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파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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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파군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0.0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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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84.5m 비고: 50m 둘레: 1,092m 면적: 59,269㎡ 형태: 원추형

 파군봉

별칭: 바굼지오름. 바구미오름. 파군봉(破軍峰)

위치: 애월읍 하귀1리 668-1번지

표고: 84.5m  비고: 50m  둘레: 1,092m 면적: 59,269㎡ 형태: 원추형  난이도: ☆☆ 

 

 

마을과 인접했으나 변화가 이뤄졌고 삼별초와 여몽 연합군이 공방전을 치렀던 격전지...

 

오름의 모양새가 바굼지를 닮았다고 해서 명칭이 붙었으며 바굼지는 제주 방언으로 바구니를 일컫는다. 다른 맥락으로는 바구미(오름)라고도 부르는데 이 역시 방언으로 박쥐를 뜻하는 말이며 생김새를 빗대어 붙은 명칭이다.  또한 이곳은 여몽 연합군이 삼별초군을 격파시킨 곳이라 하여 파군봉(破軍峰)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외형을 두고서 두 명칭을 거론하기란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바굼지오름으로 부르기에는 애매하고 파군봉이라고 부르기에는 모호하다는 뜻이다. 마을과 인접한데다 변화와 발전이 가속화된 주변인지라 오름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이 풍기지는 않는다. 오르는 과정이 어렵지 않고 정상에서 일부 전망이 가능한 때문에 산책형 탐방으로 어울릴지 모르지만 뭔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주변이 농경지나 들판을 포함하는 여건이라면 그나마 더한 사랑을 보낼 수도 있으련만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서고, 한쪽은 사찰(월영사)이 자리하고 있어 균형미마저 사라진 상태라 아쉬움이 크다. 한편, 산방산 근처인 사계리에 단산이라 부른 오름이 있으며 이곳과 더불어 바굼지오름이라고도 부른다. 제주의 오름을 거론할 때는 지역보다는 단산이나 파군봉을 추가로 알려서 혼동을 없애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오름의 명칭들 대부분이 생김새나 유래 등을 기초로 하여 붙여진 점을 생각한다면 방언일지라도 바굼지오름이 더 어울려 보이기는 한다. 이미 지난 역사이고 세월에 묻혔지만 파군봉 자체가 요새였고 격전지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러 아프기도 하다. 여원(麗元) 연합군이 상륙하자 삼별초는 바굼지 일대에 진을 치고 방어전을 펼쳤다.

삼별초와 여몽 연합군이 공방전을 치렀던 격전지가 바로 파군봉인데 이후 중과부적으로 수세에 몰린 삼별초는 항파두리로 철수를 했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주변의 건물이나 농경지 등이 말해주듯 변화가 심하게 이뤄졌으나 화산체로서의 입지를 나타내는 퇴적층과 용암의 쇄설물 등을 곳곳에서 볼 수가 있다.

거칠지도 험악하지도 않은 산세가 말해주듯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고 하기에는 믿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다소 적막할지라도 평온함을 지닐 수 있으면 좋으련만 변화의 물살을 타고 아파트와 도로가 생겨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정상에 올라서 망망대해를 향해 청정의 그림을 만나려 해도 외도와 하귀리 지역 등의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 건물들이 우선 눈에 다가온다. 

주변에 이렇다 할 숲이나 산책로가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는 다듬고 손질을 할 필요가 있다. 오름의 전반적인 생태는 소나무가 주종으로 이뤄졌으며 그 외 여러 잡목들이 자라고 있다. 정상을 기준으로 할 때 등성마루가 활처럼 길게 뻗어 내렸는데 동쪽 봉우리는 하귀와 광령리로 이어지는 고개까지 이어져 있다. 표고가 85m이고 비고(高)는 50m로서 원추형 화산체이나 타원형으로 생긴 화산체이다.

도립예술단 건물을 좌측으로 끼고 소로를 따라가면 중간에 표석이 있는데, 이곳이 초입은  아니며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 사찰(월령사)이 나오고 현장에 넓은 주차 공간이 있다. 오름 기슭으로 향하는 진입로가 있지만 산책로라 하기에는 좀 허술한 편이다.

