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갑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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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갑선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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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188.2m 비고:83m 둘레:1,859m 면적:252,799㎡ 형태:말굽형

 갑선이

별칭 : 갑선악(甲蟬岳). 갑선봉

위치 : 표선면 가시리 산 2-7번지

표고 : 188.2m  비고:83m  둘레:1,859m  면적:252,799㎡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은 관찰이 안 되지만 가시리 마을의 중심을 차지한 화산체.


 오름 모양새가 미처 껍질을 벗지 못한 매미의 굼벵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아직 매미로 태어나지 못한 굼벵이라 했을 정도이니 화산체의 외모를 유난히도 세세하게 관찰을 한 모양이다. 갑선봉이나 갑선악이라고도 부르며 가시리 마을에서 가깝고, 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나 현장에 도착을 하면 초입이 몇 곳이 된다.

어느 곳으로 출발을 하던지 백(back) 코스가 아닌 둘레를 거치는 전진 코스가 가능하며 이 경우 차량 등의 문제가 된다면 오름 왕복 후 둘레를 돌아서 다시 초입으로 가면 된다.  표고는 약 188m로 기록이 되었으나 비고는 그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올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오름의 전반적인 구성은 수림으로 덮여 있어서 사계절 탐방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마을 쪽인 서남쪽 방향으로 다소 낮게 벌어진 화구가 있지만 눈에 크게 띠지는 않는다. 또한 마을을 향하는 조망권이나 한라산 능선을 바라볼 수 있으나 동부권의 조망권은 이보다 좀 약한 편이다. 주변은 대부분 농작지와 밀감밭 등으로 이뤄졌으며 예부터 자리를 잡은 민가들도 있다. 가시리 권역에도 내놓으라 하는 걸쭉한 오름들이 몇 개 있다.

오름의 여왕이라 일컫는 따라비오름을 비롯하여 대록산(큰사슴이)이 있으며, 마을 공동제를 지내는 포제단이 있는 설오름 등이 대표적이다. 가시리에는 총 13개의 오름들이 산재해 있는데, 이 중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름이 바로 갑선이이다.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 장소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은 보통 형세나 구전되는 내용에 기초를 두고 이름이 붙여졌다. 부르기 편하고 아름답게 들리는 오름이 있는가 하면, 오르기도 전에 거칠게 들리는 오름도 있다. 군락을 이룬 일대의 오름을 탐방할 경우 가까운 오름을 우선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오르미들은 오름 명칭이 부드럽고 친숙하게 들리는 오름을 먼저 탐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명칭이 붙여진 계기나 해당 오름의 구전되는 내용을 숙지하여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가시리의 갑선이라고 붙여진 명칭의 전래는 너무 특별하게 들리고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갑선이 오름은 이 마을을 수호하고 마을 사람들의 소망과 평안을 지켜주는 또 하나의 지주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설오름이 마을 포제단을 갖춰서 가시리를 수호한다면 갑선이 오름은 마을의 평온과 무사를 지켜주는 구실을 할지도 모른다. 제주 4.3의 아픔과 슬픔을 겪은 가시리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리는 산 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 올레 이후에 제주도에서는 각 마을마다 도보여행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연을 모태로 하는 숲길이나 옛길 등이 있는가 하면 해안 경관을 따라 개장이 된 곳도 있다. 또한 가시리 경우 옛 마을과 전원의 농로를 따라 구성을 한 가름질(가스름길)이 있다.

역사 문화마을 탐방로로 알려진 가름질 중에는 제주 4.3당시 마을의 일부가 초토화되어 지금은 잃어버린 마을이나 사라진 마을이라 부르는 새가름도 포함이 되고 있다. 제주의 웃뜨리(중산간) 마을이면서도 변화와 발전이 잘 이뤄진 곳이지만 가름질을 통하여 제주의 옛 모습과 가시리의 과거와 역사를 살펴볼 수가 있다.

또한 가름질은 갑선이 오름을 포함하고 있어서 이와 연계하는 탐방으로 만난다면 보다 효율적인 진행이 된다.

 

-갑선이 탐방기- 

지금은 사라진 마을인 새가름을 지나고 옛 성읍리 길을 따라서 가다 보니 갑선이 오름이 보였다. 겨울 어느 날... 아직은 겨우내 추위와 중산간 고지대의 스산함이 밀려올 때이건만 여느 오름에 비하여 푸름으로 반겨줬다. 파란 하늘과 푸른빛 숲으로 덮인 오름은 하염없이 손짓을 하며 오라고 유혹을 하고 있지 않는가.

능선으로 향하는 초입은 두 곳이 있지만 어차피 차량의 문제가 되지 않기에 가름질을 지나는 방향에서 둘레길로 이어지는 곳으로 그대로 들어갔다. 개인 농장으로 연결이 되는 곳이라서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고 길 양쪽은 키가 큰 삼나무가 자리를 차지하여서 겨울 햇살을 막고 있었다. 막다른 길이 나오고 더 전진을 한다면 개인 농장이 나왔는데  누렁이 한 마리가 하염없이 낯선 자의 침입을 경계하며 쥔님에게 알리려고 짖어댔다.

이내 오솔길로 이어지기에 개의치 않고 오름 능선 입구를 들어서니 상록수와 낙엽수들이 겨울임에도 푸름을 띠고 산책로로 이어지면서 기분 좋은 걸음이 되게 했다. 경사가 있어서 다소 거친 심호흡이 나왔지만 지루하거나 힘들지는 않은 편이었다. 탐방로는 정상까지 친환경 매트로 깔려 있어서 보다 안전한 발걸음으로 이어지게 구성이 되어 있었다. 

정상에 서니 가시리 마을과 주변이 보였고 한라산의 자태도 얌전하게 나타났다. 정상 동능 방향의 머리에 살포시 쌓인 설경을 바라보니 영롱한 그 모습 자체였다. 정상에는 의자 몇 개 놓여있는 게 전부였고 특별한 구성이 없이 키가 큰 낙엽송과 상록수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방 초소도 없고 정자도 없지만 의자 몇 개가 쉼터를 대신하고 정상임을 시사했다. 전망이 좋은 쪽을 선택하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고 정상 부근을 둘러봤다.

여기저기 잡목들이 베어져 뒹굴고 있어서 눈에 거슬렸는데 정상의 쉼터와 조망권 확보를 위하여 일부러 베어낸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이제 하산이다. 가름질로 이어가는 중에 들른 오름이라서 차량의 문제는 없었다. 다홍치마를 걸치기 위하여 건너편 방향으로 선택하고 내려갔다.

올라온 반대편에 비하여 계단형으로 길이 구성되었고 경사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에서 만난 계단이기에 행운도 함께 했다고 여겼다. 마침내 오름을 내려오고 이제 가름질을 이어가게 되는데 역시 이곳에도 다른 초입처럼 같은 내용의 안내 문구가 보였다. 명칭의 유래를 떠올릴만한 그 아무것도 없었지만 왠지 가시리 마을을 수호하는 화산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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