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각시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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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각시바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0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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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395m 비고:140m 둘레:3,416m 면적:585,988㎡ 형태:원추형


 각시바위

별칭 : 각수바우. 각수악(角秀岳). 학수악(鶴首岳). 학수바위

위치 : 서귀포시 호근동 2112번지

표고 : 395m  비고:140m  둘레:3,416m 면적:585,988㎡  형태:원추형  난이도:☆☆☆

 

세 가닥의 등성마루가 주봉으로 뻗어 내린 모습은 마치 학이 양 날개를 펼친 형상이고... 

주변에서 바라볼 때 뾰쪽하게 솟아 오른 모습이 확인되지만 일반적인 오름보다는 다소 특이하게 느껴진다. 오름 자체가 조면암질의 용암 원정구로 된 바위산이라서 산세가 험하지만 북사면으로 향하면 완만한 구릉과 숲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정상까지 갈 수가 있다. 각시바위 외에 각수바우로도 부르며 학수바위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한자로는 뜻을 달리하지만 각수악(角秀岳)이나 학수악(鶴首岳)으로 표기하고 있다.

명칭이 여러 개라는 점이 말해주듯 그 유래와 관련해서 구전되는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는 곳이다. 어느 양갓집 며느리가 아들을 얻기 위하여 치성을 하다가 회한(悔恨)을 안고 죽었다는 내용이 구전되고 있어 이 때문에 각시바위라고 했으며 열녀바위라고도 했다. 다른 연유로는 산 체의 모양새가 마치 학이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학수바위라고도 한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한자는 각각 각수악(角秀岳)과 학수악(鶴秀岳)으로 표기하고 있다. 다른 내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고을의 원님이 사냥을 나갔다가 오름 정상에서 관속, 관기들과 함께 주연을 베풀었는데, 한 기생이 질투심에 원님의 총애를 받는 관기를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져 죽게 했다. 원님은 기생을 바위 아래 묻었는데 그 바위를 '각시암'이라 했으며 이름 없는 그 기생의 무덤이 지금도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인근에서 바라보면 솟구친 정상의 바위의 모습이 험하고 가파른 때문에 오를 엄두가 나지 않지만 막상 진입로를 따라 천천히 정상에 오르면 반전이 이뤄지게 된다. 서귀포 시가지와 해안을 비롯하여 일대의 평화로운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밀감밭과 그 너머로 지귀도와 새섬 그리고 칠십리 섬(섶섬, 범섬, 문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근산을 시작으로 미악산(살오름)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방향을 돌리면 한라산 자락과 크고 작은 오름들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자태로 맞아준다. 각시바위는 서귀포의 동서남북을 조망하기 위한 최고의 요지이기도 하다. 기슭 아래에는 마을포제를 지내는 포제단이 있다. 호근동 마을에서 공동으로 일정한 날에 제를 지낸다고 한다. 각시바위는 예부터 열녀와 명당을 운운한 곳임을 알 수가 있다.

오르는 과정이나 정상부 주변의 돌들은 보통의 오름에서 만나는 것과 다른 조면암질로서 단단한 세사질(細砂質) 암석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굳어진 바위들 중 너럭바위처럼 평탄한 곳이 있어 전망대 역할을 하는 때문에 이곳에 앉아 풍경을 즐기면서 시 한 수라도 읊조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넙적 바위의 아래로는 수직으로 길게 이어지는 낭떠러지로 되어 있어 안전에 주의하여야 한다. 

산 체의 북사면은 비교적 완만한 편이나 남사면 방향은 세 가닥의 등성마루가 주봉을 중심으로 뻗어 내린 것이 특징이다. 이 모양새를 두고서 학이 양 날개를 펼친 형상이라 해서 학수바위라고도 부르게 된 것이다. 정상으로 가는 주변에는 몇 그루의 밤나무와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산딸나무 등 잡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바닥 층은 자금우를 비롯하여 양치류 식물과 넝쿨들이 자생을 하고 있어 자연미를 더해준다. 

열녀바위와 관련한 내용이 구전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지금도 각시바위 인근 동굴에서는 아이 낳기를 소원하거나, 일상의 바람이 성취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왕래가 있다고 전해진다. 각시바위로 향하는 길은 몇 곳이 있으나 초행길인 경우 제주 카사블랑카(펜션)나 영산사(寺)로 검색하는 게 좋다. 오름 주변이 과수원이나 좁은 농로들로 이어져서 복잡하기 때문에 더러 어려움이 있는 때문이다. 

