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쳇망오름(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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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쳇망오름(광령)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0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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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354.9m 비고:55m 둘레:2,007m 면적:238,510㎡ 형태:말굽형

 쳇망오름(광령)

별칭: 망체오름. 쳇망. 천망악(川望岳)

위치: 애월읍 광령리 산 138-1번지

표고: 1,354.9m  비고:55m  둘레:2,007m 면적:238,510㎡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의 유래와 달리 등성과 굼부리 등 화산체로서의 입지가 확실하고 전망이 좋은.....

쳇망은 오름 자체의 해발이 1,354.9m의 높은 지점에 위치했지만 사실상 비고(高)가 55m이기 때문에 등정만을 놓고 거론하다면 보잘것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9부 능선에서 진입을 하고 거친 숲을 지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진행하는 과정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하나둘씩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있는 것은 그만큼 쳇망이 지닌 오묘한 매력과 전체적인 뷰와 느낌이 좋은 때문이다. 

한라산 자락에 안긴 오름이야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정상부 둘레를 돌아보는 동안에 만나는 주변과 원거리로의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미세먼지 중대나 황사 부대도 쳇망은 출입을 철저히 거부하기에 오로지 대자연 속에서 청정과 시원함을 느끼는 자연인이 될 수밖에 없다. 탐방의 묘미와 깊고 그윽한 맛이 한껏 풍겨나는 곳임은 틀림이 없으나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직까지 출입제한이 따르는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쳇망은 곡식이나 다른 이물질 등을 거를 때 사용하는 촘촘한 그물이나 대나무로 만든 도구인 '체'와 그 '망'을 비유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즉, 체의 망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며 다른 맥락으로는 체와 망이 바뀌었다고 해서 망체라고도 부른다.

한자로 천망악(川望岳)이라고한 점으로 봐서는 그 생김새나 의미와 달리 계곡과 숲을 비유하고 이곳에서의 전망을 두고 붙여진 것으로 짐작할 수도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명칭을 의식하여 현장에서 뚜렷하게 체+망을 그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또한 윗세오름으로 진행을 하면서 보이는 모습과 현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상황의 차이는 백지가 아닌 철판 두께라는 점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쳇망오름 탐방기-

사전 허가를 받은 취재단에 합류를 하는 행운이 따랐다. 비 탐방로인 만큼 아직까지 정로(路)가 이곳이다 하고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1100도로 950m 표석이 있는 곳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외 1,000m 지점과 어리목 휴게소를 출발하여 진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날의 여정은 1,000m 지점 영송을 초입으로 했으며 하산은 950m 지점을 선택했다.  

영송(靈松)은 사슴소나무/누운소나무 등으로 부르는 특별한 소나무를 지칭하며 그 장소를 일컫는다. 과거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로 선택되던 시기에는 신혼여행객들의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원형의 나무는 애석하게도 죽어 없어졌으며 그 뿌리 형체만 남아 있다. 대신에 그 주변은 보통의 소나무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아쉽기 짝이 없다. 초입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탐방로 자체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 조릿대왓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사르륵~바스락~부스럭.... 조릿대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현장이면서 이들은 좀처럼 길을 내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침판과 GPS와의 눈싸움을 거치면서 진행이 이어졌는데 3~40분 정도 지날 즈음 숲속의 작은 빈터가 나왔다.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주변에 있지만 중앙에는 평탄한 공간이 펼쳐지고 휴식 터와 볼거리들이 수북했다.

얼마를 더 전진했을까. 마침내 쳇망의 외벽이 나타났다. 그리움과 연민을 덧셈으로 애태우던 쳇망이 비로소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과정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한시름 놓이는 것은 방향 감각을 뚜렷이 알 수 있다는 안도 때문이었다. 그리고... 덤불과 수풀을 헤치고 작은 잡목 지대를 벗어나면서 고투 끝에 정상부에 도착했다.

