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큰돌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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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큰돌리미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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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11.9m 비고: 82m 둘레: 2,471m 면적: 273.308㎡ 형태: 말굽형

큰돌리미

별칭: 도라미. 석액악(石額岳). 대석액악(大石額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253-1번지

표고: 311.9m  비고: 82m  둘레: 2,471m 면적: 273.308㎡ 형태: 말굽형  난이도: ☆☆

 

 

정상의 터줏대감은 바위들이지만 드넓은 굼부리가 있고 두 산 체가 어우러진 곳...

 

화산체마다 다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느낌 또한 다르기 마련이다. 물론 시간과 체력이 더러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만 오르미들에게 있어서 가끔은 부딪혀볼 만한 일이다. 이러한 진행형의 오름 탐방을 하는 데에 있어서 큰돌리미는 언제나 그 중심에서 진로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가 있다.

둥그스름하면서도 약간 휘어진 모습에서 돌리미라고 했으며 두 화산체가 나눠져 있어서 큰, 족은돌리미로 구분을 하고 있다. 또한 오름 정상부 등에 바위들이 있음에 연유하여 석액악(石額岳)이라고도 하며 큰돌(大石)이 있는 오름이라는 뜻과 근처에 있는 화산체와 견주어 각각 대석액악, 소석액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으며 이 자리는 오래전에 초지가 조성되었고 마소들의 방목장으로 이용이 되고 있다. 기슭을 따라 소나무들이 자라면서 숲을 이루고 있으나 북서쪽 등성을 비롯하여 곳곳에 바위들이 있으며 비탈과 사면의 일부에는 잡목들이 우거져 있다. 

정상에서 민오름 쪽을 바라보면 작고 낮은 산 체가 있는데 알오름이나 족은돌리미로 부르기도 하나 일부에서는 이곳이 큰돌리미라고 정리를 하고 있으며, 민오름의 알(새끼)오름으로 표기를 한 문헌도 있다. 그러나 이 산 체는 돌리미 형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큰, 족은을 가늠하는데 있어서 구분을 할 때 산 체의 비고(高)와 면적 등을 감안할 때 어쩐지 아리송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돌리미를 에워싼 것처럼 주변을 빙 둘러 화산체들이 있는데 민오름과 비치미를 비롯하여 백약이와 좌보미 등이 그 대표적인 오름들이라 할 수 있다.  돌리미 형제를 만나는데 있어서는 비치미 방향을 물론이고 민오름 등 주변의 오름들을 연계하여 탐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오름이라고 부르는 낮은 화산체는 특별히 진입할 필요는 없으며 본 체의 정상에 올라 앙증맞게 솟은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도로가 지나는 인근에 위치한 오름은 접근성이 좋겠지만 중산간의 안쪽에 위치한 오름을 만나기 위해서는 불편한 점도 따르게 된다. 하지만 바깥쪽의 오름을 넘으면서 만나는 오름은 어디까지나 덤으로 주어지는 코스이기에 투덜대기보다는 덧셈의 만남으로 여기는 것이 좋다. 마주하는 족은 돌리미를 거느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나지막한 등선이라서 탐방의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맛과 함께 소나무 숲 등으로 에워싸인 오름의 사면에서 매력 덩어리라는 느낌이 든다. 수산리에도 동명의 오름이 있으나 이곳과는 별개이며 정상부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는 데서 유래를 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큰돌리미 탐방기-

돌리미를 만나는 초입으로는 민오름과 비치미(오름) 등을 들 수 있으나 함께 연계를 하여 전진 코스를 택할 경우는 양방향 차량이 필요하다. 송당로(1112번 도로)를 지나다가 왼쪽의 송당 목장 입구를 통하여 칡오름과 민오름을 연계하는 경우와, 번영로에서 진입을 한 후 비치미(오름)를 오르고 난 후 바로 이어가는 방법도 좋은 편이다.

어쨌거나 큰(족은)돌리미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 이상을 경유하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송당 민오름을 올라갔다 온 후 동쪽 사면으로 내려왔다. 삼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목장 초지가 있고 동쪽으로 철조망이 길게 이어져 있으며 적당한 곳을 찾아서 넘어갔다. 목장으로의 진입인 이상 말 그대로 철조망 통과를 한 번은 해야 하는데 민오름을 서쪽에 둔 채 돌아서니 소나무 숲 사이로 길의 흔적이 보였다. 별도의 탐방로 구성이 안 되어 있지만 오히려 지연의 숲길을 걷는 느낌 그 자체가 더 좋았다.

선 님들이 지나다닌 흔적들이 보이기에 그곳을 따르면 되었고 이따금씩 끈이 묶인 모습도 보여 도움이 되었다. 떨어진 솔잎의 양이 많다는 것은 길의 흔적조차도 메워버린 결과이겠지만 100m가 채 안 되는 능선을 오르면서 불평과 투덜거림을 지닐 필요는 없었다. 이럴 때 빨간 끈이 안내를 도와주는 데다 행여 정해진 길이 아닐지라도 지나칠 정도의 수풀이나 가시덤불은 없는 곳이다.

소나무 숲을 지나서 능선의 허리를 넘어서자 바깥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큰돌리미의 어깨를 짚고 사방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눈인사를 받기도 전에 이미 차가운 샛바람이 얼굴을 먼저 두들겼고 얼마나 차가운지 눈물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눈물을 닦으면서 열린 공간으로 향하니 백약이오름과 좌보미오름 그리고 그 알오름들이 보였고 조금 전에 만났던 민오름까지 한 라인을 취하고 있었다.

주봉 가까운 지점에 오르면서는 나무 틈새로 햇살이 스며들었고 내린 눈이 녹으면서 바닥은 불편했지만 잠시 만난 햇살이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바위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는데 한쪽에 진달래가 꽃을 피운 모습이 보였다. 대체 지금 시기가 언제인데 이러고들 있느냐 하며 천천히 살폈다. 곱셈의 수줍음으로 마주하는 연분홍 진달래꽃은 처량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고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나 버틸지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주봉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러움도 있지만 큰 돌리미의 정상은 바위에 오르는 그 자체로서 등극의 완성이 이뤄진다. 사스레피 나무 몇 그루가 바위틈을 차지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공간조차 없었다. 그래도 정상인만큼 누려야 할 전망을 위하여 선 채로 사방을 바라봤다. 

휭~휭.....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시청각 현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가 더 커졌고 오래도록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계절을 달리하고 초록이 부르고 푸름이 유혹하는 시기에 찾는다면 돌리미와의 실감 나는 만남이 되리라 생각이 되었다. 나오는 길에 족은 돌리미를 경유하였지만 구태여 안쪽으로 갈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고 옆을 지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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