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걸세오름(족은걸세)
상태바
[오름이야기]걸세오름(족은걸세)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2.11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 150m 비고:50m 둘레:1,009m 면적:69,970㎡ 형태:원추형

 걸세오름(족은걸세)

별칭 : 걸쇠오름. 걸시오름. 서걸세. 서걸서악(西桀瑞岳)

위치 : 남원읍 하례리 산 124번지 

표고 : 150m  비고:50m  둘레:1,009m 면적:69,970㎡  형태:원추형  난이도:☆☆☆ 

 

산 체의 기슭과 정상부까지 밀감밭으로 변하였지만 명칭으로서의 심지가 남아 있는... 

오름의 명칭이 유별나다. 걸세라 함은 문을 걸어 잠글 때 빗장으로 쓰는 ㄱ자 모양의 쇠를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산 체의 모양새를 두고 그렇게 표현을 했지만 이 모습을 그려보는 데는 더러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오름 일대에 걸시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걸시오름이라고 하는데 걸시는 방언으로 살쾡이를 말한다.

어느 유래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지 꼬집을 수는 없지만 산 체의 변화가 워낙 많이 이뤄진 때문에 외형상으로 걸세를 추측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다른 맥락으로는 이 ‘걸’의 명칭을 두고서 개울 또는 도랑 정도의 옛말을 빌렸을 거라는 내용도 있는데 오름을 중심으로 동서 방향에 신례천과 효돈천이 있는 때문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걸=개울. 내창. 도랑).

이러한 오름들은 기(氣)가 흐르는 터라고 운운하기도 하지만 농지와 과수원으로 변한 오름 일대를 두고서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동서로 나눠진 두 산 체를 구분하여 각각 동걸세와 서걸세라하며 큰 걸세와 족은 걸세로 구분을 하기도 한다. 이 족은 걸세는 방향으로 구분하여 한자로 서걸서악(西桀瑞岳)이라 표기를 한다. 

큰걸세(동걸세)와 등성이를 마주하고 있으며 멀리서 바라볼 때 나지막하게 보이나 서쪽은 효돈천으로 이어지는 깊고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이루고 있다. 두 개의 원추형 화산체이면서 정상부의 일부와 서쪽 비탈은 자연림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반면 기슭과 사면의 대부분은 밀감 밭으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어 오름으로써의 가치나 입지를 무색하게 한다.

사유지를 포함하는 오름이라서 두 오름 사이에는 민가가 있으며 과수원과 관련한 창고 등이 지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등성마루에는 전망과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정자를 만들어 놨고 출입에 큰 제한을 두지는 않고 있다. 다만 밀감 수확철 시기에 탐방을 할 경우는 과수원 일대를 지나기 때문에 어쩐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오름을 두고서 부르는 명칭이 많아서 그런지 매력이나 정을 붙이는 과정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오름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과 멋을 느끼기보다는 동네 뒷산을 오르고 일대 전망을 보면서 산책을 하는 정도로 족해야 한다. 그 자체도 밀감 밭을 견학하고 변화한 오름의 실제를 만나는 것을 포함하는 탐방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두 개의 원추형 화산체를 연계해서 만날 수 있도록 농로와 밀감 밭 등이 길 안내를 돕는다. 한때 비석을 만들기 위한 채석장으로 이용이 되었다는 문헌이 있는 것을 보면 걸서악은 오래전부터 심한 수난을 겪은 모양이다. 마을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 산책을 받아들이고 일대 과수원들에게는 바람막이로 좋은 일을 했을 테고, 청정의 맑은 공기를 아낌없이 안겨줬을 테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깊은 상처가 전부인 셈이다.

현재도 경사면을 포함하여 일대가 밀감밭으로 변해있기에 농약 냄새를 맡으며 이를 청정으로 승화시키려는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족은걸세의 일부에는 삼림이 조성되었으며 묘가 몇 기가 있고 사유지를 포함하는 농작지가 이어진다. 근년(2012)에 들어서 감귤원의 일부가 폐원지가 되어서 서귀포시에서 숲 복원 사업을 했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오름 사면에는 녹나무를 비롯하여 종가시나무 등 제주의 야생에서 볼 수 있는 향토수종이 식재되었다. 이들이 성장하고 숲을 이루는 시기는 오랜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그 모습을 만나는 것은 후손들이 몫이 될 것이다. 또한 걸서오름으로서는 이런 면을 받아들여 스스로 지닌 상처를 씻어내면서 다시금 우리에게 덕을 베풀어 줄 것이다.

 


 -걸세오름 탐방기-

전반적인 입지나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족은걸세를 먼저 만나야 하기에 수순을 따랐다. 비고(高)가 말해주듯 능선을 따라 오르는 과정이 오래지는 않았고, 정상부에 도착을 하니 전망대를 겸하는 정자가 만들어져 있고 운동기구가 있었다. 계절이 변하고 더위가 밀려올 때쯤에 이곳을 찾으면 신선놀음을 즐기면서 힐링의 극치를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파람에 실린 그윽한 숲 향이 밀려올 테고 제주의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전망은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지기오름과 숲(섶)섬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겨울 바다가 춤을 추는 더 먼 곳까지 요구를 했지만 걸세악의 신은 여기까지만 허용을 했다. 다만 상쾌한 남풍이 불어오면서 오래 걸리지 않은 정상으로의 도착에 대한 답례를 해줬다. 동쪽으로 좀 더 시야를 돌리니 예촌망과 지귀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신례리와 하례리를 중심으로 하는 이승이악과 보리오름 그리고 이곳 걸세악에는 예전에 살쾡이 서식지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고 오름으로서의 기능이 많이 변한 지금은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효돈천이나 하례천의 줄기를 타고서 살쾡이들이 이동을 하면서 지냈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지금은 환경의 변화나 생태가 달라진 때문에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역시나 변화는 역시 사람들의 몫이었다. 

숲이 다소 망가진 비탈과 정상 부근에는 묘가 몇 기 있었고 조금 더 이동을 하니 건너편으로 큰걸세가 보였는데, 오름 기슭을 바라보는 자체가 밀감 밭을 주시하는 것과 같았다.  원추형의 화산체이기에 그나마 정상부의 모습도 바라볼 수 있으나 숲보다는 밀감나무가 대부분을 차지하였기에 훤하고 시원하게 트였다. 밀감나무 사이로 더러 삼나무들이 보였지만 이는 바람막이 역할을 겸하여 식재된 것들이다. 이제 서걸세에서 동걸세로 이동을 할 차례가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