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한 것만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은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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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것만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은 공무원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2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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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0)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폐지와 폐비닐 등을 수집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기자가 소속된 회사 사장은 "미국에 갔을 때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는 직업 중의 하나인 환경미화원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환경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환경미화원의 수입도 많아 결혼 1순위로 꼽힌다"고 하며 "우리처럼 차에 매달려 가는게 아니라 수거차량에 편히 타서 다닐 수 있도록 서서 가는 자리까지 마련돼 있다"는 것이었다.

환경미화원을 무시하는 듯한 우리나라 실정과는 너무 다른 미국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우리는 그런 정도도 하지 못하나.."하는 아쉬운 생각을 했다.

차를 타고 다녀도 가까운 거리를 갈 때 환경미화원들은 자동차 옆이나 뒤에 매달려 가는 일이 많다.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긴 하지만..

이 매달려 가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가락에 힘을 주고 팔에 힘을 주어야 겨우 버틸 정도로 힘겹다.

기자도 몇 번 뒤에 매달려 다니다가 도무지 위험하고 힘이 들어 결국 매달리는 일은 포기하고 말았다.

손을 놓치면 사고로 이어지고, 잘못 움직이다 나무나 전봇대에도 부딪칠 위험이 있어 아슬아슬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언제쯤 우리에게도 환경미화원들이 사회로부터 존경받으며 차에 올라도 위험하지 않게 다닐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런 날도 오리라는 것을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6일 수요일 ..민원폭주..사장도 제주시청 직원에 폭발

 

새벽 4시30분 출근하고 보니, 어제 도와주기로 한 청년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전직 청년이 하루 더 나와서 도와주기로 약속을 한 날이었지만 왠일인지 나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보니 전화도 받지 않았다.

“길을 몰라 헤매는 우리 삼촌들을 끝까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날은 나타나지 않았다.

별수 없는 일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수 밖에..

일단 사장이 안내를 하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다니기로 하고 04시45분경 전장을 향해 출발했다.

새벽길은 차가 막히지 않기 때문에 빠른 일처리가 필요하다.

우리가 맡은 지역은 07시만 넘어도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오늘은 우리 지역에서 민원이 생기지 않기를 빌며..

열심히 음식물쓰레기를 하나 둘씩 해결해 나갔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찬찬히 다녀도 숨어있거나 자동차 등 장해물에 막혀 쓰레기통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면 민원이 생긴다.

민원은 생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날은 유독 심했다.

건입동 지역을 열심히 돌아 생각보다는 일찍 수거를 마치고, 복잡하고 민원이 가장 많은 화북 남문 쪽으로 들어서서 골목마다 누비기 시작했다.

우리로서는 최대의 고비처였다.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골목골목 다니면서 수거통이 있을 만한 곳은 다 다니는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어제부터 민원이 빗발친다는 한 곳은 인수를 받을 때 체크된 것이 없어서 사장도 모르는 장소였다.

그래도 담당지역에 포함돼 있어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실정,.

길은 막히고 일은 해야 하고 동서남북을 가로질러 정신없이 수거를 하고 있는데 시청에서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민원이 생겼는데 왜 안가느냐”는 것이었다.

사장은 “지금 이 일을 하다말고 어떻게 그곳에 가느냐”며 “차례대로 해나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바쁜 시간에 전화를 한 탓에 말투가 맘에 안 들었는지.. 시청직원은 다짜고짜 ”당장 시청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다.

아니 남은 일처리를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지금 정신없이 바쁜 시간에 "당장 시청에 들어오라"니..

나는 하도 황당해서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들어보았다.

 

시청직원 : ”왜 민원이 생겼다는데 빨리 안 가는 거예요..“

사장 : ”지금 이곳에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일을 하다말고 어떻게 갑니까..“

시직 : "그럼 일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씀인가요?"

사장 ”이 보세요 일은 순서가 있는 거예요. 이 지역을 마치고 다른 곳을 가야지 민원 생겼다고 그 지역에 가면 여기는 또 다른 민원이 생길 게 아닙니까..“

시직 : ”그래도 민원은 빨리 처리해 주셔야죠.. 빨리 가세요..”

사장 : "공무원님 일은 순서가 있어요, 초등학교에서 금방 고등학교는 못가는 겁니다. 지금 화북을 하는데 건입을 가라 하고 또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일은 어떻게 합니까."

시직 : “그럼 일을 못하겠단 건가요?”

