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찬 기운 스며든 숲가장자리에서
다소 휑해진 숲가장자리에서 억새와 관목을 타고 넘는 덩굴식물들만이 녹색을 지니고 있네요.
소설(小雪)인 오늘 눈은 내리진 않지만 참 춥습니다.
추운 바람에 떠밀리는 것인지 괜스레 녹색을 띠는 식물들 앞으로 다가서게 되더군요.
문득 단풍들어가는 한라돌쩌귀 잎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라돌쩌귀는 부엽이 두껍게 쌓여 비옥하고 습기가 풍부한 곳 양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높이 45-100cm가량 자라는 한라돌쩌귀가 관목들 틈에서 낭창 휘어지듯 자라다가 바닥으로 누워버렸더군요.
줄기의 끝 쪽에는 열매의 흔적들이 많기도 합니다.
꽃이 제법 많이 피었었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중 제대로 성숙한 열매는 몇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러 줄기 중 시들어가는 잎 사이에서 제법 모양을 갖춘 열매가 붉은 갈색으로 빛을 발하더군요.
긴 타원형 열매는 한 개의 봉선을 따라 벌어지는 골돌과(蓇葖果)입니다.
마침 위쪽이 벌어진 열매가 하나 보여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거무스름하게 익은 종자들이 들어있습니다.
한라돌쩌귀는 섬투구꽃이라고도 불리며 한라산 일원에서 자생합니다.
돌쩌귀라는 이름은 뿌리의 모양이 마치 한옥의 문에 달려 있는 돌쩌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요.
꽃은 8-9월에 청자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 이후 익게 됩니다.
찬 기운 스며든 숲가장자리에서 한라돌쩌귀 열매가 벌어지고 있더군요.
줄기에 매달린 잎들이 단풍드는 사이 열매들 또한 종자를 내보낼 준비가 한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