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환경미화원 하대,”어이 어이.. 저기 제 자리로 갖다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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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환경미화원 하대,”어이 어이.. 저기 제 자리로 갖다 놔..“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22 17: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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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1)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한 선비가 부잣집에 초대를 받아 그 집을 찾았다가 허름한 옷을 입은 선비의 모습을 보고 문지기가 앞길을 막자 바로 집으로 돌아와 의관을 정제하고 다시 그 집을 찾았다는 한 일화가 생각난다.

처음 허름한 옷을 입고 갔을 때는 문전박대하던 문지기가 의관을 입고 이 선비가 나타나자 굽신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더라는 얘기다.

이 선비는 초청받은 자리로 나아가 상에 올라있는 모든 음식을 옷에 쏟아 부으며 한 말이 있다.

”이 집은 사람을 초대한 것이 아니라 옷을 초대한 것이니 옷이 음식을 먹어야지요..“했다는 일화다.

우리들은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모습이건 옷이건 보기에 초라해 보이면 일단 무시하고 보자는 심산 같은 거다.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 연설을 했던 프린스턴대학 설립의 일화는 그 격을 달리하는 일화로 널리 회자되고 미국의 대학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도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학 총장실에 허름한 차림의 노부부가 나타나 총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총장비서는 그의 차림만을 보고 ”총장님이 바쁘다“며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노부부는 ”일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리겠다“며 총장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오후가 돼도 노부부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비서는 총장에게 ”아무리 말해도 노부부가 꼭 만나야 한다며 가시지 않으니 한번 만나주셔야 하겠다“고 전했다.

어렵게 만난 노부부는 총장에게 말한다.

”저희 아들이 이 학교에 다니다가 사망했습니다. 아들을 위해 기념관이라도 하나 지어주고 싶습니다..“라고..

총장은 ”아니, 기념관을 짓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줄 아십니까..아마 수백만 달러는 들어갈 겁니다“라며 코웃음을 쳤다.

 

노부부는 이 날을 듣고 서로 바라보며 미소를 짓더니..

”여보 기념관 하나에 몇 백만 달러 밖에 안든 대요..그럼 우리가 대학을 하나 만들까요..“라며 총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만든 대학교가 프린스턴대학이라고 한다.

기자도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 정확한 내용을 확인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하버드대학 도서관 입구에는 그런 말이 붙여졌다고 한다.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지 말라“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동안 수고한다고 커피를 뽑아주고, 박카스를 갖다는 주는가 하면 과일상회 사장님은 사과나 바나나 등을 주시며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할 때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무작정 민원을 내고 어떻게 하나 하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에게 뭔가 잔소리를 해대고 싶기 때문이었다.

늘 하는 말은 ”왜 우리 집만 안 치워가느냐..“, ”민원을 낸 지가 언젠데 지금 오느냐..“ 등등..

마치 환경미화원을 전세 낸 듯 자기 식당은 매일 치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당연히 부려먹을 수 있는 종놈처럼 하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7일 목요일.. "어이..어이..저기로 갖다놔.."

 

새벽 4시30분 팀원 전원이 다시 모였다.

일을 시작한 시간은 4시45분..

서둘러 일을 시작한 관계로 건입동 지역은 2시간만에 초 스피드로 진행해 처음으로 일찍 마무리됐다.

이제 민원만 안 생기면 되는데..

다음 코스인 화북공업지역을 돌 때였다.

한 식당에 놓여있는 음식물처리통을 수거하고 식당 앞에 놓으려고 하는데..

”어이 어이.. 저기 제 자리로 갖다 놔..“

아침부터 반말까지 섞인 기분 나쁜 목소리가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화나게 했다.

고마운 모르는 사람들..

자기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치워주는 사람들인데 고마움은 커녕.. 반말까지 한다는 건 정말 너무나 화가 났다.

우리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데 그들은 단지 몇 발자욱이면 될 거리조차 수거통을 대신 갖다 놓기가 싫은 것이다.

