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정물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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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정물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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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66.1m 비고:151m 둘레:2,743m 면적:494.293㎡ 형태:말굽형

 정물오름

별칭: 정수악(井水岳)

위치: 한림읍 금악리 산 52-1번지

표고: 466.1m  비고:151m  둘레:2,743m 면적:494.293㎡ 형태:말굽형  난이도:☆☆☆

 

 

화산체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스카이뷰와 실루엣의 절정을 만나게 되는 정상부.

 

오름의 서쪽 자락에 정물샘이라 부르는 물통이 있어 명칭이 붙었으며 이 샘물은 안경샘이라고도 한다. 한자 역시 샘물과 관련하여 정수악(井水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이 정물과 관련해서는 수량이 풍부하고 맑아서 오래전에는 인근 주민들이 식수로도 이용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수질의 악화로 그 기능이 상실되었다. 때문에 농업용수와 마소들의 음용 장소로 이용이 될 뿐 더 이상의 가치는 없어진 셈이다.

오름 탐방을 하는 데 있어서 큰 의미를 둔다면 무엇보다 전망이 좋아야 하고 안전이 보장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제주에 있는 수백 개의 오름 중에 이런 여건을 갖춘 곳들이 많지만 서부권의 정물오름은 이 삼박자를 다 갖춘 대표적인 곳이다. 소요 시간이나 체력적 부담 등을 고려해도 이만한 오름이 어디 있겠는가.

정상에서 만나는 풍경 중에 당오름과 도너리를 비롯하여 금오름과 이달봉 등으로 이어지는 오름과 초지 등의 실루엣은 가히 일품이다. 또한 한라산과 바다를 동시에 전망할 수 있는 여건 등 사방 어디를 통해도 스카이 뷰가 뚜렷하기 때문에 오름 탐방으로는 최고의 입지를 지녔다. 청정의 시원한 바람과 기슭을 따라 자생하는 억새가 살랑거리고 계절에 맞춰 야생화를 만나는 것은 하나의 덤이 된다.

무엇보다 쉽게 오름 특유의 모양새를 확인할 수 있는 데다 굼부리를 포함하는 말굽형 화산체의 생김새를 뚜렷하게 식별이 된다. 전반적인 형세는 남서쪽의 경사가 가파르고 북서쪽은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지며 두 팔을 벌려 화구를 감싸 안으려는 모습이다. 예부터 명당을 운운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이 때문인지 굼부리와 외부 기슭에는 묘지들이 많이 있다.

특히나 정물오름 주변은 목장 지대로 이용하기에 최적지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초지와 목장을 연계하는 넓은 터가 있다. 주변에 이시돌 목장이 있으며 오름 옆으로는 지난 1994년에 세워진 성이시돌 젊음의 집이 있다. 또한 근년에 청소년 수련원이 세워지는 등 다소 변화가 이뤄진 상태이다. 도로변을 따라 진행을 하다가 오름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주차 공간이 있어서 접근성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여건이 좋은 편이다.

여행 중에도 날씨가 좋을 때면 주변 도로를 지나다가 즉흥적으로 올라도 될 만큼 탐방의 묘미가 있는 오름이기도 하다. 서부권 중산간인 1115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정물오름 입구가 나오는데 도로변 안쪽으로 주차 공간이 있으며 시간적 부담이 된다면 오름 초입지에 전용주차장을 이용해도 된다. 입구에 물통이 있으며 그 너머로 청소년수련원 건물이 보인다.

 

-정물오름 탐방기-

입구의 안내문을 참고한 후 시멘트 도로를 따라 들어갔다. 겨울이라고 하지만 맑은 날씨인데다 지나는 동안에 억새가 군락을 이룬 모습도 만날 수 있어 도로변에 주차 후 안쪽까지 걸어서 들어간 것이다. 정물오름은 입구에서 바로 경사를 올라가기 때문에 워밍업도 필요한 만큼 도로변을 시작으로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주차장이 만들어진 초입 주변에 도착을 하면 이정표와 물통이 있는데 이 주변 양쪽에 물이 고인 곳이 있어서 정물오름이라 명칭이 붙은 것이다. 정물오름은 결코 계절을 탓할 필요가 없다. 입구에서도 산 체와 화구가 보이고 주변은 퇴색한 억새들이 약한 바람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진행은 백(back) 코스가 아닌 화구 둘레를 돌아서 오는 전진형이라 더한층 매력이 있다.

