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거문오름(선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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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거문오름(선흘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3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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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456.6m 비고:112m 둘레:4,551m 면적:809,860㎡ 형태:복합형

 거문오름(선흘리)

별칭 : 서거믄오름. 서거믄이. 거믄오름. 검은오름. 서거문악(西巨文岳).

위치 : 조천읍 선흘리 산 102-1번지 

표고 : 456.6m  비고:112m  둘레:4,551m 면적:809,860㎡ 형태:복합형  난이도:☆☆☆

 

봉우리와 굼부리의 입지가 말해주듯 오름의 표본이면서 역사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곳.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 거문오름이나 붉은오름이라 부르는 곳은 유난히도 많이 있다. 실상 붉은 송이나 화산재와 관련한 색을 토대로 한 것 같지만 그보다는 외부에서 보는 빛을 우선으로 하여 붙여진 명칭들이 대부분이다. 선흘리의 거문오름 역시 숲이 빽빽하고 무성하게 덮여있어서 검게 보인다고 한 것이 명칭의 유래이다. 유난히도 크고 넓은 굼부리를 지니고 있으며 이곳을 거물창(거멀창)이라고 했었는데 이는 거문(검은)을 뜻하는 제주의 방언(거먼. 거멀, 거물) 중 변음으로 풀이가 된다. 

또한 이 검(黑)은 고조선 시대부터 쓰여온 신(神)이란 뜻을 지닌 검(검. 감. 곰. 굼)의 유래라는 설도 있다. 그 외 동쪽 구좌권의 동거문이(오름)와의 구분을 위해서 서검은오름으로 부른다는 설도 유력하게 나와 있지만 주변의 상황으로 볼 때 거리나 지리적 여건을 비롯하여 산 체의 특성 등은 다소 차이가 난다.

한편으로는 방아오름이라 하여 거문악으로 불렀다는 문헌 기록도 있는데, 이는 오름 분화구와 수직동굴 일대의 형세가 방아를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규모와 입지가 그러한 때문인지 이 화산체에 붙여진 명칭은 그만큼 많지만  지금에 와서는 거문오름(검은)으로 표기를 하였으니 결론은 지어진 셈이다.


 거문오름의 백미는 무엇보다 넓고 커다란 굼부리를 들 수 있으며 아홉 개로 이어지는 구룡의 봉우리들도 특별한 환경이라 할 수가 있다. 거물창으로 알려진 굼부리에서 흘러나온 용암류의 침식 계곡은 도내 최대의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그 길이가 무려 4km나 된다. 거문오름의 화산체로부터 흘러나온 용암류는 지형 경사를 따라 북동쪽 해안선까지 이어지면서 20여 개의 동굴을 생성시켰다.

잘 알려진 만장굴과 김녕굴을 비롯하여 뱅뒤굴 등이 대표적이며 이러한 환경을 토대로 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으며(2005년) 급기야 세계 자연유산 등재에 일익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 굼부리는 한라산 백록담의 무려 네 배의 크기로 알려져 있는데, 분화구 내부는 중앙에 알(새끼)오름이 있고 바깥으로는 아홉 개의 봉우리가 에워싸고 있는 형상이다.

풍수학을 빌리자면 이런 형상을 두고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논다는 뜻에서 ‘구룡농주형’이라 부른다고 한다. 아마도 ‘검’의 신령스러움을 묘사하고 '하늘이 내린 땅' '신이 빚어낸 곳'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2012년(08월)에 제주 세계 자연유산센터가 건립되면서 접근성이 더 좋아졌고, 예전에 비하여 주차공간도 더 편해졌을 뿐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의 도보 거리도 짧아졌다.

현재 거문오름 탐방은 거리와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네 개의 코스로 나눠진다. 다만 허용되는 초입은 한 곳이며 오름의 능선이나 분화구 등을 탐방하는데 있어서 본인이 선택을 하면 된다. 크게는 태극길과 용암길로 나눠졌으며 태극길은 오름 형세가 태극 모형이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현재로서는 사전 예약을 통하여 태극길만 탐방이 가능하고 용암길은 연중 행사기간에만 출입이 허용된다. 

 

-검은오름 탐방기-

삼나무 숲길을 지나서 전망대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이곳은 9룡 중에 제1룡에 해당이 된다. 제1룡 전망대에서는 남쪽의 오름 군락과 한라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좌측으로는 쳇망오름 등이 보이고 우측면으로는 궤펜이오름과 넙거리 등이 보였다. 바로 앞쪽에는 부대오름과 부소오름이 위치해서 거문오름을 수호하는 형세인데, 대장 겪인 구룡의 거문오름을 호위하면서 마치 명령이 하달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전망되는 오름들과 거문오름과의 연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너무 많은 부드러움을 지녀있어서 마치 온유하고 잔잔한 능선의 곡선미를 연상하게 하였다.


