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 사람만을 위해 피는 꽃..그리고 저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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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 사람만을 위해 피는 꽃..그리고 저력이"
  • 고현준
  • 승인 2019.07.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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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8코스 아왜낭목-중문해수욕장까지..월평에 머쿠실낭군락지 찾아

 

 

 

결혼식 전날 밤 결혼식을 앞둔 딸이 부모님 방을 찾아 가 느닷없이 큰 절을 올렸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를 담아 이렇게 전했다.

“그동안 잘 키워주시고 이렇게 혼수까지 분에 넘치게 잘 마련해서 결혼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마 친부모도 이렇게 잘 해주시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친부모도 이러긴 힘들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이 좋은 밤에..”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리밑에서 주워온 아이라는 사실을..그러니 이제 솔직히 말씀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아니 네가 주워온 아이라니..무슨 말이야..”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다른 식구들과 얼굴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무슨 말이냐..너는 내 친딸이 맞다..”

“아닙니다. 이제 사실을 말해도 됩니다. 진짜 괜찮습니다..”

“내 친딸이야..진짜 친딸이다..”

이렇게 해서 결혼 전날밤 전 식구가 모여 앉아 친딸이니 주워온 딸이니 하며 전 식구가 함께 대성통곡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제주올레 8코스(월평 아왜낭목-중문색달해변까지 하프코스)를 걷다가 중문해수욕장 입구 다리 밑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난전선생과 함께 웃으면서 나눈 말이다.

시원한 다리 아래에 앉으니, 어릴 때 다리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을 어린 자식에게 한 것이 화근이 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이야기다.

부모님이 어릴 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을 들은 그 처녀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까지 하며 훌륭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어릴 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정말 순진한 사람이야기였다.

결국 우리가 내린 결론은 “어린 마음에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 지를, 그리고 어린 마음에 얼마나 오랜 시간 아픈 생활을 했겠는가”를 되새기게 했다.

말은 항상 오해가 없도록 정확하게 잘 해야 한다.

 

지난 14일은 올레8코스를 걷는 날이었다.

늘 토요일에 걷고 있지만 난전 강법선 선생 부인인 정하연 여사가 올레를 또 걷고 싶다며 토요일 저녁에 내려온다고 해서 하루를 늦춰 일요일에 걷게 됐다.

이날 제주시 삼양에서 출발해서 10시44분에 서귀포시 중문동 월평 아왜낭목 8코스 출발점에 섰을 때 “8코스는 19.6km로 조금 긴 구간이니 중간포스트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중문색달해변까지 조금 더 걸을 예정”이라는 계획을 먼저 전했다.

미리 조금이라도 더 걸어놓아야 다음에 걷는 거리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의 올레걷기는 걷기에 힘들 정도로 아주 덥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여름 날씨라 낙낙한 길도 아니었다.

이렇게 처음 호젓하고 조용하기만 한 월평마을을 걷는데 조금 걸어가자 파머스 커피점이 나타났다.

아마 이 지역 농부가 운영하는 카페 같았다.

 

 

정 하연 여사는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을 텐데 커피를 한잔 하고 걷자”고 해서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평소에 직접 볶은 커피를 좋아한다는 정 여사는 “커피를 볶은 지 15일이 됐다”는 말에 실망을 했지만 맛있게 한잔을 하고 상큼한 출발을 했다.

커피 한 잔의 힘이었을까.

이날은 세 명 모두 지치지 않고 끝까지 잘 걸을 수 있었다.

월평마을은 한가지 큰 특징을 가진 마을이었다.

마을 곳곳에 멀구슬나무(제주어 머쿠실낭)가 가득한 것이었다.

멀구슬나무는 제주도에 흔한 나무이긴 하지만 이 마을은 달랐다.

아름드리 멀구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가히 머쿠실낭 군락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멀구슬나무가 이곳 저곳에 참 많았다.

한림읍 명월리가 팽나무군락지고, 위미리에 동백나무군락지가 있다면 이곳이야 말로 머쿠실낭 군락지라 불리워도 좋을 정도였다.

아름드리 큰 나무부터 넓은 그늘을 만들어 시원한 여름철 쉼터까지 돼 주는 머쿠실낭까지..

머쿠살낭으로 만든 찬장은 옛날 제주에서는 흔하기도 하고 단단한 목재로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이 마을은 또 이날 깨꽃이 핀 마을 농가를 지나니 평소에는 건천이었을 계곡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엊그제 내린 비가 만든 제주의 천연하천이다.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정겹다.

이어진 코스는 대가람이 우뚝 한 약천사..

약천사는 언제 봐도 큰 가람이다.

3층으로 만들어진 대웅전은 보기에도 압도적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부처님도 웅장하다.

 

 

난전선생 부부는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리고 온다고 정성을 보였고..

대웅전 안을 바라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있었다.

사시불공이라고 했던가..

스님의 염불을 들으며 부처님상 옆을 보니 ‘사회와 함께 자연과 함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어 유심히 안을 더 보게 만들었다.

두분이 나오자 대웅전 옆에 수월관음도 특별대전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어 우리는 수월관음도를 보자며 지하에 있는 전시실로 향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대한민국 불화 대표명품 수월관음도는 금어 도현의 작이며 이 불화의 고요하고 아름다움에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미루어 볼 때 불교미술의 최고 경지에 도달한 작품임을 느낌과 동시에 해탈의 염원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돼 있었다.

 

 

그냥 보기에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수월관음도는 여러 가지 상품으로 만들어져 소장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불교도라면 하나쯤 갖고싶을 정도로 예쁜 물건이 많았다.

수월관음도를 감상하고 약천사를 나와 길을 걷는데 한 감귤밭에 선풍기가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난전선생이 말했다.

