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장자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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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장자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2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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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15.9m 비고:31m 둘레:1,059m 면적:71,285㎡ 형태:원추형

 장자오름

별칭: 장자악(長子岳)

위치: 표선면 성읍리 2,768번지

표고: 215.9m  비고:31m  둘레:1,059m 면적:71,285㎡ 형태:원추형  난이도:☆☆☆

 

 

부가장적인 요소를 중요시하여 작명이 된 가족들 중에 큰아들 격인 오름.

제주를 대표하는 오름 중 하나인 따라비의 주변에는 모지오름을 시작으로 하여 장자오름과 새끼오름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따라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한 식구들이다.  그 중에서도 장자오름은 따라비의 큰 아들겪이며 마주하고 있는 모지오름은 아내를 뜻하는 상징적 명칭이다. 또한 이와 달리 마주하고 있는 모지(모자. 母子)오름이 아들이라 하여 장자(長子)오름이라 부르게 되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분명한 점은 따라비 일가가 부가장적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맞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은 일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는 뜻이며 어차피 정설은 없다. 그러면서도 이들에게 있어서 우두머리는 따라비이고 장자오름은 사내대장부로서 장남이나 장손 정도의 위치인 것만은 확신을 할 수가 있다.

입지적인 요소를 우선으로 할 때 모지오름과 마주하고 있는 때문에 장자오름은 모지의 아들로 여긴다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 실상 장자오름 주위의 화산체들의 명칭과 외형 등을 조합해볼 때는 모지의 아들이 아니라 남편겪인 면이 더 느껴진다. 즉, 남서쪽에 있는 따라비의 장자로 보는 것이 이치적으로 맞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러 견해들이 나오는 입장이라 어느 하나도 정확성을 두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며 따라비의 인기와 더불어 부가장적인 요소를 중요시하여 붙인 명칭에 따른 입지 역시 다양한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 따라비 일가를 가족으로 구성을 하는데 있어서 단순하고 쉽게 명칭이 붙었으리라 생각할 수는 없다.

실제 외형만을 놓고 볼 때 모지오름을 향하여 길게 누워 있는 모습이고 보면 현장의 환경과 외형을 비롯하여 입지까지 보고 느낀 바를 염두에 둔 명실공히 명지관(名地官) 중에서도 으뜸인 사람이 작명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아무튼 장자오름이 모지오름의 큰아들이든 남편이든 간에 이들 가족의 중심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비와 모지에 감싸여 낮고 편안하게 누워있는 그 장자오름의 자태가 충분히 이를 반영하고 있다. 외형으로만 본다면 장자오름은 규모도 높이도 따라비나 모지오름에 비교할 정도가 못 된다. 엄마이든 아내이든 그 곁에서 떠나기를 거부하며 한사코 품속을 그리워하는 장자로서는 자신의 왜소함에 아쉬움도 느낄 거다.

따라비와 연계를 할 경우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게 되겠지만 장자오름을 만나는 과정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모지오름 방향을 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지간이 되든 모자지간이 되든지 이 두 오름을 함께 하는 것이 이치적이나 이동성에 문제가 없다. 모지오름으로 들어가다가, 또는 나중에 들를 경우는 나오다가 쉽게 갈 수가 있다.

진입 진행을 기준으로 한다면 제주마 생산자협회 종부소를 지난 다음 모지오름 방향으로 들어가기 전에 좌측의 목장 신세를 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장자오름 탐방기-

하절기를 맞아 억새와 잡초들이 길게 자라서 진입을 방해했지만 흙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였다. 수풀과 묘지, 덤불을 겨우 헤치고 능선에 오르면 두 곳으로 나눠진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모지오름을 중심으로 남동쪽으로 길고 낮게 이어진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기슭과 정상부 주변에는 여러 개의 묘들이 있는데 일찍이 장자로서는 가족과 떨어져 있는 만큼 망자들의 넋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정상부 한쪽에는 삼각점(국가기준점)이 있으나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수풀을 헤치고 그나마 보일 수 있게 꺼내었지만 얼마 동안이나 이 모습으로 있을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장자의 어깨를 비롯한 대부분의 현장은 숲이 우거지지 않아서 햇볕이 많이 들고 있었는데 이런 환경을 토대로 능선과 등성이 대부분에서 야생화를 만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실외 식물원이며 야생화 단지라고 할 만큼 대단한 모습이었다. 

가을에 살이 찌는 것은 말(馬)만이 아니었다. 장자오름 곳곳을 장악한 거미들도 드륵드륵 체중 부풀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색깔 또한 컬러풀이었는데 강남스타일이라고 놀려댔다. 장자의 입장에서는 인간보다는 다른 생물과 식물을 더 반기고 그 혜택을 부여하고 있음이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더욱이 주변에 걸쭉한 오름들이 많이 있는 만큼 장자를 찾는 이들이 없으니 이를 대신하여 망자들을 받아들인 착한 오름이 아니었던가.

정상부까지 살핀 후 전망을 시작할 차례가 되었다 불과 31m의 비고(高)이지만 주변을 가린 특별한 것들이 없어서 어느 정도 풍경 놀이를 할 수가 있다. 장자의 동남쪽에 위치한 설오름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화산체의 모습이 호미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헌에는 서(호미鋤)오름으로 불리다가 설오름으로 바뀌었다고 전하고 있다. 오름의 여왕인 따라비가 걸쭉하게 버티고 있어서 큰 인기는 없다고 하지만 가시리 마을에서 매해 정월에 마을제인 포제를 설오름에서 지내고 있다. 

모지오름은 바로 이전에 들르고 온 때문에 간단하게 쳐다봤을 뿐이었고, 역시나 중요한 만큼 따라비를 맨 나중에 바라봤다. 최고의 곡선미와 각선미를 자랑하는 천하의 따라비이면서 일가를 거느린 특별한 화산체이다. 외부에서보다는 직접 오른 후 내부를 포함하는 과정에서 최고임을 느끼게 하는 따라비가 아니던가. 어쨌거나 장자오름을 만난다면 따라비와 모지오름을 연계하는 것만이 최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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