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지칭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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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지칭개
  •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19.01.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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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지칭개

 

우리 조상들은 남자든 여자든 아홉 살까지는 33가지 나물 이름을 익혔고 여자인 경우에는 결혼하기 앞서서 그 많은 나물로 요리를 하는 것이 신부 수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암기하는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암기를 쉽게 하는 방법은 운율을 담아서 타령으로 만들어서 구전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99가지 ‘나물타령’을 부를 줄 알면 3년 가뭄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물타령’의 일부를 소개해 본다.

나물하러 가자스랴, 올라가면 올고사리, 한푼 두푼 돈나물, 꾸부정 휘어서 활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돌돌말아 고비나물, 칭칭감아 감돌래, 집어 뜯어 꽃다지, 사흘 굶어 말랭이, 안주나보게 도라지, 십집살이 씀바귀, 입맞추어 쪽나물, 잔치집에 취나물, 어렵사리 고사리, 줄까말까 달래나물, 아따춥다 냉이나물, 쏙쏙뽑아 나생이, 이개저개 지칭개, 진미백승 잣나물, 만병통치 삽주나물, 비오느냐 우산나물, 취했느냐 곤드레, 머리끝에 댕기나물, 뱅뱅도는 돌개나물, 강남이냐 제비풀, 군불이냐 장작나물, 마셨느냐 취나물, 담넘어야 넘나물, 바느질 골무초, 안줄까바 달래나물, 시집갔다 소박나물, 오자마자 가서풀, 간지럽네 오금풀, 이산저산 번개나물, 오리도리 삿갓나물, 풀기좋은 미역초, 맛좋은 곤두서리, 보기좋은 호무치, 방구새이 더덕나물......................... 그럭저럭 해가지고 점심요기 하고 가세.

 

나물은 어렵던 시절인 보릿고개 때 민초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는 식량이 었다.

이 시대에 ‘산나물 서리’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가난한 아낙네들이 이산 저산을 찾아다니며 뜯은 나물을 광주리에 담아 부잣집 마당에 풀어 놓으면 여주인이 나와 살펴보고는 밥을 주었고 이밥으로 오랜만에 포식을 하고 보리든 쌀이든 얼마간의 곡식을 얻어 가지고 돌아가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제주의 들판과 오름에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봄꽃들이 피어나면 봄은 절정을 향한다.

한라산은 겨울의 갈색 기운이 남아있지만 봄이 무르익으면 나뭇잎에 새로 물이 오르고 산은 초록색으로 가득찬다.

봄은 상상만으로도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한다.

 

봄을 기다리는 풀들에는 할미꽃, 현호색, 갯무, 살갈퀴, 자운영, 제비꽃, 구슬붕이, 뚜껑별꽃, 꽃받이, 꽃마리, 금창초, 광대나물, 긴병꽃풀, 개불알풀, 주름잎, 지칭개............

 

지칭개.

이름이 재미있는 풀이다.

제주어에 ‘피곤하다’를 ‘지치다’라고 한다.

 

그래서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할 때를 제주어에서는 ‘지칭개’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이풀 이름이 ‘지칭개’라고 하면 사람들이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무슨 풀 이름이 ‘지칭개’냐고 되묻는다.

정색을 하고 이 식물 이름이 바로 ‘지칭개’라고 다시 말을 해야 사람들이 인식을 하게 된다.

 

지칭개는 키가 작은 냉이처럼 빨리 꽃대를 내고 꽃을 피우는 법이 없다.

이른 봄에는 곤충들이 활동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찍 꽃을 피워봐야 키가 큰 지칭개에게는 꽃가루받이에 별로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지칭개는 잎을 충분히 키워서 양분을 한껏 보충하고 난 다음 꽃대를 올리고 곤충들의 활동이 활발한 때를 기다려 꽃을 피운다.

 

지칭개는 국화과 지칭개속의 두해살이 풀이다.

한방에서는 니호채(泥胡菜 : 변방 사람들이 먹는 채소) 라고 하며 물명고(19세기)에는 ‘즈츰개’라는 표현이 등장을 하는데 이는 ‘가볍게 놀라서 멈칫하거나 망설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주츰’ 단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여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 지칭개나물이라고 불리 운다.

 

어린순은 나물로 사용을 하는데 밭이나 들에서 잘 자란다.

꽃은 붉은 보라색 또는 분홍색으로 5-9월에 줄기나 가지 끝의 머리모양꽃차례로 피고 작은 항아리 모양이며 5갈래로 갈라진다.

뿌리 잎은 일찍 마르고 줄기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이고 4-8쌍의 갈래가 있는 깃꼴로 깊게 갈라지며 잎 뒷면은 흰 솜털이 빽빽하게 난다.

줄기는 곧추서고 키는 60-100cm정도 자라며 가지가 갈라지고 거미줄 같은 흰 털이 있다.

열매에는 새털모양 같은 깃털이 있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퇴직후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지난 5년 전부터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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