우측은 경사가 있는 방향이며 좌측은 비교적 완만하나 어차피 한 바퀴를 돌아보게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좋겠지만 어차피 매도 일찍 맞으라 하지 않았던가. 느리게 경사를 오른 후 정상을 거쳐 돌아오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우측 방향을 선택하고 군락을 이룬 억새들의 사열을 받으며 진입을 하면 경사로가 나온다.

경쟁도 순위도 필요가 없는 오름 탐방을 빠르게 진행할 필요야 있겠는가. 탐방로는 나무 데크와 타이어 매트 등으로 구성이 되어 비교적 안전하게 오를 수가 있다.  오르다 힘이 부치면 돌아서서 전망을 즐기면 되는데 아직 절반의 능선도 차지를 하지 못하였건만 눈높이를 아래로 하는 그림들이 펼쳐졌다.

하늘마저 구름을 동반하여 분위기에 한몫을 하니 이 또한 얼마나 행운인지 오르막도 흥이 실린 진행으로 이어갈 수가 있을 정도였다. 정상에 도착할 즈음에는 바람이 뒤에서 불어주며 응원을 했다. 등성의 억새들이 흔들거리며 소리를 내지만 슬피 우는 으악새 소리가 아니고 신명나는 멜로디가 되었다. 겨울의 정물오름이라지만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한편이 되어주었기에 거친 숨소리보다는 작은 탄성이 먼저 나왔다. 

올라온 방향에서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도너리(오름) 방향이었다. 겨울 한낮의 햇살이 심하게 질투와 시기를 했지만 결코 두 눈마저 가리지는 못 했고 화구 근처까지 확인이 되었는데,  역시나 출입 제한이 따르는 때문인지 한동안 산 체의 신비를 느끼게 하였다. 도너리 아래쪽은 지금도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거리가 제법 떨어졌지만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곶자왈의 일부를 포함하는 자연이 사라지고 있음에 아름답지 못한 개발 법령을 향해 쌍시옷 발음을 던졌다.

 

아쉬운 생각을 지닌 채 오르다 보니 정상이 눈앞에 다가왔고 자연만이 드리운 모습이 보이면서 이내 분위기는 반전이 되었다. 구름은 하얀 솜털이 된 채 느리게 움직이며 나 잡아보라고 아름다운 농락을 했다. 정물오름의 정상을 향해 살포시 내려앉을 듯 가까이로 다가오면서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정상에 도착을 하고 전망 놀이에 빠졌다.

세상이 보이길래 어느 쪽을 먼저 제압할까 망설이다가 가까운 곳을 먼저 선택했다. 금오름이 높다 하되 정물 아래 뫼였다. 느리게 우측으로 이동을 하면서 이달봉 형제와 새별오름을 지나 바리메와 노꼬메도 제압을 하였다. 이웃 당오름이 이토록 초라하지는 않았는데 정물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끝내 한라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천하의 한라산도 감히 정물 앞에 자신을 들춰내기가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하산이라고 하기에는 멋쩍지만 반대편을 이용하여 내려가게 되었는데 계절은 억새를 이겨내지 못했다. 추위도 바람도 으악새의 향연을 다 막지는 못하는 과정에 살랑거리는 억새의 사열을 받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슭을 내려오다 정물 알오름을 바라봤는데 그나마 이곳에서는 소나무 등으로 에워싸인 모습에 오름으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가 있었다. 심한 유혹을 보내는 바람에 이날만큼은 더불어 만나는 진행을 하기로 했다.  원점인 정물오름 주차장에 도착을 하면 옆으로 길이 나 있고 트랙터가 지나다닐 만큼의 넓이이며 이곳을 따라 들어가면 정물 알오름을 만나게 된다. 전망이나 탐방의 묘미는 없지만 다홍치마를 걸치기 위하여  함께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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