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제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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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제지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0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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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94.8m 비고:85m 둘레:1,012m 면적:77,023㎡ 형태:원추형

 제지기

별칭: 절오름. 사악(寺岳). 제지기오름

위치: 서귀포시 보목동 산 1번지

표고: 94.8m  비고:85m  둘레:1,012m 면적:77,023㎡ 형태:원추형  난이도:☆☆

 

 

명칭의 유래와 관련한 절 터의 흔적은 사라졌으나 절지기와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한자로 사악(寺岳)이라 표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절과 관련이 있는 화산체이다. 남쪽 기슭에 굴이 있으며 과거 이곳에 절이 있었다 하여 절오름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이 절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 절지기라고 한 것이 훗날 제지기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제지기 오름은 제주올레(6코스) 경유지라 올레꾼들은 해안선과 옛 마을 길에 매력을 느끼는 진행을 하다 휴식과 전망을 포함하는 오름 탐방을 추가하게 되는데 체력적 부담이나 안전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사실 장거리 도보여행자들에게 있어서 이런 오름을 오르내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물론 올레길과 오름 탐방의 양면성을 다 원하는 도보여행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긴 시간 걷기 모드에서 이 정도의 높이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는데, 올레길에 오름이 포함된 코스가 한두 곳이 아닌 만큼 숙명적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나마 입지와 환경적인 요소 등을 감안한다면 그래도 제지기는 양호한 편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서귀포 바다 마을 길은 제주의 나폴리라 부를 만큼 해안선이 아름다우며 그만큼 도보여행자들은 넉넉한 운치를 만나게 된다. 이 해안의 중심에는 보목리가 자리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하여 일부는 소박한 카페나 음식점 등으로 변모했지만 비교적 제주의 옛 모습과 정취가 잘 보존이 되어 있다. 보목동을 수호하는 제지기오름은 해안가와 마을에 인접해서 표고와 비고의 차이가 적은 것이다.

85m의 비고(高)에 불과하지만 산 체가 가파르고 거리가 짧은 때문에 100m 이상을 오르는 느낌이 든다. 2곳의 산책로와 더불어 허리 아래를 따라 진입하는 숲길이 있으며 650m로 알려진 산책로를 따라 오르내리는 계단의 개수는 1,115개로 알려져 있어 전진형으로 진행을 할 경우 꽤나 많이 밟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구성을 한 보목동 청년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수고를 느끼게 한다.

오름 중턱에 바위굴이 있으나 접근이 쉽지는 않으며 그 위쪽에 삼각점이 세워져 있는데 정상은 아니다. 남동쪽 기슭은 가파른 편이며 낭떠러지로 이뤄진 채 해안으로 향하고 있으면서 잡목들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북사면의 등성은 비교적 완만한 편인데 두 줄기로 뻗어 내렸으며 중간에 움푹 팬 곳도 있어 굼부리를 연상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산 체의 정상부는 외부에서 보는 모양과 달리 널따랗고 평평하게 이뤄져 있고 휴식과 전망이 용이한 편이다.

정상 근처에서 남쪽을 제외한 방향은 밀감 밭과 비닐하우스 시설 그리고 축산농가 등을 바라볼 수가 있으며, 전형적인 제주의 민가와 농지 그리고 어촌 풍경을 만날 수가 있다. 또한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푸른 바다와 무인도들은 덤으로 만나는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이기도 한다. 절지기. 제지기..... 절터가 있어서 명칭이 정해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에 와서 시대와 절터 등 옛 자취는 아쉽게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제지기 탐방기-

마을 길과 해안길의 두 곳에 초입이 가능한데 올레길(6코스)을 따라가는 과정이라 해안에서 진입을 했다. 정해진 탐방로는 아니지만 기슭 아래의 숲길을 따라 이동을 하다가 마을 안 길의 입구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워밍업 코스라고나 할까. 이미 쇠소깍을 출발 한 만큼 꽤나 걸었는데 여분의 거리를 다시 따르는 셈이다.

아침이 열린지 얼마가 지나면서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까지 드리운 날씨라 봉긋하게 솟은 제지기의 모습이 차라리 앙증맞게 보였다.  올레꾼들을 위한 길이라고 해야 할까. 허리 아래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는 깊은 숲을 따라 이어진다. 불편함을 해소하려 친환경 매트까지 깔았지만 하절기가 막 지나는 즈음의 환경은 다소 불편이 따랐다.