사장 :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일에는 순서가 있는 거라고 했지. 그리고 지금 이 바쁜 시간에 이렇게 한시간씩이나 오래 전화를 해 대면 일은 언제 합니까..”

시직 “무슨 한시간이에요. 전화한 지 10분밖에 안됐어요.”

사장 : “그럼 일하지 말고 전화나 합시다. 계속 전화 하세요. 계속 말하세요. 일 안하고 있을께요..”

시직 : “민원은 빨리 처리해달라는 얘깁니다.”

사장 : “그리고 그 민원은 우리가 인수를 받지 못한 곳입니다. 인수를 해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갑니까..인수나 제대로 했나요..차는 주었나요.. 시청 소유차는 고장이 나서 우리 차로 운행하는 중입니다. 정말 너무 하시네요..”

시직 : “바빠서 전화 그만 끊을께요..”

사장 : “뭘 전화 끊어요. 일도 하지 말고 계속 얘기 합시다..”

시직 : “카톡을 보지 않아서 전화한 거잖아요..”

사장 : “일을 하고 있는데 언제 카톡을 봅니까..공무원님은 쓰레기차에 매달려가면서 전화받을 수 있는 기술이 있나요? 그리고 일을 하다보면 전화를 받지 못합니다.”

시직 : “그러니까 카톡을 잘 보면 전화를 하지 않잖아요.”

사장 : “일하는데 카톡을 언제 봐요?”

시직: “그래도 카톡은 보셔야죠..”

사장 : “일하지 말고 지금 시청으로 들어갈까요?”

시직 : “아니에요..안들어와도 돼요.”

사장 : “정말 너무 하시네요. 우리는 새벽부터 하루 종일 소변이 무서워 물도 먹지 못하고 일 합니다. 아침이나 점심은 커녕 저녁에 겨우 아점저 한끼 먹고 일하는 중입니다. 이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

시청 직원의 전화를 받고 이날 사장이 폭발하고 말았다.

죽도록 수거하는 중에 편안히 민원 먼저 해결하라는 요구와 함께 “일을 못하겠느냐.. 그러면 관 두라”는 식의 막말을 하는 걸 보면서 우리 시청 공무원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더 대단한 일이 이어졌다.

전화를 끊고 얼마 후 방향을 돌려 다른 곳을 돌고 오려고 하는데 누가 불쑥 ”이건 왜 안 치워요?“ 한다.

우리는 ”이건 돌아오는 길에 할 거“라고 했더니 ”우리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똑바로 잘 하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뒤꽁무니를 좇고 있다'는 매의 눈(?)으로 우리를 보는 무서운 (?) 공무원들이었다.

정말 코웃음이 났다.

우리는 밥도 제대로 못먹고 그들이 할 일을 대신해 주고 있는데..그들은 우리가 잘하는 지 못하는지 뒤꽁무니를 쫓으며 일을 잘하나 못하나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책임도 우리가 지는 것이다.

그들은 환경미화원에 대한 지원이나 격려보다는 못하는 것 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분명했다.

이 정도의 공무원들이 우리 제주시청의 수준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났다.

 

그래도 이날 정신없이 돌고 화북지역을 돌고 있는데 한 식당 사장님이 나오더니 ”오실 때마다 자기 식당에서 커피라도 꼭 들고 가시라“고 말씀해 주셨다.

사장은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온다“고 하고 바로 떠났지만 사회는 그런 좋은 분들도 사는 곳이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하고 박수쳐 주는..그래서 서로 기분 좋고 행복하게 되는..

그러나 오늘 이들 공무원들의 초갑질을 보면서 그런 기대가 싹 가셔 버렸다.

이들은 우리 수거팀을 마치 '양반 하인 부리듯' 했다.

자기들이 할 일을 새벽부터 대신해 주고 있음에도 초갑질로 대우했다.

실망스런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이날은 열심히 골목을 누빈 탓에 민원 발생은 겨우(?) 3건에 불과했다.

민원이 평소의 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열심히 뛴 덕이었다.

그리고 오후 4시에 무사히 모든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일한 시간 11시간 30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을 하다보면 문득문득 이 일이 참 의로운 일로 여겨졌다.

"나도 환경미화원이 체질인가보다.." 하고 있다.

우리 팀원에게 ”나는 환경미화원이 체질인가봐..하는 일이 너무 좋아“라고 말했더니 ”그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남과 다르니 그런 게 아닙니까..“하고 화답해준다.

수거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라..

내일은 시간을 더 줄여나가기로 모두 다짐하며 하루 일과를 마쳤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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