 나무를 심하게 흔든다고 하여도 곤충들을 말릴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자그마한 꽃을 찾아 많은 벌들이 쉼 없이 날아드네요.
벌써 피었다가 누렇게 시들어가는 꽃들은 암술대만 남기고 통째로 툭하고 떨어져버립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동그란 열매가 맺히게 되지요.
열매는 10월에 까맣게 익습니다.
지루하게 비가 내리고 때로는 강한 비바람이 스쳐 지나는 길목에서 비쭈기나무는 뽀얗게 어여쁜 꽃들을 피워 곤충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