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명박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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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명박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
  • 신구범
  • 승인 2011.08.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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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이명박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

저는 제주특별자치도 도민이자 전 제주도지사인 신구범입니다.

국정에 바쁘신 대통령님께 이렇게 글을 드리는 것은 그동안 제주사회에서 갈등과 분란을 야기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국가안보와 이익이라는 거짓 허울을 쓰고 제주도민과 국민들을 기망·호도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제주 남방해역 보호를 위한 해군 목포3함대사령부와 역할이 중복되는 해군기지를 추가로 제주도에 건설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해군은 강원도 동해에 1함대, 평택에 2함대, 목포에 3함대 그리고 부산에 해군작전사령부를 두고 있습니다.

이 중 목포3함대는 제주도 해역을 포함한 우리나라 서남해역에서 해군의 작전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긴급상황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2007. 11.15. 부산에서 이전한 함대사령부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해군은 제주도 남방해역의 EEZ와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명분으로 목포3함대의 역할과 중복되는 제주해군기지 입지선정을 한 것입니다.

그것도 2002년부터 제주도 내 화순, 위미, 강정지역을 거치면서 입지선정에만 무려 5년을 허비했다는 사실은 스스로 안보사업임을 부정한 것입니다.

차라리 미군이 주둔하여 우리 해군과 함께 사용할 계획이라면 그것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해군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는 무려 9,770억 원의 재정이 투입됩니다. 이 예산을 목포3함대를 보강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해군의 작전수행능력과 재정투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둘째, 제주남방해역의 EEZ와 해상교통로 보호는 UN해양법협약, 해양과학조사법과 한·일, 한·중 어업협정 등의 법적 근거에 따라, 또한 현실적으로도 해군이 아니라 해양경찰의 직무관할이기 때문입니다.

서해 북방 5도의 경우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로 인하여 해양경찰 출동 시 합참예규에 따라 어로보호지원의 일환으로 해군이 지원하는 경우가 있으나 제주 남방해역에서는 해방 후 우리나라가 세계 9위의 무역대국이 되기까지 어떠한 분쟁도 없었으며 해양경찰청에서는 지금까지 해군의 지원 없이 자체 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부는 제주 남방해역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도 안 되는 화순지역에 해경전용부두 건설계획을 확정하고 제주해양경찰청 신설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정부가 해군기지 바로 옆 지역에 해군기지와 같은 목적으로 해경전용부두를 건설한다는데 대하여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양법 학자들도 제주 남방해역에 대한 보호는 해군이 아니라 해양경찰의 직무관할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으며 해군기지 건설에 앞서서 이에 대한 법적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셋째, 해군기지를 위한 강정지역의 주민동의가 해군과 제주도의 기망, 회유,불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천 무효이며 강정해안에 대한 제주도지사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또한 이유 없는 위법한 행정처분이기 때문입니다.

강정주민들이 처음부터 해군기지 입지선정을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주민들은 불법, 위법으로 이루어진 주민동의와 제주도지사의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 도의회의 해제동의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으나 정부와 해군, 제주도지사는 이를 묵살해버렸고 오히려 도민 여론을 조작하여 주민들을 안보를 거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간 결과, 그들은 절망과 분노 속에서 해군기지 건설반대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더욱이 해군과 경찰, 시공업체인 삼성과 대림은 주민과의 대화와 타협 대신 고소, 고발과 연행, 소환, 체포, 협박 등 온갖 비타협적이고 비인격적인 방법으로 지난 4년 동안 생업까지 희생한 주민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주민 두 사람과 시민 활동가 한 사람, 문정현 신부님이 경찰에 의해 체포, 구금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대통령님,

성경은 우리에게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로마서 12:14).”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제주해군기지 설치이유와 입지 타당성, 해군기지와 해경전용부두 통합 문제를 재검토하도록 조치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해군기지 입지선정에 대한 주민동의와 강정해안에 대한 제주도지사의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과 이에 대한 도의회 해제동의에 대해서도 그 진상을 조사하도록 조치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재검토와 진상 조사 기간 중에는 강정현장에 대한 경찰병력 투입과 강제진압을 일단 유보 조치하여 주시고 해군기지 건설공사또한 일시 중단 조치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부의 재검토와 진상조사 결과 그동안 정부와 해군, 제주도지사의 결정과 처분 등이 모두 합법적이며 타당한 것으로 판명되면 문제를 제기했던 저는어떠한 처벌이나 책임도 감수할 것입니다.

강정주민 또한 대통령님의 뜻에 따라 그들이 요구했던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에 승복하고 해군기지 건설에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저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통하여 정부, 해군, 제주도지사와 군인, 공무원 관계자들 중 누군가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나서서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힘없고 가난한 주민들과 진정한 소통과 연대의 노력을 했었더라면 문제는 진즉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라는 귀중한 교훈을 배우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민과 진실을 위한 정부의 책무와 관용 그리고 소통 덕택으로 금년에는 강정주민과 제주도민이 평안하고 감사하는 추석을 맞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1. 8. 26.

제주특별자치도민 신구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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