 

-각시바위 탐방기-

찾아가는 방법은 카사블랑카~지나는 길에서 조금 가면 농로사거리~내리막 우회전~다시 좁은 길에서 좌회전 그리고 얼마 후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 수순을 따르면 문제가 없다. 학수바위 안내판이 나오며 승용차 정도는 주변에 주차를 할 수 있으며, 만차 시 조금 이동하여 요소에 세우면 된다.

또한 시간이나 체력적으로 힘들 경우는 학수바위 방향으로 차량을 계속 이용해도 된다. 낮은 경사가 되는 곳이 이어졌고 초입에서 걸어 올라갈 경우는 확실한 워밍업의 수순이 될 정도였다. 공동묘지에 도착을 하고서는 철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쪽의 묘지 사이를 지나면서부터 바야흐로 숲 향기가 풍겨오기 시작하면서 산책과 오름행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주변에 펼쳐졌다. 유난히도 비 폭탄이 많은 올여름과 초가을이라 그런지 떨어진 낙엽들이 물에 휩쓸려 뒹굴고 돌멩이들이 파헤쳐 진 곳들을 만나게 되었다. 높게 치솟은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비치면서 숲 향이 더 풍겨왔고 결정체가 없는 음이온이 축축한 느낌과 함께 스며들었다.

음지로 향하게 되었지만 틈틈이 비치는 햇살은 그리 싫지가 않았고, 이는 자연의 법칙이면서 공생공존의 절대 원칙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비옥하지 않은 비탈을 터전으로 하여 자라난 나무에는 송악 넝쿨이 휘감고 있었는데 늦기 전에 나무를 잘라줘야 할 상황이었다. 산이나 숲에서는 간혹 보게 되는 광경 중에 하나인데 빠른 판단을 통하여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대로 두면 머지않아 나무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다소 염려가 되었다. 애써 급한 발걸음을 택할 필요가 없이 허리 능선을 따르다가 고개를 쳐들면 커다란 나무가 알아줬고 고개를 숙이면 양치류와 넝쿨들을 비롯하여 콩짜개덩굴 등이 반겨줬다.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은 바윗길이었는데 산책로와 상관이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오를 수 있게 꾸며 있었다. 정상에 올라 거친 심호흡을 추스르기도 전에 눈앞에는 한 폭의 풍경화가 펼쳐졌다.

비닐하우스와 함께 보이는 밀감밭과 그 너머로 지귀도와 새섬 그리고 칠십리 섬(섶섬, 범섬, 문섬)이 두 눈을 뺏어갔다.  방향을 달리하니 고근산이 우쭐거렸고 다른 편으로는 미악산(살오름)이 질투라도 하듯 건방을 떨었다. 한라산 자락과 크고 작은 오름들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자태로 맞아주면서 실루엣을 이룬 모습은 각시바위가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이 되었다. 어쩌면 각시바위는 서귀포의 동서남북을 조망하기 위한 최고의 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 부근은 걸터 앉을 수 있게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데 주변 경치가 워낙 아름다워서 예부터 선비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했다. 아마도 각시바우나 각시바우오름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짐작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넓적바위처럼 생긴 이곳에서는 밑(아래)을 볼 수가 없었는데 길고 높게 이어진 낭떠러지 절벽이기 때문이었다. 

 

정상에는 대략 20여 명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바위를 중심으로 짜인 환경에 자연이 창조한 위대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각시바위에서는 넘어가는 길도 있지만 차량 때문에 어쩔 수없이 백(back) 코스를 선택하였다. 그런 만큼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숲속 생태라도 뒤지며 가면 되었는데 정상의 바위 부분을 제외하면 각시바위는 숲으로 에워싸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울창한 곳곳의 숲 주변은 마치 곶자왈을 연상하게 할 정도였다.  숲 아래쪽 부근에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함께 하고 있고 옆에는 '문'씨의 묘가 자리하고 있었다. 명당을 찾아서 이곳까지 이어졌으리라는 짐작이 들었다.  중턱에 대나무가 몇 그루 보이면서 햇살이 부서지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길게 뻗은 대나무가 다른 나무들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기슭 아래의 포제단을 살폈는데 호근동 마을 포제를 지내는 현장이며, 마을에서 공동으로 일정한 시기에 포제를 올리는 제단이었다. 무언가를 얻고 또 그려낼 수는 없지만 늘 오름행의 끝 발자국은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이마와 등에서 흐르는 촉촉한 땀 기운은 더러 보람을 느끼게 했는데 무언가 각시바위의 기(氣)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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