 거문오름의 위상을 실감하게 하면서 백미라 할 수 있는 분화구에서는 자연 생태와 공존 이외에도 과거 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간직한 숯가마 터가 있으며 일제강점기와 함께 제주의 아픔이 존재하는 4.3 흔적들이 남아있는 곳이라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다. 또한 오름 능선에서 만나게 되는 구룡의 기세를 안으며 솔밭과 편백나무숲 등을 지나다 보니 비로소 거문오름은 신이 만들고 용이 다듬어 놓은 곳이라는 느낌마저 받게 되었다. 

분화구 내부는 도무지 계절의 감각을 알 수가 없을 만큼 사계절의 변화를 무색하게 하였는데, 화구 안쪽으로 발길이 이어질 때마다 다른 자연의 세상을 만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생태와 공존의 법칙을 만나고 느끼게 되었다. 곳곳에 자왈(돌무더기)이 깔린 모습들이 보였고 여러 넝쿨과 덩굴 등이 공생과 기생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진지동굴을 지나면서 일본군 주둔지였던 터를 만나게 되었는데, 주변의 갱도진지와 더불어 분화구 내부에 있고 일본군 108여 단의 주둔지로 추정된다는 설명 문구가 있었다. 제주의 전형적인 현무암을 둥글게 쌓아올려서 만든 숯가마 터가 있고, 그 뒤쪽으로는 타원형의 숨구멍(통풍구)이 있어서 이 돌담은 숯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았던 움막 터임을 알 수가 있었다. 병참도로도 지나게 되었는데 이곳에 주둔하였던 일본군들이 군수물자를 수송하기 위하여 이용되었던 도로이다.

선흘 수직동굴과 관련하여 안내문이 있어 확인을 했는데 그 깊이가 무려 35m로 형성이 되었고, 동굴 천장이 무너지면서 수직통로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동굴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숨었던 곳이고 제주 4.3 때에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숨어 지냈던 곳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연중 햇볕이 잘 비치는 북쪽의 분화구 능선에 비하여 남쪽으로는 푸른 숲이 덜 차지하고 잡목들도 이른 봄답게 비교적 앙상한 상태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으니 맞은편의 삼나무 군락과 파란 하늘이 응원을 보내오는 듯하였다. 이어서 용암함몰구 식생지에 도착을 했는데 거문오름 분화구의 전면에는 용암이 흐르면서 누적이 된 이후 단층운동이 발달하여 수직으로 함몰된 용암함몰구가 발달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환경이 이유가 되겠지만 근처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들은 뿌리가 돌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지는 못하고 측면으로 뻗어나가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분화구 코스와 전체 코스로 나뉘는 지점인데 해설사의 인솔은 이지점에서 끝나게 되었고 이제 각자의 길을 자율탐방으로 이어가는 차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코스나 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모든 이들이 이곳이 초행이다 할지라도 길을 따라서 가는 데에 어려움이 없으며, 구룡 능선 중에 9룡에서 2룡까지 역코스로 진행을 하면 되었다. 구룡에 오르면 전망대가 나왔는데 구룡 능선이며 이곳에서는 전반부에서 따라 걸었던 능선을 볼 수가 있었다.

9룡... 8룡..... 이렇게 이어지는 탐방로에는 아직 문명의 이기가 들어오지 않은 환경이었고 간혹 나무 데크가 있어서 자연의 길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탐방로에는 타이어 매트도 친환경 매트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었다. 흙길 위에 쌓인 솔잎을 밟으며 걸을 차례가 되었다.

아직은 이른 봄이지만 소나무에 부딪힌 작은 바람들이 가끔씩 와 닿았다. 구룡의 각 지점에는 깃봉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는데  머지않아서 그 적나라한 설명 문구도 함께 세워질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능선 코스를 지나면서 몇 개의 묘가 보였고 명당을 운운하고 풍수지리학을 염두에 뒀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제법 높은 지대이고 자왈(돌무더기) 터가 쉽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산담(묘를 에워 쌓은 돌)도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탐방로의 양지바른 곳으로는 복수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새끼노루귀가 빵긋이 나타났고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름다운 곳. 아름다운 길. 아름다운 날씨! 마냥 걷고 싶은 자연 속의 탐방로...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을 지나면서 초입에서 연계가 되는 곳에 도착을 했고 마침내 구룡에서 2룡으로 이어진 능선탐방 코스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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