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테역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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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테역장오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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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846.3m 비고:50m 둘레:1,278m 면적:103,519㎡ 형태:말굽형

 테역장오리

별칭: 테역장올. 초장올(草長兀)

위치: 제주시 봉개동 산 78-2번지

표고: 846.3m  비고:50m  둘레:1,278m 면적:103,519㎡ 형태:말굽형  난이도:☆☆☆

 

 

나지막한 화산체이면서도 풋풋하고 싱그러운 잔디로 주변을 이뤘으나 환경의 변화로...

한자로 초장올(草長兀)로 표기를 하며 테역은 잔디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즉, 오름 주변에 잔디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인 셈이다. 예로부터 장오리 오름[長兀岳]의 하나로 인식하였으며, 구태여 세분할 때는 테역장오리 오름이라고 하였다.

정리하자면 테역(띠. 잔디의 제주 방언)과 장오리(장올+이)를 뜻하며, 이는 풀과 잔디가 많이 자라나는 길고 우뚝 솟은 화산체 정도로 풀이할 수도 있다. 장오리에 포함이 되는 화산체는 네 곳인데 물장오리를 시작으로 쌀손장오리, 불칸디오름(화장오리. 화장올/火長兀) 그리고 테역장오리이다. 이런 가운데 장오리의 뜻은 확실하게 전해지는 바가 없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한 지역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이와 관련하여 모여 있는 자체를 우선으로 장오리라고 한 것으로 짐작은 되나 우연의 일치인지는 정확이 알 수가 없다. 오름의 남쪽 비탈면은 잔디밭으로 이루어졌고 가파른 북쪽 비탈면은 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이루어졌다. 8부 능선에 위치하고 있으나 비고(高)는 불과 50m로서 전체적으로 사다리꼴 모양을 이루며 말굽형의 분화구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형체를 살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오름의 중심에서 남쪽 부분은 잔디로 된 둥근 모양이고, 북사면은 숲을 이루면서 가파르고 움푹 패어진 채 여러 갈래로 골이 패어 있다. 한편, 테역장올을 비롯한 오리 4인방 일대는 제주의 4.3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다. 간간이 돌탑 등의 흔적을 만나게 되지만 세월이 지났고 환경의 변화가 심하게 이뤄진 지금으로서는 당시 상황을 짐작하거나 상상으로 그려보는 것이 전부이다.

 

-테역장오리 탐방기-

역사적 의미가 담긴 쌀손장오리 현장을 둘러보고서 다시 진행 방향으로 이어갔다. 희미하나마 조릿대 사이로 길의 흔적이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물장오리나 테역장오리 둘 중 한 곳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지난여름에 물장오리를 이미 탐방을 했고 이번 입산의 허가에는 빠져 있어서 여정을 따라 테역장오리 방향으로 나아갔다. 쌀손장 능선을 거의 내려온 후 조금 더 이동을 하니 숲이 나왔고 얼마 후 계곡을 만났다. 

독립형 소화산체임을 확인 시켜주는 계곡이면서 4인방과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 중 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만큼 테역장오리로 가는 과정은 GPS와 감각을 통한 진행이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르는 동안 행여 철 지난 잔디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했지만 예상대로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환경이 바뀐 상태였다. 잡목들이 차지한 테역장의 허리 아래로는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이 바닥을 차지하여 그 아쉬움을 달래줄 뿐이었다.

허리 능선을 따라 오르다가 북쪽으로 열린 공간이 있어 심호흡도 가다듬을 겸 걸음을 멈추고 잠시 전망을 했는데, 견월악이 보이고 멀리로는 해안과 시내 전경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낮은 비고(高)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정상부에 도착을 할 수 있었는데 이렇다 할 이정표나 특징은 보이지 않았다. 일부 탐방객들이 흔적을 알리는 리본이나 끈이 매달려 있고 비뚤어진 채 자생을 하는 나무와 쓰러진 나무가 특별한 정도였다.

사방을 전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다소 아쉬움을 느껴야 했는데 그나마 물장오리 등성이 보였고 우측으로 조금 전 거쳐 온 쌀손장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까지...... 오름이나 산행에서 묘를 만나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곳은 특별함이 느껴졌다. 그 옛날 이 깊은 산중까지 상여를 메고 와서 산담까지 쌓았다는 것은 분명 사연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정상부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망도 부실한데 뚜렷하게 살펴야 할 입지도 떨어진 때문이었다. 아쉬움을 떨구면서 하산을 시작하였다.

 

11월의 마감이 가까워진 시기라 주변은 온통 퇴색으로 변했지만 연보라빛 열매가 보였다. 볼품없는 주변을 대신하여 유일하게 눈싸움을 걸어오며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한 주인공은 노린재나무 열매였다. 천연색의 아름다운 빛을 머금은 때문이라도 좀 더 어여쁜 이름으로 부르면 좋으련만...... 무심코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곳을 따라 이동을 하는 중에 녹슨 쇠 파이프가 부러진 채로 방치된 모습이 보였다.

누구에 의해 가설이 되었었는지와 그 용도의 여부는 궁금함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이 되기 이전에 물장오리의 물을 빼가기 위하여 인근 골프장에서 매설한 파이프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물장오리 인근이라 함은 구태여 어느 골프장이라고 거론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 흔적이라도 전부 치워주면 좋으련만 아직도 볼 상스럽게 남아 있었다.

테역장오리의 기슭을 벗어난 후 어느 정도 지나고 다시 골짜기가 나타나면서 다른 화산체와의 구분을 지어줬는데, 성진이(오름)가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고 이날의 여정 중 마지막으로 탐방하게 될 곳이었다. 계절이 그러하듯이 계곡은 을씨년스러울 만큼 허허한 모습이었다. 이미 떨어진 낙엽들은 건천 계곡에 고인 물 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바람에 못 견디고 세월의 순리를 따른 이들은 무질서 속에서도 더러 볼품이 있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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