“감굴밭에 왜 선풍기가 달렸는지 아나?”

“왜 달린 겁니까..”

“이곳은 분지라 아침에는 이슬이 맺히거든,,그 수분을 날려버리지 않으면 냉해를 입게 돼..차밭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선풍기가 돌아가며 수분을 날려주는 거지..”

 

 

차 전문가이기도 한 난전선생은 아는 것도 참 많아 늘 존경스럽다.

이제 길은 바닷가 해안길로 이어진다.

해안을 따라가는 올레길.

이 길도 대포바닷가처럼 돌들의 정원이 장관이었다.

난전선생은 이 기묘한 자연의 조각품 위에 올려놓은 작은 돌들을 하나씩 다 내려 놓기 시작했다.

“이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라고 말하며..

지나던 사람들이 용암돌 위에 하나씩 얹어놓았을 기념물이라고나 할까..

두 분이 그렇게 열심히 돌을 내려놓아 자연으로 다시 돌려놓은 다음에 둘은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이 해안 올레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지 해양쓰레기가 넘쳐 보기에 흉할 정도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반감시키는 쓰레기들..

해안가는 어디건 며칠만 그냥 놓아두면 쓰레기장이 된다.

기암괴석들이 이어진 길을 따라 가다보니 갈옆 한 나무에 석류가 열매를 달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는 하연 도라지꽃이 자라고 있었고..

 

 

 

 

이어 곧 대포항이 나타났다.

대포항을 지나 작은 동산을 오르면 '바다다'라는 예쁜 카페가 나타난다.

'바다다'라는 이름이 유명해서인지 가끔 보이는 이상한 제목들도 있다.

우리는 바다다에 앉아 약간의 요기를 하려고 했지만 강준혁 대표가 자리에 없어 잠시 앉아 떡을 먹으며 카페의 아름다운 모습만 감상하고 나왔다.

이어진 올레길..

이곳 8코스 하프길은 여기저기 황근(노란무궁화)이 군락을 이뤄 가득가득 꽃을 피우고 있는 곳이 많았다.

 

황근과 무궁화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난전선생은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이 우리나라 선비정신과 꼭 닮아 있다”고 전했다.

“무궁화꽃은 질 때도 부채를 접듯이 접어서 툭 떨어진다”는 것.

“깨끗하게, 말없이 보내주듯, 고이 보내주는 그 마음처럼.. 무궁화꽃은 하루밖에 안 피우지만 꽃이 지는 모습은 결코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무궁화꽃은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그날 저녁이면 지는 딱 하루만 피는 꽃인데 계속 꽃이 피기 때문에 여러 날 피우는 것처럼 보일뿐”이라는 것이다.

난전선생은 “예전에 일본에서 한국을 찾는 재일한국인에게 무궁화꽃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어주려고 미리 무궁화 꽃목걸이를 만들어 놓았는데 다음날 보니 꽃이 다 시들어버렸다고 한다”는 일화를 전하며 “무궁화는 오직 그 사람만을 위해 피는 꽃”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무궁화는 끊임없이 피워내는 저력이 우리나라 국민과 너무나 닮았고 100일 이상 피는 나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성과 닮아있어 국화가 됐다는 얘기였다.

무궁화는 국회의사당에 가면 모든 아름다운 무궁화를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난전선생은 “국회의원들이 백성들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무궁화를 심었겠지만 국회에 무궁화가 많은 것은 백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무궁화 얘기는 황근 때문에 나온 것이지만 이렇게 황근이 흐드러지게 핀 올레길을 따라 가다보니 숨어있는 또 하나의 비경이 나타났다.

 

 

 

 

중문관광단지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상절리에 못지 않은, 그 축소판이라고 불러도 좋을 주상절리의 판박이같은  명소다.

작지만, 더 아름다운 주상절리의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기에 충분한 그런 곳이었다.

하얀 파도가 주상절리를 간질이고 서로 희롱하는 바다올레길..

아름다운 정경이 그곳에 숨어 있었다.

난전선생은 그 아름다움에 반해 “저 주상절리에 난을 심어야 하겠다”며 그림 구상까지 했다.

그 작은 주상절리를 지나는데 해당화가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곧 주상절리 중간스탬프기 있는 곳에 당도했다.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3시01분..

 

 

우리는 다음을 위해 조금 더 걸어가기로 했다.

컨벤션센터 옆길과 앵커호텔을 지나면서 당초는 베릿네오름을 올랐다가 내려와 중문해수욕장까지 갈 계획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베릿네오름을 오르는 일은 포기하고 계곡으로 향했다.

물이 넘치는 계곡..베릿네(중문천)다.

베릿네라는 말이 궁금했다.

"베릿네는 박용후의 제주도의 땅 이름연구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제주시에도 베릿네(별도천)와 베리오름(별도봉)이 있는데, 이 베릿네는 베리오름쪽으로 흐른다 하여 베릿네이며, 베리오름은 산 북쪽이 바다에 접한 벼랑을 이루었기 때문에 베리오름이라 한다고 풀이된다. 

베리오름의 경우는 오름 이름으로 하여 내 이름이 붙었고, 베릿네오름은 내 이름에서 오름 이름이 생긴 셈이다.(김종철 오름나그네)"

 

 

우리는 그곳 다리 밑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다리 밑에 앉으니 바람도 시원하려니와 더 이상 움직이기도 싫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쉬면서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땀이 마를 때쯤 우리는 다시 일어나 중문해수욕장에 도착한 시간이 14시30분..

놀랄 만한 정도의 인파..

길도 해수욕장도..이곳은 벌써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드디어 여름이 그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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