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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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0.1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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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87m 비고:37m 둘레:978m 면적:73,912㎡ 형태:말굽형

 활오름

별칭: 궁산(弓山). 궁악(弓岳)

위치: 서귀포시 강정동 3712번지

표고: 187m  비고:37m  둘레:978m 면적:73,912㎡ 형태:말굽형  난이도:☆☆☆ 

 

 

깊고 그윽한 자연미는 사라졌지만 변화가 이뤄지면서 정돈과 정비가 잘 된 화산체...

오름의 모양새가 활(弓)을 닮아서 붙여진 명칭이지만 제주의 여느 오름이 그러하듯 형상을 그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말굽형으로 북쪽으로 열린 굼부리가 있으나 과수원과 숲이 있는 데다 조경 사업으로 인하여 확실한 구분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자로는 궁산(弓山)이나 궁악(弓岳) 으로 표기를 하지만 활오름 정도면 잘 어울리는 표현이 될 것 같다.

불과 37m의 비고(高)를 두고서 탐방이라는 표현보다는 산책 정도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오름 사면은 조경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더 그런 쪽의 느낌이 실린다.  정상부의 해송들 외에 오름 능선의 사면을 따라 향나무와 동백나무 등을 시작으로 활. 침엽수가 심어져 있다. 또한 허리의 일부는 과수원이 있으며 현재까지도 경작이 이뤄지고 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잘 구성이 되어 있어 이곳을 따라 둘러보면 된다. 북향의 굼부리는 움푹 패어졌으며 서쪽 기슭에는 강정천의 상류가 지나고 동쪽 기슭 자락 멀리로는 아끈내(川)가 흐르고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 특히 서귀포 인근은 사유지가 많은 편인데다 밀감 밭으로 변한 곳들도 있다. 궁악 역시 작고한 강창학 씨 개인 소유였으며 그가 생전에 사회활동과 기증 사업을 많이 하였는데, 이곳 상황은 자세히 모르겠으나 과수원과 조림사업 등 변화가 심하게 이뤄진 화산체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찾는 이들로서는 궁악 자체를 두고서는 한치의 불만을 표현할 바가 못 된다. 풍경이 있는 오름이며 테마가 있는 산책로에다 전망과 힐링을 함께 할 수 있는 자연의 공간으로서의 입지가 잘 나타나는 때문이다. 깊고 그윽한 자연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화산체라는 의미를 넘어서 환경과 미관 등에서는 잘 다듬어진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위적인 관광자원이 많이 들어선 지금으로서는 어설픈 곳이나, 방문 후 후회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대신에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궁악을 방문하는 고민을 해도 될 법하다. 맑은 공기가 흐르는 산책로를 따라 이동을 하면서 정원수들을 만나고 사방이 열리는 전망이 있는데 망설임이 필요하겠는가. 계절과 상관이 없이 언제 찾아도 무난한 곳이고 분위기와 함께 사방을 전망하는 조건으로도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서귀포시 강정동에 위치했으며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 네비를 이용할 때는 토스카나 호텔을 검색하는 편이 좋다. 이 호텔에 도착하기 전에 좌측으로 열린 철문과 기둥이 있으며 특별하게 출입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양 방향 차량이 지나는데 다소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주차 시 이를 감안해야 한다.

 

 

 -활오름 탐방기-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오름 기슭으로 향나무 등 정원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담한 집이지만 흉물처럼 변한 상태라서 다소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행여... 나에게 이곳을 정비하고 꾸민 후 살라고 하면 한 보름 투닥투닥 작업을 하여 운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설령 나 아닌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았다.​ 

너무 잘 단장이 된 때문에 어느 쪽으로 생각을 해도 오름의 특성을 찾거나 그려보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정도였다. 입구에는 창고처럼 지어진 건물이 있었는데 아마도 과거에 관리인이 살았던 집이었으나 지금은 폐허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경사를 따라 좀 더 들어가면 다시 건물이 있었는데, ​이곳은 문이 닫혀 있고 안을 살필 수가 없었지만 아마도 사람이 사는 것 같았다. 기슭을 따라 이동을 하는데 황토와 송이가 깔린 길이 양 방향으로 이어졌다. 어느 쪽을 먼저 둘러봐도 되지만 가능한 좌측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선택을 하였는데 이후 느낌이 맞았다.