나는 ”왜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큰소리를 치느냐“고 그에게 소리쳤다.

그랬더니 그는 ”잘 들리라고 큰 소리로 말한 것“이라며 꽁무니를 빼더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 환경미화원에 대한 예의는 커녕 안하무인이 따로 없었다.

음식물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을 사회에서 고마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아주 하급인간 취급을 하듯 하대를 하는 그 마음이 그 목소리에서 느껴져 이날은 더욱 기분이 다운됐다.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종종 접했지만..

이날만은 아침이라 더욱 화가 치밀었다.

어제는 공무원들이..

오늘은 식당 주인이..

갑질하기 만을 좋아하는 듯..이게 제주사회의 현실이었다.

과연 나는 어땠을까..하는 반성이 든 것도 그때였다.

나조차 어쩌면 그랬을지 모른다는..

환경미화원 일을 하다 보니 어떤 직종의 사람들이건..어떤 업종이 사람들이건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은 식당대로, 공장은 공장대로, 다른 일은 다른 일대로..

다들 나름대로는 자신의 직업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고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자기 직업이나 일에 대한 숭고함이나 소중함이 업종에 따라 다를 수는 없다.

누구나 업무에 임하는 입장은 서로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늘 잘못된 이런 반복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이날은 처음 환경미화 일이 건입동부터 잘 추진되었기에 일이 빨리 끝날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화북지역을 돌다가 매립장으로 가득 통을 채우고 두 번 째 갔다 온 후 보니, 수거차량에서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물이 차량 아래쪽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차를 세우고 보니 도어를 개폐시키는 옹이가 부러져 있었다.

문이 꼭 잠기지가 않으니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두면 내일, 일은 전혀 할 수가 없다.

서둘러 이 공장 저 공장을 찾아다니던 중에 겨우 유압기공장을 수소문해 찾아가 땜질 수리한 후 임시변통으로 고치고 당분간 운행해 보기로 했다.

공장에서는 ”길면 한 달, 빠르면 일주일 내에 다시 고장이 날지 모른다“고 겁을 줬다.

그러나 어쩌랴 쓰레기는 당장 처리해야 하고..기계 고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날 민원이 생겼다는 3곳을 해결하고 나니 차에 기름도 떨어져 가서 오늘 일과는 여기에서 마치기로 했다.

전체 일을 마친 시간은 저녁 6시30분정도였다.

꼬박 14시간을 한끼도 먹지 못하고 이날도 강행군을 한 것이다.

새벽부터 배가 무척 고팠지만 아무도 정말 아무 것도 먹을 생각들을 하지 않았다.

중간에 김밥이라도 먹기로 했지만,나중에는 밥맛까지 없어져 겨우 커피 한잔과 빵 한조각으로 떼울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 매일 아점저 한끼를 겨우 먹고 있는 중이지만..그래도 저녁에는 사장이 좋은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도록 해줘 그것이 또한 작은 행복한 일이었다.

아침에 기분 나쁜 얘기 듣고 시작한 이날은 ” 수거차량이 고장 나 수리중..“이라고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민원 빨리 해결하세요..“ 라고 보낸 시청직원의 메시지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양반이 종 부리듯..

있는 자가 없는 자를 하인 부리듯..

그들은 ‘무조건 하라’는 식의 지시만 내리면 될 뿐이었다.

그들은 이 쪽 사정은 들을 생각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 비정함만 있었다.

그리고 우리 팀을 모니터링을 한다고 일을 잘 했나 못 했나 직접 찾아가 확인까지 한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우리 팀 모두에게는 세상을 위해 봉사한다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들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환경미화원팀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러나 이런 무지몽매한 공무원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환경미화원들은..모두가 잠든 매일, 새벽마다 죽도록 고생하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고 도민이라는 점이다.

이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가 넘어 있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죽도록 일해 본 경험은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지만...그래도 나는 늘 행복하게 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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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9-02-23 11:12:16
이 댓글 공무원은 잘할 생각은 안하고 헛짖거리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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