 

-파군봉 탐방기- 

월령사는 제주 불교성지순례길 중 제1 구간인 보시의 길에 포함이 된다. 비교적 길게 구성이 된 불교 성지 순례길이라 도보여행자들에게도 다소 부담이 되지만 월령사를 거치게 된다. 포장이 된 넓은 주차장을 시작으로 사찰 안쪽으로 가다가 우회를 하면 오름 기슭으로 오르는 곳이 보인다. 진입로에 도착을 하니까 찔레가 하얗게 꽃을 피워 반겨줬다. 워밍업도 ​없이 바로 올라야 하는 상황이라 찔레꽃 당신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자신과의 눈맞춤을 통하여 한 템포 쉬면서 화이팅이라도 하라고 전하려는 모양이었다. 초입에는 별도의 산책로 구성이 없었는데 경사가 있어서 밧줄이 놓여있었다. 건조한 날이라 구태여 필요가 없겠지만​ 성의가 고맙고 혼자이기에 행여 하는 마음으로 줄을 잡고 올랐다.  달리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바굼지를 향한 애정과 사랑으로 운치 있는 구성을 해주면 안 되었을까. 기슭의 절반쯤에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월령사​​ 대웅전 등이 더 훤하게 보였다. 

이어서 갈림길이 나왔는데 길이라기보다는 양방향을 선택하여 오르는 길목이었다. 그나마 순탄한 탐방을 위해서는 우측을 따라가야 하지만 되돌아온다는 자체가 싫어 애써 좌측을 택했다. 오르다가 화려하게 피어난 벌노랑(花)을 만났는데 이들과 밀어를 속삭이다가 작별을 건넨 후 일어나 허리를 펴니 남쪽의 풍경이 열린다. 이곳에도 기슭을 가로질러 오를 수 있도록 밧줄을 매달아 뒀기에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디를 봐도 탐방로 여기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점으로 봐서는 이해가 안 갔다. 행여 스님들이 산책을 겸하여 드나들 때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하라고 매달아 둔 표식일까? 한쪽에는 재선충병으로 생을 마친 소나무의 흔적들이 보였는데 잘려나가면서 그대로 주변에 떨어진 가는 가지와 솔잎은 이미 퇴색이 된 상태이었다. 가엾은 바굼지지기들...... 바굼지의 허리 중심에는 또 다른 길이 아닌 길이 생겨났는데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작업 차량이 드나들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차라리 이런 곳을 포함하여 정비하고 꾸민다면 그나마 산책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선충병에 당한 지금의 바굼지로서는 그런 그림을 그리는데 선뜻 허락을 하지 않겠는가.  정상부에 도착을 하고 먼저 북쪽으로 눈을 돌렸다.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해안과 하귀리 마을을 시작으로 외도권까지 보였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힘에 부치지도 않았지만 오르는 동안 어설프고 허접한 현장을 만난 때문인지 기분은 반전이 되었다.

이렇듯 오름은 언제나 오른 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해 주는데 오를 때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오르고 나면 그 에너지는 두 배가 된다.​ 낮으면 낮은 데로 높으면 높은 데로 반드시 그 보답을 해주는 게 오름이다.  정상부 주변에는 바위 몇 개가 있었다. 전반적인 산체의 정황으로는 있을 법한 상황이 아니건만 큼직한 바위들이 요소를 차지하고 있었다. 격전을 치렀던 현장이기에 그냥 무심코 바라보고 지나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행여 이곳에 삼별초의 장군들이 혼이 박혀있지는 않을까. 패배의 고통을 짊어진 삼별초군들의 넋이 맴돌고 있지나 않을까.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향하니 농경지를 비롯하여 오름과 한라산 자락이 보였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즐비하게 이어지는 오름들은 이름을 불러도 될 정도로 윤곽이 뚜렷했으나, 건물과 농경지를 비롯하여 사찰 등으로 에워싸인 바굼지는 어쩐지 균형미가 없게 느껴졌다.

하물며 산책로마저 허접한 상태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조금 이동을 하니 몇 개의 바위체가 모여 있었는데, 아마도 진지의 중심이 되었거나 초병들이 머물렀을 것으로 상상이 되었다. 아니면 장군들이 바위를 중심으로 걸터앉아 작전을 논의했던 곳일까.  오름 전체를 둘러보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그렇다고 비탐방로를 이용하여 둘러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형성한 잡목의 가지들이 부러질 염려가 우선일 텐데... 변화와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는 도심지기가 된 바굼지오름이다. 격전지라는 점도 세월이 씻어줬을 테고 외로움도 사라졌으니 ​찾는 이들에게 좀 더 편안하고 운치가 있는 모습으로 대하고 싶어 할 것이다. 자신의 허리나 어깨를 선뜻 내주며 보다 단장이 된 산책로로 꾸며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둘레를 따라 내려오니 다시 초입 때 진행했던 갈림길이 나왔는데 어차피 백(back) 코스로 끝이 나지만 길지도 않고 소요 시간도 짧기 때문에 무난했다. 초록의 계절이 더 깊어지면 주변은 수풀과 잡초들이 진입을 방해할 게 뻔한 일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도심 가까이에 있는 오름인 만큼 모쪼록 정비와 구성이 더 잘 이뤄지기를 희망해 보며 기슭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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