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시원스레 맑은
양치식물원 산책로 가장자리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남아 반짝이고,
산책로 너머 우뚝우뚝 솟은 곰솔들 곁으로 어린나무들이 꼬챙이처럼 뾰족뾰족 솟구쳐있네요.
그중 온몸을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두릅나무가 아침햇살을 등지고 서있는 모습이 늠름하기도 합니다.
숲 군데군데 포진한 잔설이 내뿜는 찬 기운을 이겨내려면 저 정도의 기개는 있어야하겠지요?
그래도 밝게 비치는 햇살이 따스하니 밤새 도깨비쇠고비를 꽁꽁 에워싸고 있던 얼음결정체들도 스르르 녹기 시작합니다.
눈 더미 곁으로 쓰러졌던 검정개관중도 조금은 편해진 모습이고,
기지개를 켜듯이 활짝 몸을 펼친 개톱날고사리의 몸짓이 경쾌해 보입니다.
아, 가시 돋친 덩굴줄기를 타고 오르던 덩굴용담 줄기에 매달린 열매들 또한 발그레하네요.
아직도 마르지 않고 생기가 도는 열매들이 숲 바닥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낙엽수들이 어렵사리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울퉁불퉁한 바위를 사이에서도 양치식물들이 드문드문 모여 푸름을 자랑합니다.
한편 굴곡진 바위사이 응달에서는 녹아 흐르던 물이 밤사이 다시 얼어붙어 송곳처럼 날카로운 얼음기둥이 되어버렸더군요.
그렇다고 하여도 기온이 오르면 금방 녹아버릴 기둥이니 오늘 아침 양치식물원의 풍경은 차갑다기보다는 시원스레 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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