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낙엽 사이로 불쑥불쑥
비에 젖은 숲 바닥에 초록빛이 감도는군요.
비단 이 빛은 습기를 머금어 부풀어 오른 선태식물들에게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위틈 사이에 찰싹 달라붙어 자라는 흰괭이눈이 우선 눈에 뜨입니다.
온 몸을 털로 무장을 한 식물은 어느새 꽃봉오리를 한껏 부풀려놓았더군요.
숲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자라던 개체 중에는 벌써 꽃잎을 펼쳐 샛노란 수술을 내보인 것도 있습니다.
조금 이른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지만 봄을 기다리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덕분에 밝아진 기운으로 주변을 살펴보면 언제 돋아나왔는지 활짝 펼친 잎 가장자리 끝마다 동그란 물방울들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좀현호색도 보입니다.
그리고 수북하게 쌓인 낙엽 위로 중의무릇은 기다란 잎과 함께 꽃봉오리를 솟구쳐 올렸더군요.
큰구슬붕이 또한 옆에서 자라나는 어린 상산줄기와 키를 견주며 낙엽 위로 고개를 밀어 올렸습니다.
물론 목본인 상산이 빠르게 자라겠지만 말이어요.
아이고, 갑자기 낙엽 위로 빨간 곤충 하나가 툭하고 떨어지네요.
마치 새우처럼 생긴 이 곤충은 빠르게 낙엽 밑으로 몸을 숨겨버리더군요.
비는 그치고 슬며시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빛이 쏟아지려는 순간 낙엽을 뚫고 올라온 박새의 얼굴에 맺힌 물방울들이 영롱하게 반짝이네요.
이렇듯 낙엽 사이로 불쑥불쑥 고개 내미는 존재들이 많아지니 숲에 발 들여놓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