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저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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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저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2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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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39.3m 비고:104m 둘레:2,542m 면적:379,316㎡ 형태:원형

 저지오름

별칭: 새오름. 닥모르오름. 닥몰오름. 저지악(楮旨岳). 조악(鳥岳)

위치: 한경면 저지리 산 51번지

표고: 239.3m  비고:104m  둘레:2,542m 면적:379,316㎡ 형태:원형  난이도:☆☆☆

 

 

복잡할 만큼 명칭이 많으면서 마을을 수호하는 심지처럼 중요한 입지를 지닌 화산체.   

 

지금으로서는 마을 이름을 붙여 편리하게 저지오름으로 부르지만 닥몰(닥모루)오름이나 새오름이 그 유래가 된다. 새오름의 유래는 오름 주변이 '새'를 생산하던 곳이라 붙여졌으며 이는 억새의 띠(줄기)를 말하며, 제주의 전통 초가집을 덮는데 사용하는 하나의 건축용 자제인 셈이다.

지붕개량 사업을 통하여 점차 초가집이 없어지면서 새왓(억새밭)의 필요성도 사라지게 되었고, 결국 이 일대를 개간하면서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은 것이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고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맥락으로 산 체의 모습을 두고 새(鳥)의 주둥이를 닮았다고 해서 새오름(鳥岳)이라고 했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그 외 닥모르나 닥몰오름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오름에 닥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서 닥(닥나무) + 모르(머르. 마루 = 등성이나 등성이 진 곳)라 하였고, 이를 한자로 대역하여 저지악(楮닥나무 저)이라 표기하고 있다. 한편, 이 오름이 있는 마을이 저지리인데 오름의 명칭과 마을 이름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나 지역적인 명칭을 우선으로 하여 지금에 와서는 보통 저지오름으로 많이 부르고 있다.

그런 만큼 저지오름은 저지마을의 보배와도 같은 존재이고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그 중요성과 인기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근년에 들어 찾는 이들이 워낙 많아지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오름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선호도나 인기가 많은 오름이다. 마을과 인접한 때문에 안전성과 함께 이동성이나 접근성이 좋은 것도 그 이유가 되며 탐방과 산책형의 느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오름 주변으로 숲을 이룬 나무들이 워낙 울창하고 생태 환경이 좋아서 자연 생태 학습장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2005년 생명의 숲으로, 2007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인기는 오름의 구성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여러 도보여행지가 포함이 된 것을 보더라도 실감이 된다.

제주올레가 지나는 것 말고도 제주 기독교 성지순례길(2코스)이 이곳을 포함하고 있으며 저지마을길 코스도 주변을 지나게 된다. 특히나 제주올레는 13코스에 포함을 시켰으며 그 외 14코스나 14-1코스를 연계해서 만날 수도 있다. 비고(高)가 100m이며 관심이 가는 분화구의 둘레는 800m이다. 산책로와 전망대 이외에 분화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목재 계단이 설치가 되었으며 진입로 역시 늘어났다.

분화구로 향하는 지형은 비교적 가파른 깔때기형이지만 화구를 중심으로 사방이 비슷한 경사와 거리의 둥근 산 체이다. 따라서 탐방의 묘미는 정상의 둘레길과 허리 능선의 산책로로 이뤄진 2단 형 탐방로라서 찾는 이들로서는 선택의 폭도 주어진다. 거기에다 지금은 화구 안쪽으로 내려가는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서 이른바 오름 산책과 탐방의 3종 세트가 가능한 셈이다.

해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잡목들이 우거져 있어서 하절기를 비롯한 사계절 탐방에도 비교적 좋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저지오름 탐방기-

비포장길을 따라 오르다가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진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가 다닌 흔적이 뚜렷하게 난 길을 따라 낮은 경사를 오르면 되었다. 하절기를 맞아 억새와 잡초들이 길게 자라서 진입을 방해했지만 흙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였다. 입구에 안내문이 있으며 초입지에 수상과 관련한 내용이 적혀져 있다.

초행자들로서는 뿌듯한 느낌이 다가오게 되며 대부분이 인증샷이나 기념 촬영을 하게 될 것이다. 제주올레가 지나는 진입로도 있지만 이곳이 원래 초입인 셈이다. 워밍업은 마을길을 지나오는 것이 전부이며 곧바로 가파른 돌계단이 이어졌다. 오름의 특성상 아래를 둘러서 길게 이어가는 것 보다는 생태 보존이나 관리 차원에서 부득이 이런 구성을 필요로 했으리라. 계단을 오르면 양방향 갈림길이 나오는데 역시 선택형이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오름의 허리를 둘러서 이어지는 순환 코스이므로 무난하다. 저지오름의 매력 중 하나가 초입은 하나일지라도 오름의 능선과 화구 정상부 둘레를 빙 둘러서 이어지는 코스라는 점이다. 이러한 탐방이나 산책은 지루함이나 식상함을 덜어주게 되므로 체력 소모에도 부담을 적게 주게 마련인데 전반적인 구성을 감안한다면 좌측을 먼저 만날 것을 권하고 싶다.

제주올레를 알리는 리본과 제주 기독교 성지순례길(제2코스/순교의 길)을 알리는 리본이 매달려 있었는데, 구태여 길 안내라기보다는 구간의 경유에 의미를 더 한 것이었다.  오름의 허리는 아름답고 운치 있게 길을 내주지만 그 옆으로 또 다른 길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 길은 산책로도 탐방로도 아니며 재선충병 방제와 관리를 위하여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부득이 산허리를 다시 파헤쳐 만든 길이었다.

저지오름으로서는 이래저래 곤욕을 치르고 있는 셈인데 자신의 허리살을 도려내면서 대수술의 과정을 거친 상태라 하루빨리 아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정상에는 경방 초소를 겸하는 전망대 시설이 되어 있으며 중앙의 기둥 부분은 관리인이 머물 수 있게 꾸며져 있는데 100m의 비고(高)를 오르는 종점이기도 하다.

저지오름의 또 하나의 매력은 사방을 전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서남북이 트인 전망대에서 한라산을 시작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세상을 만날 수 있다. 화구를 중심으로 하여 맞은편으로 이어지는 분화구 내부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제주의 많은 오름들 중에서도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라 여겨졌다.

 

오름 정상에는 분화구로 내려가는 나무 데크가 근년에 만들어져서 내부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는데 저지오름으로서는 자신의 허리와 어깨를 비롯하여 오장육부를 다 보여주는 셈이다.​  수직형으로 이어지는 긴 목재 데크를 따라 내려갔다. 이 구성 역시 최소한의 생태 파괴를 염두에 둔 때문에 직선형으로 이뤄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분화구의 세상은 온통 울창한 숲을 이룬 자연의 현장이었는데 빽빽하게 화구를 차지한 식물 군락은 어느 한 곳도  공간을 남겨두지 않은 만큼, 800m나 되는 분화구 둘레를 감안한다면 그 수종 역시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저지오름으로서는 자신의 속살까지 아낌없이 내보이며 탐방객들에게 후한 배려를 해주는 셈이다. 

오름을 오르내리면서 밀감밭을 만나게 되는데 늦가을이면 주홍빛으로  익은 주인공들이 탐스럽게 보이게 된다. 과거에 불렀던 명칭인 새오름을 두고서 연상을 하니 이곳도 새왓(억새)이 차지했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한마디로 이름값 하는 오름이며 값어치가 있는 오름이고 탐방의 맛과 멋이 풍기는 오름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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