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생기는 민원.. 긴장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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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생기는 민원.. 긴장의 연속"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1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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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7)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보통의 회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일하고, 토-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하지만 매일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에게는 그런 여유로운 생활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럴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도 이를 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어제와 똑같이 토요일도 일요일도 음식물쓰레기는 가득 가득 수거통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툐요일이, 어떤 날은 일요일, 어떤 날은 월요일이..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날은 때때로 달라졌다.

이를 치우면서도..

만약 하루라도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걱정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장은 그래서 "일에 익숙해 질때까지는 쉬는 날은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일주일 동안 일하고 하루라도 쉬고 싶었지만,  우리에게 그런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환경미화원 일은 하면 할수록, 일하는 방식을 터득해서인지 차츰 진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밤중이 아닌 낮에 일을 마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3주 쯤 지나서의 일이고,.

전문가가 도와줬을 때의 경우만 그랬다.

우리 팀만 움직일 때는 그런 능력이 나타나지 않았다.

적어도 1-2주 동안 우리는 일을 배우고 지역을 외우는데 쓸 시간도 적었다.

 

월수금, 화목토 등 2개의 구간으로 지역을 나눠 음식물쓰레기를 치우도록 정하고 있었지만 일에 서툰 우리들에게는 그런 요일별 구간 의식도 없었다.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거의 모든 지역을 돌며 매일 치웠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시민들이 묻는다.

“우린 화요일 치워가는 날인데..날짜가 바뀌었나요..?”

“왜 노란 차(제주시청 소속)가 아닌 파란 차(사업체 소속)예요..?”

“수거통을 물로 닦아 주세요.”

우리는 “이번에 민간위탁 되면서 업무를 익히는 중이라 당분간 요일 구분없이 치울 겁니다”라고 말하며 한군데 한군데 요일별로 치워야 하는 식당을 체크했다.

그렇게 해서 일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난 뒤에는 약간의 여유를 갖고 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3일 일요일

 

민원.. 민원..끊임없이 생기는 민원..

일요일이지만 오늘도 출근하는 날이다.

"일이 몸에 익혀질 때까지는 토요일도 일요일도 매일 나와야 한다"는 것이 회사 대표의 방침이었다.

"그 다음에 새로운 팀이 만들어 질 때 코스를 잘 전수해 주라"는 것이 회사의 목적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운행했던 수거차량의 고장으로 다른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또 관건이 됐다.

오늘은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을까..

일요일에 나가보니 일요일에만 아르바이트로 뛰는 직원이 또 나와 있었다.

이날은 우리 지역에 다른 지역 미화 담당도 함께 참여하기로 해서 일하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다.

기자까지 4명이 우리 지역을 함께 치우기로 한 것이다.

나는 며칠만에 사장 차에 함께 타서 수거차량 꽁무니를 따라가며 일을 도왔다.

처음 우리 회사 차를 몰아 뵜던 김진형은 봉개에 있는 회사로 가서 차를 몰고 오더니 운전할만 한 듯 차를 잘 몰았다.

일요일이라 사실 큰 도로만 치우면 된다고 해서 시작하긴 했지만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 날은 평소에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 곳은 들르지 않고 먼저 건입동 지역 작업을 마치고 화북공단으로 달렸다.

가는 길에 중간주택가 지역도 들러서 지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주거지역 클린하우스에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치우고 대충 정리를 하려는 순간에 새로 투입된 아르바이트 직원이 레버를 잘못 늘러버렸다.

수거차량 꽁무니에서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온 폐수가 잠시 니오는 듯 하더니 아예 음식물쓰레기 똥을 싸버렸다.

레버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통 전체의 문이 조금 열려버린 것이다.

이 차의 사양에 관해서는  사장만 알고 있는 터라, 우리는 흘러내린 음식물쓰레기를 삽으로 떠서 다시 통안으로 담기 시작했다.

한참을 담았지만 물이 흐른 흔적은 그대로 땅에 남았다.

우리는 대강 빗자루로 쓸고 그곳을 떠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남아있는 우리가 치워야 할 물량을 먼저 해결해야 했기에 계속 중요지역을 돌수 밖에 없었다.

일요일에는 매립장에  한번만 갔다 오면 된다고 해서 일을 쉽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음식물쓰레기가 가득가득 했다.

이 양은 월요일이면 더 늘어난다고 했다.

바쁘게 움직이면서 화북 공단입구 마을에 왔을때 음식물쓰레기 똥을 싸놓았던 것이라 처음에는 내심 당황했다

그래도 시간이 새벽이라 다행이었다.

별 문제없이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날은 일요일임에도 민원이 2군데나 생겼다.

한 해장국집 주인은 아예 가게앞에 음식물쓰레기를 놓은 상태에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나타나자마자 "지난 3일 동안 수거차량이 식당앞을  지나갔는데 자기네 쓰레기는 왜 수가해가지 않았느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쓰레기통이 보이면 바로 서서 이를 수거하지만 세워둔 다른 자동차들로 인해 이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주인이 우리들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담당이 바뀐 내용이나 아직 지역을 숙지못한 우리 팀의 어설픔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용도 필요 없었다...

음식물쓰레기는 이처럼 식당 주인들에게는 그날 저녁, 또는 다음날 식당 운영을 위해 빨리 치워줘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이는 식당을 계속 하려면 그런 불만은 당연히 생기겠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속에 일을 다 마치고 모두 함께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려는데 다시 민원이 들어왔다.

이 민원은 밥이라도 먼저 먹고 처리하기로 했다.

환경미화원에게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생기는 민원 때문에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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