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족은개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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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족은개오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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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664m 비고:79m 둘레:1,750m 면적:175,778㎡ 형태:말굽형

족은개오리

별칭: 개월오름. 견월악(犬月岳)

위치: 제주시 봉개동 산 78-1/용강동 산 14-1번지

표고: 664m  비고:79m  둘레:1,750m 면적:175,778㎡ 형태:말굽형  난이도:☆☆☆

 

 

열악한 환경과 입지로 찾는 이들이 없으나 자연미가 남아 있는 개오리家의 막내.

제주에서 사용하는 수치나 순서 등과 관련한 방언은 참 흥미롭다. 첫째와 둘째, 세째, 넷째를 각각 큰, 샛(셋), 말젯, 족은 순으로 부르는데 3형제일 경우는 말젯이 빠지게 된다. 개오리는 세 개의 산 체가 이어졌는데 이를 두고서 개오리 형제로 구분을 하며 큰개오리와 샛개오리 그리고 족은개오리로 부르고 있다.

이 개오리는 가오리를 일컫는 제주 방언이며 오름의 모양새를 두고서 표현하였으나 여느 오름들이 그러하듯 실제와 비교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또한 한자로 견월악(犬月岳)으로 표기를 하는데 이는 풍수지리에 기초를 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개(犬)가 달을 바라보면 짖는 형세라고 하여서 붙은 명칭인데 아마도 큰개오리 정상에서 달을 바라보는 개를 연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오리오름과 관련하여 자료에는 삼형제로 나와 있는데 실제 봉우리는 다섯 개로 나눠졌다.

세 곳 외에는 알오름으로 취급을 한 것으로 여겨지나 구역을 중심으로 하는 산 체는 다섯 식구들이 모여 있는 형태이다. 샛개오리와 족은개오리로 이어지는 능선은 분명히 독립형이지만 굴곡을 따라 하나로 이어지는 화산체로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러한 형세를 두고서 가오리라는 표현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산에서 바다 물고기를 떠올린 것을 보면 흥미롭기만 하다.

다섯 봉우리의 복합형  산 체이나 족은개오리는 알오름을 배제하고 세 개로 명칭이 붙은 오름 중 막내 격이다. 비고(高)는 79m로서 서향(西向)의 말굽형 화산체이며 실제 샛개오리보다는 산 체의 규모나 높이에서 앞선다. 그러면서도 숨은 오름 중 하나이며 주변에 좋은 여건을 갖춘 오름들이 있어서 외면당하는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샛개오리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숨은 오름 중 하나였다. 주변에 큰개오리를 비롯하여 대나(절물)오름과 거친오름 등에 가려져 있는 데다 이들 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작기 때문에 숨은 꼴이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서 한라생태숲이 생겼고 이곳을 따라 숫모르 편백숲길이 생겨나면서 지금은 필수 경유 코스가 되었다.

따라서 숫모르 편백숲길을 탐방할 경우 자연스럽게 샛개오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족은개오리는 아직도 숨어 있는 화산체의 입장이며 찾는 이들도 거의 없는 편인데 실상 오름으로서의 환경이나 입지에서 특별한 점이 없는 때문이기도 하다. 

 

-족은개오리 탐방기-

숲 산책을 떠나서 오름 탐방에 의미를 부여할 경우 샛개오리 하나만을 만나는 것은 시행착오이다. 족은개오리나 진물굼부리 아니면 거친오름이나 대나오름 등과 연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여러 방향에서 초입을 선택할 수가 있다. 첫 눈이 내리고 난 후 주말을 맞아 개오리 삼형제를 찾아 나섰던 날 일행들과의 작전은 날씨 등의 조건 등을 고려하여 한라생태숲을 초입으로 정했다.

모처럼 숫모르 편백숲길을 포함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고 구태여 큰~샛~족은으로 이어는 루트를 따를 필요는 없는 때문이었다. 한라생태숲 주변을 빠져 나오고 이제 샛개오리의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동절기에 접어든 아침은 햇살이 늦게 비추기 마련인데 산 기슭을 따라 올라온 햇살이 나무 가지 사이로 강하게 비추면서 눈싸움이 이뤄졌다. 샛개오리의 허리를 지나면서는 거친 숨소리가 들렸지만 거리가 길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편은 아니었고 이내 샛개오리의 정상부에 도착을 했다.

숲길 조성 후 이곳을 경유하게 했고 쉼터도 조성을 한 때문에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휴식을 겸하는 장소로 사용을 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족은개오리의 산 체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큰개오리의 모습이 확인되었다. 위치가 중심을 차지한 만큼 이곳에서 큰개오리로 이어갈 수도 있지만 정해진 탐방로가 없는 데다 눈이 쌓여서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족은 개오리 방향으로 직선형을 통한 전진도 되지만 역시나 여의치가 않았다.

