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비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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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비목나무
  •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18.10.02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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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비목나무

 

초연(硝煙)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선구자, 반달 등과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가곡이다.

1964년, 백암산 비무장지대에서 육군 소위로 근무하던 한명희 씨는 어느 맑은 밤에 순찰을 돌다가 양지바른 산모퉁이에서 녹슨 철모와 이끼 낀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한다.

한국전쟁 때 처참하게 죽어간 이름 없는 젊은이의 초라한 무덤이었다.

 

그는 무엇인가 사연을 간직한 것 같은 이 현장을 기억해두었다가 훗날 가사로 엮고 장일남 씨가 곡을 붙여 가곡 〈비목〉이 탄생한다.

6월이면 비목의 가사처럼 가슴이 저며 오는 지나간 우리의 아픈 상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비목나무는 가곡의 비목과 발음이 같아 사람들은 초연 속에 사라져 버린 비극의 주인공들을 상징하는 나무로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비목나무는 가곡 비목과 달리 보얀목이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산 어디에서나 자라는 흔한 나무 중 하나다. 옛 관리들은 재임기간동안의 자기 업적을 비(碑)에 새겨서 남기기를 좋아하였다.

 

목민심서 6장 유애(遺愛)편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판서 이상황(李相璜)이 충청도 암행어사가 되어 괴산군에 닿았는데 미나리 밭에서 한 농부가 나무 비에 진흙 칠을 하고 있었다.

어사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하니 ‘이것은 바로 선정비요’라고 대답하였다. 왜 진흙 칠을 하는지 다시 물었더니 ‘암행어사가 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방이 나를 불러 이 비를 세우게 하였소. 혹시 눈 먼 어사가 이것을 진짜 비로 알까봐 걱정되므로 진흙 칠을 해서 세우려는 것이요’ 하였다.

 

어사가 그 길로 바로 동헌으로 들어가 먼저 진흙 비의 일을 따지고 고을원님을 봉고 파직시켜버렸다. 나무로 비를 만든 비목(碑木)과 비목나무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비목나무의 목재는 나무질이 치밀하고 잘 갈라지지 않아 기구재나 조각재로 사용되기는 하나 관리들의 거창한 업적을 적어 넣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나무이다.

 
   

굳이 관련이 있다면 달랑 나무토막 하나에 이름 석 자라도 새겨지는 것으로 풍진세상을 하직하는 민초들의 무덤 앞에 흔히 세워진 나무들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비목나무.

비목나무는 녹나무과 생강나무속의 낙엽활엽 관목이다.

옛날에 서민들이 비석의 나무로 이용 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보얀목, 윤여리나무라고 불리 운다.

열매와 잎이 아름다워 정원수로 심는다.

꽃은 암수 다른 나무로 4월에 연노랑 빛으로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작은 우산 모양의 꽃차례에 달린다.

 

꽃은 화려하지는 않으나 깔끔한 모양으로 품위가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거꾸로 세운 피뢰침 모양이다.

키는 5~10여m정도 자라지만 지름이 20cm정도의 나무가 많다.

열매는 작은 콩알 크기 정도이고 처음은 초록색이나 다 익으면 붉은빛으로 익는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퇴직후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지난 5년 전부터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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