제지기는 섭(숲)섬과 더불어 파초일엽의 자생지인데 곳곳에서 볼 수 있었으며 일부는 척박한 바위틈을 터전으로 잡은 것도 있었다. 좁은 숲길을 따르다 좀 더 넓은 공간이 나오니 비로소 불편함이 다소 덜어졌다.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는 칡을 비롯하여 넝쿨들이 장악을 한 사이로 훤하게 길이 나 있고 틈 사이로 한라산도 보였다. 애써 킁킁거리지 않아도 진한 풀 향기가 코끝에 스며들었고 지나는 동안에 간간이 거미줄이 머리에 닿으면서 신경이 쓰였다.

해안 입구와 더불어 두 곳의 초입 중에 마을 어귀를 지나는 곳에 도착을 했다. 제지기 탐방만을 한다면 이곳을 출발하여 해안 쪽 입구로 나가는 전진형이 바람직하다. 이정표와 간단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 등이 입구에 있고 올레 표식도 있다. 제주 여인네의 애환과 삶의 무게를 짊어진 물허벅 상도 보이는데 실제의 모습은 너무 왜소하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정상까지의 거리가 길지는 않다. 초반부 다소 경사가 있기는 하나 85m의 비고(高)를 오르는 데 있어서 서행 모드를 택한다면 무난한 탐방로이다. 그러나 이곳도 분명한 오름이기 때문에 정상까지 300m를 알리는 거리는 숫자일 뿐이고 오르막의 걸음에 준비성은 필요하다. 하절기를 맞아서 털머위가 주변을 장악한 초입을 지나는 동안에 곳곳에서 파초일엽을 만났다.

파초일엽은 양치류 관엽식물로서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식물이다. 우연이 아니고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으로 봐서 자생인 것도 있지만 이곳 정비와 단장 시에 식재한 것으로 보였다.  여덟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조명이 켜진 채 안내를 했다. 인조석에 불이 켜지도록 만든 작품인데 야간 산책을 위하여 구성을 한 것이다.

제지기가 좀 늦장을 부리는 때문에 끄고 싶었는데 스위치의 존재를 모르는 까닭에 씁쓸히 바라보며 올랐다. 중턱 위쪽에 전망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며 이곳에 삼각점이 있다. 정상과 상관없이 세워졌지만 커다란 바위를 쉼터로 여기고 잠시 전망을 즐길 수가 있다. 동쪽 해안과 인근의 비닐하우스 풍경이 펼쳐지고 한라산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암벽 쉼터에서 전망과 숨 고르기를 한 후 다시 정상으로 가다가 화구 안쪽을 살피기 위하여 오름 중심부로 향했다.

그러나 하절기를 맞아서 절정을 이룬 수풀들이 곳곳을 장악하여 좀처럼 전진이 어려웠다. 제지기는 원추형으로 구분을 하기 때문에 굼부리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나 폭발이 이뤄질 당시에 팬 자욱임은 확실하다. 정상부에 도착을 했는데 휴식용 벤치와 운동기구들이 있다. 인근 주민들은 조석으로 이곳을 산책과 운동을 겸하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가 흐르는 데다 전망이 좋아서 지루함이나 식상함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제지기의 심벌이라고나 할까. 오래전부터 쌓아놓은 돌탑이 제지기 오름 지기이면서 정상을 알리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의미를 부여한 돌탑인지는 모르겠지만 찾는 이들로서는 포토존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정상부는 외부에서 보는 모양과 달리 널따랗고 평평하게 이뤄져 있고 휴식과 전망이 용이한 편이다.

 

정상부에 오르면 양쪽에 전망을 할 수 있는 두 곳이 있다. 가까운 곳에 섭섬(숲섬)이 보이고 그 뒤로 문섬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칠십 리를 이끄는 범섬은 시야에 가렸다. 제지기오름에서 섭섬까지는 불과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이다. 해안과 더불어 바로 앞에 보목리가 평화스럽고 한가하게 보였다. 서귀포 칠십 리를 거론할 때 앞바다의 섬 세 곳을 횡단하는 거리에 기초를 하는데 이 3곳은 범섬과 문섬, 숲섬(섭섬)을 말한다.

그 옛날 해녀들이 태왁을 짚고 물질을 하면서 이 세 섬을 도는 거리가 칠십 리라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고즈넉하고 여유로움까지 풍기는 보목리 마을을 바라보는 동안은 서귀포의 평화로움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해안길 진입로로 하산을 했다. 설령 올레길을 따르는 과정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백(back) 코스를 거부했을 거다.

반대편 초입과 비슷한 식물들이 자생을 하고 있고 산책로 구성도 비슷하지만 내리막인 만큼 기분은 다르게 느껴졌다. 해안 길에는 제주의 정취가 묻어나는 옛집들이 있으며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변모한 곳들도 보인다. 이들은 하나같이 저마다 특별한 컨셉으로 이뤄지고 운영이 되는 모습이다. 변화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제주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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