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장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장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24 0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132.1m 비고:27m 둘레:874m 면적:55,507㎡ 형태:원추형

 장오름

별칭: 갯그르

위치: 서귀포시 중문동 산 1번지

표고: 1,132.1m  비고:27m  둘레:874m 면적:55,507㎡ 형태:원추형  난이도:☆☆☆

 

 

노루들이 선택한 놀이터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울창한 숲으로 변한 화산체.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소재하는 오름들 대부분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이 되고 있으며 탐방로 자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이른바 슬기와 지혜를 동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라산 자락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에 도로망이 생겨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이동성에 관해서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물론 곳곳에 오름미들이 다닌 흔적이 있는 곳도 있지만 딱히 그러한 곳이 탐방로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실정이다. 또한 코스와 진입로를 선택하는 폭이 넓기 때문에 몇 곳을 연계한다면 더없이 좋으나 역시 한라산국립공원 내 통제구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  이런 가운데 1100도로나 영실, 어리목 등산로 방향으로 이어지는 오름들은 하나같이 대자연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이방인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쳇망오름, 이스렁오름, 어스렁오름, 세진봉, 볼레오름, 왕오름, 장오름...... 대표적인 오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들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어느 편을 연계하던지 몇 곳을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사전 허가를 받은 경우 탐방을 시작한다면 여러 초입 중에서도 1100고지 주변을 선택했을 때 무난한 편이며 이 경우 장오름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이 장오름을 두고서 높이나 난이도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 표고가 1,132.1m이지만 비고(高)는 27m에 불과하다. 그러나 장오름 정상부를 만나기 위하여 비탐방로를 지나는 동안에 천연의 숲과 개활지 등을 만나기 때문에 대자연으로의 진행형이 된다. 오름의 명칭만을 두고서 생각한다면 참 평범하게 느껴진다. 한자풀이를 참고했을 때 노루 장(獐)으로 표기를 한 것으로 봐서 이곳을 중심으로 노루들이 많이 서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앞선다.

 

제주라는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어느 곳에서나 서식을 했기 때문에 특별하지는 않은 셈이다. 또한 노루를 의식한 명칭의 오름들도 다소 있기 때문에 평범에 그칠 수밖에 없는데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어서 장오름으로 부르게 되었을 것도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름으로서의 볼품이나 외형상은 물론이고 산 체의 중심과 내부가 허접한 결과로 장오름이 선택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행여 두둔을 한다면 일반적인 오름들에 비하여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때문에 자연스러움은 더 느낄 수 있는 오름이라고나 할까. 장오름을 연계한 후 이어지는 목표 지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 능선을 기준으로 하던지 정상부를 바로 거쳐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후 볼레오름이나 어스렁/이스렁 오름으로 연계가 되는 만큼 장오름과 왕오름은 지나는 과정에서 반드시 경유하게 되는 요지인 셈이다. 

 

 

  -장오름 탐방기-

1100고지 휴게소 계단에 올라 바라보니 1100도로 너머로 두 산 체가 눈에 들어왔다. 위에서 우측 앞쪽의 낮은 등성이 장오름이고 그 뒤로 왕오름이 이어지며, 그 뒤쪽 멀리로 볼레오름이 자리하고 좌 중앙과 좌측으로 어스렁과 이스렁이 자리하고 있다. 사전에 신고와 허가를 받은 입장이지만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붐비지 않은 상황이기에 주변 정황을 살피고 1100고지 습지로 슬며시 진입을 했다.

그리고 산책로를 돌다가 안쪽 적당한 위치를 선택하여 넘어섰는데 습지가 있는 곳이 나왔다. 숲에도 아침이 찾아왔다. 햇살이 전하는 기상 전파에 숲도 부스스 하루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옆으로 길게 누운 나무 사이로 내비치는 강한 햇살은 어쩌면 우리를 더 힘들게 할 것 같았다. 숲과 곶자왈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림을 지나고 개활지가 이어지는 곳에 산철쭉이 곱게 피어 있었다.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잠시 동안이라도 눈 맞춤의 기회를 요구하며 애교를 부려댔다. 천연색의 분홍빛 향연을 선보이면서 힘찬 전진을 응원해왔는데 구태여 이들이 말로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겠는가. 천연림을 지나고 중간에 만나는 개활지는 하나의 쉼터이자 위치 선정 등을 가늠하는 장소가 되었다. 숲 향과 자연림의 위대함과 더불어 하늘도 우리 편이 되었다. 올해 들어 오름행에서 파란 하늘을 본 횟수가 많지 않은데 정겨움이 덧셈으로 느껴졌다.

특히나 자연 속에서 바라보는 모습인데 얼마나 위대하게 보였겠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으리라. 습지는 역시 꼬물이들의 아지트이다. 유혈목이가 아침 운동을 겸하여 산책을 나왔다가 귀가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놀랄 만도 했건만 처음부터 예상을 했던 때문인지 그 모습을 담느라 더 분주하기만 했다.

한두 차례 숲을 지나고 마침내 장오름 정상부에 도착을 하였다. 하지만 정상이라고 해서 전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거나 특별한 환경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묘가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인증샷을 마무리 했는데 이렇다 할 다른 특징은 없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 무덤이 있는지 아이러니했지만 제주의 숨겨진 오름에서 가끔 만날 수 있기에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주변을 맴도는 까마귀는 아마도 이곳을 수호하는 역할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좀처럼 날아갈 생각을 않고 계속해서 주변을 지켰다. 실상 이는 먹을 것을 요구하는 으름장이면서 애교이기도 한데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상 통행세라도 내고 떠나라는 것일까.  낮은 능선이지만 산 체의 외부는 곶자왈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림과 화산석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장오름을 지나서 왕오름을 함께 한다는 것은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또한 이 두 곳을 거쳐서 볼레오름 방향이나 어스렁/이스렁 오름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장.왕오름을 만나는 것은 두목이나 제왕을 만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며 통행의 절차를 거치는 셈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볼레오름이나 이스렁/어스렁 오름을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면서 어프로치를 치르는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

그러나 워밍업의 구간 치고는 거칠고 혼잡한 환경이 이어지기 때문에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대자연의 공간은 나름대로 자유와 질서를 다 지키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펼치고 있는 때문이다.  중간에 돌담이 쌓아진 곳을 만났다.

특별한 경계의 의미로 보이지는 않으나 어떠한 의미가 담긴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테우리들의 머물던 흔적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숯 가마터나 움막 등의 용도로 보이지는 않으나 사람에 의해서 쌓아진 것은 확실했다. 이제 좀 더 전진을 한 후 이웃 왕오름을 점령할 차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