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여러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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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주민여러분께
  • 송강호
  • 승인 2011.07.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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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목사의 유치장 서신(전문)


송강호 목사
경찰에 연행된 송강호 목사가 17일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유치장에서 쓴 서신을 보내왔다.

송 목사는 서신에서 "시민의 힘으로 군사기지를 막아낸다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위대한 승리"라고 강조하고 "주민 여러분들은 너무나도 훌륭하게 싸우고 계십니다. 특히 우리 아주머님들의 싸움은 저를 신나게 합니다. 너무나도 멋진 평화의 전사님들이십니다"라고 주민들을 위로,평가했다.

송 목사의 서신을 그대로 옮겨 개재한다.

 

 

(서신 전문입니다)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



올해 정월 달 제가 강정마을에 찾아 왔을 때 중덕 구럼비에는 찬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외로운 중덕사에서 일주일을 머무르며 이 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했었습니다.

저희가 이 곳에 머무르는 동안 저녁이 되면 김종환 형님과 고종일씨가 찾아와 막걸리를 마시며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싸울 힘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제가 강정에서 돌아 온 이후에도 형님의 그 목소리와 그 안타까운 심정이 저의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저는 그 안타까운 목소리가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정에 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나 있을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불의와 불법이 오직 폭력으로 정의를 억누르고 있는 그 부당한 현실 속에서 주민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 침묵의 의미가 정부에 동의하거나 따르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단지 불가항력적인 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이 마을에 와서 하고 싶은 일은 하나님이 이 강정 마을에 정의를 세우고 평화를 이루어 달라고 기도 드리는 일이었습니다. 다시금 주변 여러분들께서 정의를 향한 용기를 내시고 평화를 향한 희망을 품으시도록 하나님께 기도 드리기 위해서 이 강정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새벽 중덕 바닷가 평상에서 소리를 내어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주민 여러분들에게 다시금 의분을 달라고 기도 드렸습니다. 그리고 목사님들과 신부님들을 찾아 다니며 구럼비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이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고 기도회를 가져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저는 모든 일이 기도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가 기도 드리고 바랐던 것들은 이제 다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주민 여러분들은 너무나도 훌륭하게 싸우고 계십니다. 특히 우리 아주머님들의 싸움은 저를 신나게 합니다. 너무나도 멋진 평화의 전사님들이십니다.

그리고 목사님들도 신부님들도 제가 꿈꾸었던 것처럼 이 곳 구럼비에서 기도회와 미사를 올리고 계십니다. 게다가 강정교회의 교우 여러분들이 열의를 갖고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기도회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하나님께 기도 드리고 난 이 곳에서 하려고 했던 것은 이제 다 넘치도록 이루어진 셈입니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그런 사이에 양윤모씨와 최성희씨가 구속되었고 이제는 저와 고권일 대책위원장이 구속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가 구속되는 것이 두려웠다면 저는 처음부터 중덕 바닷가에서 기도를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수감뿐 아니라 죽음까지도 각오했었기 때문에 담담합니다.

저는 이런 현실을 받아 드리는 것이 오랜 세월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쟁해 온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과 의리를 지키는 것이고 우리나라를 전쟁의 참화로부터 지켜 내야 하는 국민의 의무라고 여겨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들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만일 우리가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나라를 미래의 전쟁으로부터 구하는 것이고 우리 시대를 짓밟고 있는 만 무도한 군사주의의 만행을 시민의 힘으로 막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국민 모두 그리고 군사 시설과 전쟁의 위협으로 두려워하고 고난 당하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계십니다. 시민의 힘으로 군사기지를 막아낸다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위대한 승리입니다.

세계 굴지의 신문과 방송이 강정의 승리를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우리 강정은 세계의 희망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우리 강정마을의 투쟁도 시민의 힘으로 군사기지 건설을 막고 미래의 전쟁을 막아 낼 수 있다는 우리 시대 온 세계에 전파될 평화의 메시지가 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역사 속에서 평화의 예언자들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싸운 평화의 싸움은 반드시 우리 후손들에 의해서 계승되고 칭송될 것입니다. 옥 중에서 계속 기도드릴 것입니다.

마침내 해군기지 건설이 백지화가 선포되는 날 모두 구럼비에 모여 손에 손을 잡고 승리의 개가를 부르고 축제를 드리는 그 날을 꿈꾸며 기도 속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도우시고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1.7.17. 일.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송강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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