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새까맣게 혹은 새빨갛게
관목을 타고 자라던 덩굴이 긴 줄기를 낭창 밑으로 늘어뜨렸습니다.
줄기에는 아직 푸름을 가직한 잎들이 매달려있고 티가 날 듯 말 듯 까만 열매들이 반짝입니다.
‘인동덩굴’입니다.
인동덩굴은 반상록성 덩굴식물이지요.
6-7월에는 하얗고 향긋한 꽃을 가지에 피워놓았더니만 지금은 새까만 열매들을 매달아놓았네요.
잎이 푸르게 겨울을 난다고 하여 인동(忍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처럼 줄기에는 아직 녹색 잎이 남아있습니다.
인동덩굴이 늘어진 바로 밑에선 그 보다 더욱 짙은 녹색을 지닌 나무가 버티고 있습니다.
가지와 잎이 아주 치밀하게 모여 자라는 상록관목인 이 나무의 이름은 ‘꽝꽝나무’입니다.
꽝꽝나무의 열매 또한 새까맣습니다.
줄기도 잎도 열매도 참 야무지게 생긴 나무가 아닐 수 없습니다.
꽝꽝나무 위쪽 인동덩굴이 늘어진 반대편으론 새빨갛게 익은 청미래덩굴 열매가 반짝입니다.
청미래덩굴 줄기는 키 작은 나무에서 키 큰 나무로 이어지며 하늘을 향해 지칠 줄 모르고 뻗어갑니다.
줄기에서 둥글넓적하게 펼쳐졌던 잎들은 대부분 말라 떨어져버리고 빨갛게 익은 열매들만 동글동글 모여 매달렸더군요.
인동덩굴과 꽝꽝나무의 열매들이 새까만 모습으로 찬바람을 이겨낼 기세인 반면 청미래덩굴은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차가운 햇살도 좋다며 방긋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