결국 편안한 루트를 선택했다. 좀 더 숫모르 편백숲길로 구성이 된 곳을 따라 가다가 능선 아래로 진입을 하기로 했다. 샛개오리의 기슭을 내려선 지점에서 이제 족은개오리를 향하여 숲 안으로 들어섰다. 나무들 사이로 산 체의 모습이 확인되었고 적당한 곳을 선택하여 진행을 하였다. 올라온 곳의 반대편 기슭과 아래로는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한라생태숲과 절물휴양림을 연결하는 숲길은 이런 환경을 감안해서 숫모르 편백숲길이라고 명칭을 정하였을 것이다.

이곳의 편백나무들은 197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조림이 되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말 그대로 피톤치드 공장이 되었고 음이온 마트이자 힐링발전소가 된 셈이다.  딱히 탐방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고(高)가 말해주듯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난히도 상산나무와 잡목들이 많아서 오르는 내내 걸리적거렸다. 잎을 떠나보낸 상산나무들은 예리한 가지를 통하여 불법자들의 만행을 저지하며 전진에 방해를 했다.

아마도 늦봄에 이곳을 찾는다면 진한 상산향이 응원을 하겠지만 꽤나 애를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도착을 했다. 이렇다 할 표식이나 특별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망도 없는 데다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에워싸고 있을 뿐 족은개오리의 위대한 면모는 보이지가 않았다. 그나마 겨울을 앞두고 있는지라 나무 틈새로 일부 전망이 되었다. 유난히도 크고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소나무 두 그루를 담는 것으로 정상 인증을 대신했다.

족은개오리 역시 숨은 오름이지만 막상 만나고 나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모쪼록 다섯 가족들과 알콩달콩 잘 지내기를 소원해주며 작별을 고했다. 건너편 기슭을 따라 이동을 하니 거친오름이 보였고 우회를 할 경우 진물굼부리를 만날 수 있지만 올여름에 일부러 찾았던 만큼 이번에는 제외했다. 대신에 굼부리처럼 넓은 초지가 있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아마도 누구 하나 쌓인 눈을 밟지 않아서 자연미가 살아있고 열린 풍경이 기다릴 거라는 예감 때문이었는데 역시나 정황을 벗어나지 않았다.

월드컵 경기장을 꾸려도 될 만큼 넓고 광활한 초지가 나왔고 많은 눈은 아니지만 초지를 덮은 모습에 일행들은 환호를 질렀다. 한쪽에 잘 자란 삼둥이낭(3둥이 나무)이 보였는데 머뭇거리는 사이 어느새 일부 대원들은 삼둥이를 향하여 질달음을 쳐 인증하기에 바빴다. 차라리 앙상한 나무로 변했기에 더 운치가 있었다. 하늘도 내 편. 구름도 내 편. 쌓인 눈도 우리 편이요 드넓은 초지도 우리 편이 되어주었다. 선 채로 앞쪽을 바라보니 큰대나(절물)오름이 시정권 안에 들어왔다. 정상의 전망대를 비롯하여 화산체가 뚜렷하게 보였다.

 

방향을 돌리니 이번에는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의 중심이 보였다. 이런 날은 애써 백록담으로 향했어도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느껴졌다. 조금 더 각자의 시간을 가진 후 모인 다음 초지의 끝부분에 선 채로 족은개오리를 보는 것을 끝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어차피 정해진 탐방로가 없는지라 적당한 곳을 선택하여 진행을 했다. 딱히 접근할 곳으로 선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 절물휴양림 내의 장생이숲길이나 숫모르 편백숲길과 연계할 지점으로 결정을 했다.

그 과정에서 실로 아름다운 시행착오를 하는 결과를 낳았다. 곶자왈을 방불케하는 숲을 비롯하여 머체왓처럼 이어지는 자연림 지대를 지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숨은 숲이며 감춰진 자연의 치부를 통과하는 행운이자 거친 행보를 이어갔던 것이다. 거친 숲이지만 여유 속의 힐링을 하다가 마침내 숲길 탐방로로 나왔다.

장생이숲길과 숫모르 편백숲길이 연계되는 곳이다. 이제 마무리 과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기적인 생각일까. 숨겨진 초자연의 깊은 곳을 만나고 원시적 생태의 공간을 차지했었음에 비로소 작은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이제 절대 시치미를 필요로 해야 했다. 우린 그저 한라생태숲을 초입으로 한 숫모르 편백숲길을 걷고 있을 뿐이라고 우겨댈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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