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쓰러져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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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쓰러져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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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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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쓰러져도 괜찮아

               

쓰러져도 곱다 1

 

 

태풍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뜨거운 볕이 여지없이 내리쬐는군요.

얼핏 숲이 정돈된 듯 보이지만 정작 어제의 혼돈 속을 견딘 생물들이 일제히 내뿜는 아린 향기가 숲을 진동시킵니다.

태풍이 몰아치기 전 어여쁜 꽃을 피워냈던 제주상사화의 사정이 여의치 못하네요.

 

 

쓰러져도 곱다 2

 

 

애써 꽃을 피웠건만 꽃줄기가 꺾이어 바닥으로 나자빠진 꽃들이 대부분입니다.

1월부터 언 땅을 녹이며 애써 잎을 돋아내며 열심히 영양분을 끌어 모아 저리 예쁜 꽃을 피워놓았건만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겠습니다.

 

 

쓰러져도 곱다 3

 

 

참, 제주상사화는 추운 시기에 잎을 돋아내 봄을 지내다가 6월부터 잎이 시들면서 없어져버립니다.

그 사이 꽃을 피워내지 않아 마치 잎만 무성히 돋아내었다가 한순간에 시들어 죽어버리는 것처럼 보이지요.

 

 

쓰러져도 곱다 4

 

 

하지만 잎이 시든 후 8월이 되면 난데없이 기다란 꽃줄기를 올려내 그 끝에 꽃을 피워냅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거친 폭풍우를 이겨내고 반듯하게 서있는 꽃들에게서 느껴지는 감동은 그 이상이겠지요?

 

 

쓰러져도 곱다 8

 

 

제주상사화라는 이름에서 상사화(相思花)란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서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람들은 이 식물의 생활 방식이 애절해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쓰러져도 곱다 5

 

 

그렇다면 꽃줄기 밑 부분이 꺾여 아릿한 향기를 내뿜는데도 또르르 말린 모습이 꽃처럼 예쁘다며 감탄사를 내뱉는 사람의 마음을 철없다 해야 할까요?

 

 

쓰러져도 곱다 6

 

 

어찌되었든 견디기 힘든 고된 시간을 무사히 버티고 우뚝 솟은 제주상사화가 대견합니다.

 

 

쓰러져도 곱다 7

 

 

또한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꽃줄기 끝에서 마지막 혼을 불태우는 꽃들의 모습 또한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꽃이 바닥에서 시들어 열매를 맺지 못한다하여도 내년 봄이면 빠르게 잎을 돋아낼 것을 알고 있으니 그리 서글픈 시선은 주지 않으렵니다.

 

지금쯤이면 많은 분들이 태풍피해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겠군요.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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