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것구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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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것구리오름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18.12.1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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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428.3m 비고:58m 둘레:1,487m 면적:110,674㎡ 형태:말굽형

 것구리오름

별칭 : 꾀꼬리오름. 원오름. 앵악(鶯岳). 거구리악(巨口里岳)

위치 : 조천읍 대흘리 산 33번지 

표고 : 428.3m  비고:58m  둘레:1,487m 면적:110,674㎡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이 요란하고 찾는 이들이 적은 편이지만 잘 숙성된 묵은지 맛이 나는 화산체. 

과거 이 오름에 유난히도 꾀꼬리가 많이 서식하였다고 해서 꾀꼬리오름이라고 부르며, 오름 명칭 중에 거슨(거슬러. 역행 등)의 맥락처럼 거꾸로 누워있다고 해서 것구리오름으로도 부른다. 제주의 오름들은 대부분 한라산 쪽이 높고 바다 쪽은 낮은데 반해 이 오름은 반대 방향으로 누워있음에 기초를 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꾀꼬리의 한자 표기를 빌어 앵악 (鶯岳 )이라고도 하며 원오름이나 보문악 등으로도 알려진 만큼 명칭이 복잡하나 일부는 잘 쓰이지 않는다. 또한 한자 표기 중  거구리악(巨口里岳)이라 표기한 것을 참고하면 위의 구전되는 내용들과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달리 마땅한 명칭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이 된다.

주변 가까운 곳과 번영로를 지나는 여러 갈래에 인기가 있는 오름들이 많이 있어서 다소 외면을 당하지만 나름 매력이 있는 곳이다. 산책로의 정비는 덜 되었지만 자연미를 느낄 수 있으며, 적당한 기슭을 통하여 오를 수 있고 경사는 다소 가파른 편이다. 그러면서도 근년에 들어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길의 윤곽은 뚜렷이 나타나며 초입과 하산 부분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있다.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없지만 자연의 흙길을 따라 오르내리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 기슭의 아래쪽은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며 허리와 어깨로 이어지는 곳은 잡목들이 있어 부분적으로는 고개와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야 한다.

구태여 찾기에 적당한 계절을 논한다면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시기이나 가을의 중심도 전반적인 상황이 좋은 편이다. 어느 시기에 정상을 올라도 사방이 열리지는 않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으나 뒤꿈치를 들고 고개를 쳐들면 나무들 사이로 조금씩 보이기는 한다. 비고(高)는 58m로서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체이다. 넓은 분화구를 다 돌아보는데 어려움이 있어 아쉽지만 도로변에서 방대하고 웅장한 말굽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번영로(97번) 대흘 교차로에서 교래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면 초입이 있다. 이 도로는 대천이(오름)와 큰. 족은 방에오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동성을 감안한다면 함께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번영로에서 산굼부리(교래리)로 향하는 소로로 들어서면 입구에서 것구리의 모습이 확인이 되는데, 초입 방향은 좀 더 진행을 해야 하지만 이곳에서 잠시 멈춰야 한다.

표석이 보이는 곳을 살피면 동원(東院)이 자리했던 곳이 보이며 사계절 마르지 않는 원물이 지금도 있다. 제주의 오름이나 빌레왓 등에서 이따금 만나게 되는 원물은 길손들의 휴식과 명상의 자리이기도 하다. 농사일이나 산에서 볼일을 하다가 지치고 갈증이 나면 찾아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동원 터를 지나 교래리 방향으로 조금 올라오면 우측으로 진입로 보인다. 오름 안내 표식이 있으며 시멘트 도로를 따라 더 진행을 하면 되는데 이곳 외에도 ​다른 진입로가 있으나 경사가 심하다. 정해진 위치를 선택해도 양 방향 둘레를 지나는 전진형의 탐방이 가능하므로 달리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것구리 탐방기-

진입 전에 동원 주변을 살폈다. 인근 밭에서 농업용수로 사용을 하는지 굵은 호수가 연결이 되어 있었다. 아직도 음용수로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붕을 만들어서 그런지 바닥은 곱고 투명하게 보였다. 샘터의 주변은 고비를 비롯하여 양치류를 비롯하여 여러 식물들이 공생을 하고 있으면서 허접함을 메워주는 분위기였다.  

초입에 들어선 후 곧 갈림길을 만나게 되었는데 직진 방향의 좌측은 경사가 좀 있으며 숲이 우거져 있고 우측은 오름의 허리를 둘러 지그재그로 이어졌다. 구태여 선택을 권한다면 직진으로 오른 후 우측을 내려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경사가 좀 있지만 운동 모드로 오른 후 천천히 힐링을 하면서 내려오는 게 좋지 않겠는가. 

오름의 허리 아래로는 삼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고, 양치류 식물들이 바닥을 차지하였지만 선명하게 드나든 흔적들이 보였다. 이곳을 지키며 텃세를 부리는 텃새들이 짖어대는 소리는 차라리 응원가로 들리는 것 같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 까마귀가 인간들에게 해로운 짓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중간에 트인 공간이 있어서 올라온 방향으로 돌아서서 눈을 돌렸다. 경사에 주눅이 든 탓도 있지만 어차피 정상에 오르더라도 선명한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행여 투명하고 깨끗한 가시거리였으면 아쉬움이 크겠지만 시계가 흐려서 원망의 무게는 줄어들었다. 숲 향을 실은 채 밀려오는 자연 바람을 실컷 들이마시는 것으로 대신하였으니 더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었다. 

허리 부분을 넘어서 지나는데 탈(산딸기)들이 보였다. 한두 개 따서 먹는데 두리번거리니 지천에 탈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있었다. 아직껏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성장을 이어가던 자연산 탈님들이었는데 비로소 오늘 임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숲과 열린 공간을 두세 차례 번갈아 지나고 마침내 정상부 근처에 도착을 했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우리를 반기는 것은 이동통신 기지국이었다. 변화와 발전은 오름을 필요로 하는 시대를 맞은 지가 오래되었다. 애써 눈길을 외면하며 다른 볼거리를 찾았다. 뒤꿈치를 들고 고개를 쳐들어 전망을 시도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높은 경사를 따라 오른 때문에 거친 숨소리를 추스르는 것으로 대신했고 구태여 더 머물 필요가 없었다. 덩치나 비고(高)를 감안한다면 일부 소나무 군락도 만날 것 같았지만 키가 큰 나무는 삼나무가 전부였고, 산림녹화 작업이 이뤄지기 이전에는 수풀과 잡목들이 차지했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어쨌거나 정비나 구성을 거부한 채 자연 그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둘레를 따라 내려오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숲 향에 젖으며 뚜벅뚜벅 걸어 내려가는 기분은 힐링의 공간을 마음껏 누비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경사나 일부 거친 숲이 있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라 할지라도 여성 혼자 찾기에는 다소 부담이 될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숲이 깊고 경사가 있지만 숨은 매력이 있는 오름인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숙성된 묵은지 맛이 났다고나 할까. 오르내리는 동안 운동과 산책을 겸하면서 자연을 만난다는 의미를 부여해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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