삼거리에서 뒤로 돌아서니 한라산이 보이면서 파란 하늘은 하얀 구름을 걸친 채 여유로움과 편안함으로 맞아줬다. 겨울 여정으로 이만한 풍경이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북향의 경관은 운치가 있지만 오전이라서 동쪽으로는 겨울 햇살이 심하게 질투와 시기를 했다. 고근산과 문섬도 설원의 한라산과 비교를 하기에는 모자라지만 눈을 찡그리면서라도 바라봐야 실체가 드러날 정도였다. 아름다웠다. 분위기가 있었다. 많은 변화가 이뤄지기는 하였지만 잘 정비가 된 길을 따라 지나는 동안은 운치가 있어 보였다.

작업이나 관리용 차량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폭과 바닥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행여 겨울이 아니라면 나무들이 우거진 주변으로 울긋불긋 꽃들이 피어 더한 운치를 안겨줄 것으로 여겨졌다.  오름의 허리하고 할 수 있는 집터 삼거리를 중심으로 양방향 갈림길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곳곳에 정상부로 향하는 길목이 있어서 선택의 폭은 비교적 넓고 많은 편이었다. 결국 궁악과의 한 판 승부를 위해서는 한 바퀴를 돌아본 후 다시 오르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 

오름으로서의 특성과 환경은 사라진 지가 오래되었지만 정비를 하면서 남아 있는 원래의 나무들과 다양한 조경수들이 있어 걷는 내내 환경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었다. 잘 꾸며진​ 산책로를 걸으며 어귀 곳곳에서 먼 곳까지 전망이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 조건이겠는가. 산방산과의 거리가 멀다한들 바라보는 눈을 피할 수는 없었고,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현장도 눈에 들어왔는데 웬만한 날씨이면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 역시 사정거리에 포함이 되는 게 확실했다. 밀감밭 구석을 차지한 삼나무들이 구획을 정리하며 푸른 겨울을 느끼게 하고 곳곳을 차지한 비닐하우스마저 볼 상스럽지는 않았다.

오름의 허리를 70% 정도 돌다가 정상부로 방향을 바꿨는데, 산책로는 빙 둘러 이어지지만 북사면을 차지한 과수원이 있어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차량이 보였다. 구태여 통제나 눈치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이쯤에서 우회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방향을 돌렸다. GPS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비고(高)점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누군가 다녀간 흔적을 남긴 때문이었다.  정상인만큼 전망을 기대하기 시작했는데 곱게 피어난 동백​과 해송 사이로 백록담 상부가 보였다. 사방을 둘러 잘 정돈이 되고 구성이 된 모습이 확인되면서 결코 급하게 발길을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궁산에서는 조경이 잘 되어 있는 정원을 둘러보는 기분으로도 흡족했는데 한라산 설경과 해안을 비롯하여 사방을 전망하는 것은 하나의 덤이 되었다. 구태여 어느 계절을 논할 필요조차 없는 오름이면서 그저 산책로이자 가벼운 운동을 겸하는 경우도 어울리고, 마음을 추스르고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하여 찾아도 해결이 될 장소라 생각이 되었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아들고 배불리 먹고 나오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밥상을 찾아 나서는 오름이라기보다는 우연히 방문한 오름에서 오색의 맛을 느꼈다고나 할까.

행여 아쉬움이 있다면 일부 방치가 되고 구성이 중단된 곳에 다시 정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진행형이라기보다는 멈춰진 궁악의 허리와 어깨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는데, 애초부터 궁악의 소유자인 강창학 선생은 방치된 듯한 이런 모습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밥상은 많은 양이나 가짓수보다는 정성과 어울림이 묻어나야 하는 법이다. 눈 맞은 겨울 배추가 상에 올랐으니 자리젓이나 멜젓이라도 따라서 나와야 할 게 아닌가. 어쩌다 허접한 상차림이 되기 전에 부엌에서 젓갈을 꺼내오고 마늘과 고추도 동반을 해야 하는 게 맞다. 늙으신 어머님은 잠시 쉬시고 이왕이면 남의 새댁이 차려주는 깔끔한 밥상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고 하면 욕심이 실린 표현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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