그토록 애를 태우면서 우리를 기다린 쳇망이기에 주저하지 않고 감싸 안아줬다.  왔느냐고... 마음껏 즐기라고... 자신의 모든 품을 아낌없이 다 내어줬다. 정상부는 조릿대가 차지를 하고 있으면서 화구 상단부를 중심으로 사잇길이 나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 올라올지라도 화구 둘레를 돌아보는 것은 한 길이기 때문에 그 흔적이 뚜렷하게 보였다. 털썩 주저앉아서 일대를 바라보며 희열과 환희에 젖어보는 것도 잠시이고 주위를 둘러보기 위하여 이동을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100고지 주변과 삼형제오름이 나란히 이어진 모습이었다.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삼형제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눈 아래쪽으로 펼쳐지는 오름 군락 역시 얕볼 수밖에 없었다. 행여 먼 거리의 오름들은 심하게 시기와 질투를 보내는 때문인지 저들의 모습을 감추려 애를 썼다. 아니면 쳇망으로서는 오직 이곳에서 자신만을 즐기라고 방해를 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자신의 어깨를 딛고 모든 것을 즐기라는 뜻이겠지만 그래도 사방을 통하여 훔쳐보기를 하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산방산과 일대의 모습도 그 윤곽을 드러냈다. 날씨가 좀 더 좋을 때 찾는다면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를 비롯한 여러 곳을 보는 것도 문제가 아닌데 만족스러운 가시거리는 결코 아니었다. 방향을 돌리니 울창하고 빽빽한 숲이 이어졌는데 그 일대는 그야말로 대자연을 실감하게 해줬다. 

다른 쪽에서는 이스렁과 어스렁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저들도 함께 해줄 것을 심하게 요구해왔다. 눈앞에 펼쳐진 두 오름은 명칭이 특별한 만큼이나 매력이 있지만 역시 출입제한 구역이다. 오름의 화구를 따라서 방향을 돌리니 어승생악과 함께 제주시내권도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10부 능선을 훌쩍 넘긴 지대라서 아직 초록의 세상을 열지는 않았지만 넉넉하게 풍겨오는 숲 향기는 살아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봄이 천천히 불어왔다.

 

그리고 대자연이 실컷 불어왔다. 마파람과 하늬바람이 번갈아 전신을 휘감으며 이동을 명령했다. 앉은뱅이 조릿대들은 그 실감을 못할지라도 서 있는 나로서는 바람맞이를 넉넉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려서 시리도록 불어대는 바람은 12부 능선을 휘감으며 작은 고통을 안겨줄 정도였다. 이들의 세례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청정의 순백풍이기에 결코 얄밉지만은 않았다. 

반대편 능선과 분화구의 모습으로 눈길을 향하니 한없이 평온한 세상으로 느껴졌다. 거칠지도 빈약하지도 않은 화구 능선 주변 역시 다양한 잡목들이 차지를 하며 볼거리를 제공해줬다. 계절마다 변화가 이뤄질 그 모습들을 상상하다가 문득 가을이 깊어진 날에 다시 만나볼까 하는 욕심도 생겨났다.

여건이 된다면 분화구 역시 발 도장을 드리우고 싶었으나 결국 아쉽게도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다. 철쭉의 향연! 화구 능선을 다 둘러보고 끝 지점의 조릿대 군락에 털썩 주저앉으니 꽃망울을 맺힌 철쭉들이 눈싸움을 요구했다. 겨우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봄의 중심에서 비로소 천연색을 꽃피운 철쭉들이었다. 바라보는 이 없이 허전함에 처하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뽐내 보이고 싶어 할 것이다. 

하산의 초반부 역시 전투형 모드를 택했는데 일부 계곡길을 따라 내리다가 다시 조릿대 군락을 통하여 느린 진행을 해보지만 경사의 정도가 심해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수풀과 덤불 그리고 조릿대가 아우성을 치는 현장을 벗어나고 마침내 쳇망오름을 거치는 계곡을 만났다. 건천으로 변한 계곡은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줬다. 이후 950m 진입로로 연계가 되는 이른바 정로(路)와 인접한 곳에 다다르게 되었고 드디어 조릿대 사이로 길의 흔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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