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토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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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토산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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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175.4m 비고:75m 둘레:2,829m 면적:398,823㎡ 형태:복합형

토산봉

별칭 : 망오름 . 토산봉(土山峰. (兎山峰)

위치 : 표선면 토산리 산 13번지

표고 : 175.4m  비고:75m  둘레:2,829m  면적:398,823㎡  형태:복합형  난이도:☆☆☆

 

 

토끼가 달을 바라보며 소망했던 자리에는 봉수대가 있었고 마을의 중심을 차지한...

망오름으로 더 알려진 곳이면서 화산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곳이다. 오름이 위치한 마을 명칭과 관련하여 토산봉이라고 하였는데 한자(兎山峰)의 뜻을 풀이하면 다소 의외로 느껴진다.

설촌 이후 초창기에는 土山峰이라고 하였다가 훗날에 兎山峰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이는 풍수지리설에서 이 마을 일대의 지형지세가 옥토망월형(玉土望月形)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의 오름들에서 동물과 관련하여 모양새나 터전을 두고 명칭이 붙은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유래이다. 그러면서도 망오름으로 잘 알려진 것은 정상에 봉수대가 있었던 때문이며, 제주의 해안을 빙 둘러 일부 오름들에 설치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토산봉수는 서쪽으로 자배봉수와 동쪽의 달산봉수와 교신을 했는데 이곳들 역시 망오름으로도 부르는 곳들이다. 한편, 토산봉은 산 체의 중심을 기준으로 나눠서 구분하기도 하는데 앞쪽은 망앞이라 하고 뒤쪽은 망뒤라 부르며, 토산 1리와 2리는 각각 웃토산과 알토산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짐작을 하건대 마을의 중심을 차지한 채 여러 면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오름이라 추측을 할 수가 있다.

또한 이 오름의 북동쪽과 아래쪽으로는 가세오름이 위치했고 북망산을 비롯하여 몇 개의 화산체들이 있으며, 알오름으로 구분이 된 염통오름과 경월지악, 진동산 등 독립형 소화산체들이 어우러져 있다. 기슭 아래에서부터 등성을 따라 정상부로 이어지는 곳은 깊은 숲으로 이뤄졌으며, 대체적으로 큰 경사가 없이 평평한 편이나 등성마루가 길게 이어지고 지세가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

동서 쪽으로 벌어진 2개의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으며 남서쪽으로는 구릉지대를 이루고 있으면서 숲이 울창한 편이다.  여러 방면에서 진입이 가능하며 자연환경적 요인이 무난하여 대체적으로 탐방의 맛이 살아나는 곳이다. 특히나 마을과 인접한데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제주올레(4코스)가 지나는 등 찾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오름이다. 현장에 적힌 내용 중에 '토산 마을을 형성시킨 씨앗이요 뿌리이다'라는 말이 실감이 되는 화산체임이 확실하다. 

 

-토산봉 탐방기-

어차피 모든 오름을 만나는 것은 리턴 매치 형식이 되겠지만 계절을 달리하고 의미를 하나 더 부여하면 결과도 다르게 마련이다. 이동성을 감안한다면 거리의 부담도 있겠지만 올레길과 인근의 모처를 함께 찾은 김에 토산봉을 오르기로 했다. 이미 익어버린 계절이지만 산책로의 입지와 날씨가 배려하는 여건이 좋으니 다홍치마를 걸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토산봉은 진입로나 순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진형이 아닌 이상은 길게 이어지는 산 체를 돌아보는 과정에 있어서 미리 판단을 하는 게 좋다. 계단을 오른 후 낮게 이어지는 경사를 따라 들어가는데 벌써 숲 향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한낮의 햇살이 심술을 부렸지만 깊은 숲을 이룬 기슭의 배려가 우선이었다.

