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걸세오름(큰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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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걸세오름(큰걸세)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2.09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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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158m 비고:48m 둘레:970m 면적:58,199㎡ 형태:원추형

 걸세오름(큰걸세)

별칭 : 걸쇠오름. 걸시오름. 동걸세. 동걸서악(東桀瑞岳)

위치 : 남원읍 하례리 산 124번지 

표고 : 158m  비고:48m  둘레:970m 면적:58,199㎡  형태:원추형  난이도:☆☆☆

 


 두 오름 사이의 형세가 걸세를 닮았다고 하였으나 심하게 변화가 이뤄진 지금은...


 걸세라 함은 문을 걸어 잠글 때 빗장으로 쓰는 ㄱ자 모양의 쇠를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산 체의 모양새를 두고 그렇게 표현을 했지만 이 모습을 그려보는 데는 더러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오름 일대에 걸시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걸시오름이라고 하는데 걸시는 방언으로 살쾡이를 말한다. 어느 유래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지 꼬집을 수는 없지만 산  체의 변화가 워낙 많이 이뤄진 때문에 외형상으로 걸세를 추측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다른 맥락으로는 이 ‘걸’의 명칭을 두고서 개울 또는 도랑 정도의 옛말을 빌렸을 거라는 내용도 있는데 오름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에 신례천과 효돈천이 있는 때문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걸=개울. 내창. 도랑). 이러한 오름들은 기(氣)가 흐르는 터라고 운운하기도 하지만 농지와 과수원으로 변한 오름 일대를 두고서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동서로 나눠진 두 산 체를 구분하여 각각 동걸세와 서걸세라하며 큰 걸세와 족은 걸세로 구분을 하기도 한다. 

족은걸세(서걸세)와 등성이를 마주하고 있으며 멀리서 바라볼 때 나지막하게 보이나 서쪽은 효돈천으로 이어지는 깊고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이루고 있다. 두 개의 원추형 화산체이면서 정상부의 일부와 서쪽 비탈은 자연림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반면 기슭과 사면의 대부분은 밀감 밭으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어 오름으로서의 가치나 입지를 무색하게 한다.

 

사유지를 포함하는 오름이라서 두 오름 사이에는 민가가 있으며 과수원과 관련한 창고 등이 지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등성마루에는 전망과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정자를 만들어 놨고 출입에 큰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다. 다만 밀감 수확 시기에 탐방을 할 경우는 과수원 일대를 지나기 때문에 어쩐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묘하게도 두 오름은 표고는 큰 걸세가 높은 반면 비고는 족은 걸세가 더 높다 (48m/50m). 서걸세에 비하여 사면과 등성을 포함하는 대부분이 밀감 밭으로 개간이 된지 오래다. 방풍림으로 심어 놓은 삼나무들이 과수원 곳곳에 있으며 정상에는 소나무 등 일부 잡목들이 있다. 정상부 역시 밀감밭이며 특별히 전망대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한라산을 비롯하여 전망을 즐길 수가 있다. 

오름 서쪽에는 효돈천이 자리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이 천을 ‘사기내’라 부르다가 ‘쇠기네’  ‘세기네’로 변형되었다고 전한다. 이 효돈천의 하류에는 유명 관광지로 변한 쇠소깍이 있다.  소금악으로 부르기도 하는 쇠소깍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영원히 제주의 숨은 명소로 간직될 수는 없었겠지만 정도가 심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맑은 호수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효돈천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연중 꾸준히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해수와 만나면서 쇠소깍의 절경과 바다호수의 극치를 만들어주는데 일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걸세오름 탐방기-

일주도로변 효례교(다리) 옆의 하례리 입구 방향으로 거슬러 오르면 초입이 나온다. 도보로 진입로까지 가는 과정은 좀 먼 거리이고 오름 입구에 주차 공간이 있어 동걸세의 기슭까지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도로를 따라가다가 좌측의 입구에 걸세악 탐방로 팻말이 있어 이를 참고하면 된다. 서걸세를 먼저 둘러보고 동걸세로 이동을 했다. 오름의 낮은 사면에는 아예 주택이 들어서 있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도 만들어져 있었다.

행여 주인장을 만나서 제제라도 받을까 염려가 되어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밀감밭에 심어진 삼나무는 경계나 구획이라기보다는 방풍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주변에 해송 몇 그루도 보였는데 남쪽이라 기후가 좋아서인지 하나같이 쭉쭉 빵빵하고 볼품이 있었다. 일부 넝쿨들조차 아름다움을 질투하고 시기하는지 해송의 전신을 휘감아 기생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동걸세 정상부에 올라 주변을 살피니 우선 칡오름과 영천악(오름)이 눈에 들어왔다. 정상부라고 하지만 삼각점이나 이를 표기하는 아무런 것도 없었고, 그저 잘 자라난 밀감나무들이 전부였으며 귀퉁이 일부에는 수풀이 무성하고 덤불들도 장악을 하고 있었다.  한라산을 향해 한동안 주시를 했는데 행여 구름층이 벗겨지면서 찰나일지라도 설경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국 백록을 그리워하는 한라산 신령과 설문대 할망의 여신도 더 이상은 하용을 하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다.  맞은편으로는 서걸세(족은 걸세악)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두 오름 사이의 형세가 걸세를 닮았다지만 특별히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행여 밀감나무를 대신하여 숲이 자연스럽게 우거지고 그 모습을 하늘에서 바라본다면 모를까.  

그 정도로 마무리를 하고 동걸세와 서걸세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하산길은 탐방으로서의 의미도 이미 없어진 상태가 되어버렸다. 두 오름 사이로 이어지는 농로이기도 하니까 추측이 맞는다면 이곳 역시 사유지가 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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