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곤충들 끌어 모으는 거지덩굴
유난히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거지덩굴이 여전히 꽃을 매달고 있더군요.
사실 꽃잎과 꽃받침 그리고 수술마저도 떨어진 꽃들이 대부분인데 한 달 전부터 쉼 없이 피어나는 꽃으로 여러 곤충들이 찾아듭니다.
요즘은 특히 벌종류가 많이 보입니다.
복부 첫마디가 호리병모양인 큰뱀허물쌍살벌이 막 피어난 꽃을 찾아 요리조리 날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어 보이더군요.
이름이 재미있지요?
이 벌은 관목의 가지나 활엽수 잎의 뒷면에 타원형의 집을 짓습니다.
큰뱀허물쌍살벌과 비슷하지만 달라 보이는 벌이 그 곁을 맴돕니다.
제주왕바다리이군요.
제주왕바다리는 관목의 가지 혹은 인가의 처마 밑이나 돌담 사이 등에 집을 짓는데 중앙에 꼭지가 달려있는 원뿔모양으로 만듭니다.
위에서 본 두 종류보다 크기가 조금 더 큰 홍다리조롱박벌도 자그마한 거지덩굴 꽃에 매달리는군요.
온몸이 새까만데 가운뎃다리와 뒷다리가 붉은 색을 띱니다.
홍다리조롱박벌은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애벌레의 먹이가 될 베짱이류나 매부리류를 사냥해 집어넣고 구멍을 막아버립니다.
벌들이 각각 생김새와 특성이 다르지요?
한 달 전 보았던 꽃차례에는 어느새 새까맣게 익은 둥근 열매들이 매달려있네요.
누군가 물어뜯었는지 종자가 드러난 열매 안쪽을 자그마한 개미가 더듬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꽃과 열매를 함께 매달아 여러 곤충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거지덩굴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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