인위적인 그 아무것도 없는 자연의 길. 탐방로라고 정하지도 않았건만 찾는 이들의 흔적은 곱고 편안한 길로 단장을 시켜 놓았다. 치부의 일부마저 벗겨진 산 체이지만 떨어진 솔잎과 낙엽들이 치유를 위하여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흙길은 엉성하나마 자연 미를 지닌 채 훌륭하게 치장이 되어 내딛는 걸음에 흥을 실어줬다. 갈림길이 몇 차례 나오지만 현장의 안내판을 참고하면서 진행을 하면 되었고, 지형과 지세가 복잡하게 이어지는 산 체인만큼 딱히 정상을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 등성마루의 위쪽에 도착할 즈음 옆으로 난 소로를 따라 들어가니 산담이 보이고 묘지가 나왔다. 성장의 진행이 이어지는 잡목들이 방해를 하지만 어느 면으로 봐도 명당이라 할만했다.

일부는 숲으로 에워싸였으나 오래전의 환경은 이보다 더 좋았을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망자를 맡겼던 후손들로서도 이만한 자리를 선택하면서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한쪽 등성마루에는 봉수대 터가 있는데 이는 망오름과 관련이 있는 토산봉수대의 자리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해서 서쪽의 자배봉수와 동쪽의 달산봉수와 교신을 하였으며 그 중심에 위치한 토산봉수가 있었다.

입구에 이곳의 유래를 알리는 간단한 안내문과 울타리가 전부인 터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봉수대 자리 옆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흙길을 따라 이동을 하다가 걸음을 멈췄다. 출신 성분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지만 한데 어우러진 모습에 별거 아니지만 멈칫했던 것이다. 외래종이면서 이미 걱정이 될 만큼 개체 수가 넘쳐나는 개민들레는 일대를 잠식해버렸다. 이런 가운데 보랏빛 엉겅퀴가 우쭐대려 애를 쓰지만 식구들이 턱없이 모자랐다.

작은 소리로 앵앵거리며 나타난 벌은 그래도 노란 바탕에는 얼씬 거리지도 않으면서 엉겅퀴를 향하여 진하게 입맞춤을 하였다.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산책로 주변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흔하게 눈에 띄는 곰솔 외에 친선과나무와 굴참나무 그리고 후박나무 등이 보였다. 그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하여 바닥은 떨어진 낙엽들이 차지하여 맨살의 흙길을 덮어 부드럽게 대해줬다.

 

다른 방향으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친환경 매트가 깔려져 분위기를 바꿔줬다. 봉수대가 있었던 현장과 함께 봉우리가 솟은 곳은 다른 능선에도 있는데, 전망대가 만들어진 곳에 오르면 남쪽과 동쪽으로 열리는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실상 토산봉의 백미이면서 오른 자들에게 휴식과 전망의 터가 되는 장소인 셈이다.

토산봉의 북동쪽에 위치한 가세오름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두 오름 사이에는 몇 개의 화산체들이 있지만 이른바 새끼오름이라 부르는 알오름들로 구분이 되었다. 북망산을 비롯하여 염통오름과 경월지악, 진동산 등 별칭을 지닌 소화산체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아쉽게도 알오름이라고 한다. 

여름날의 자연은 전망대 주변을 에워싼 채 일부를 가렸지만 먼 곳의 풍경은 더 아름답게 보였다. 실루엣처럼 이어지는 오름 군락들은 풍경 그 이상의 가치와 멋을 느끼게 해줬다. 오름에 올라야 오름을 볼 수 있고 정상에 올라야 더 잘 보인다는 진리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송악도 성장의 계절에 부지런히 참여를 하였다.

영역의 구애를 모르고 질서의 규율을 모르지만 주어진 환경을 따를 줄은 알고 있었다. 겨우내 빨간 열매를 내밀어 눈길을 훔치는 자금우는 이제 줄기와 잎의 성장에 애를 쓰고 있었다. 토산봉은 시간이나 체력에 따르는 조절이 가능한 오름으로써 선택의 폭이 있다.

능선을 따라서 두 개의 봉우리를 넘나들면서 탐방할 수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자연 미가 그윽한 산 체이다. 이곳을 경유하는 코스로 알토산마을과 주변 해안 그리고 거슨새미(샘)가 있어 연장의 여정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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