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늦은 귀가 길
상태바
(강문칠 문화칼럼)늦은 귀가 길
  • 강문칠 기자
  • 승인 2012.03.12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문칠(전 제주예총회장)

 

아침에 일어나 각자의 일터로,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고, 이내 모든 일들이 끝나 하루해가 짧은 것처럼 서둘러 누군가 기다리는, 가야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어떤 경우에는 허둥지둥 하루를 헤매다가 아직도 일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갈 경우도 많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은 이미 다 잘 알고 있기에, 가야 할 곳에 대해서 망설이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녁 귀가 길 터미널에는 항상 서성대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론가 가야할 곳을 모른 채 서성이는 사람을 만난다. 웃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들, 처지에 따라 각자의 사정들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속 깊은 내용들을 말하지 않기에, 우리는 서로의 내용들을 모르고 그렇게 지낸다.

그러나 나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을 다 이야기 하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정들을 다 말하면 마음이 시원하다는 사람들, 말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하루의 일들에 대하여 많은 말을 하면서 잡담을 늘어놓는 사람들, 그런데 그들의 대화에는 정이 흐르고, 늘 미소가 있어 서로가 서로를 언제나 감싸는 분위기를 맛본다. 하루의 고단하고 피곤한 일들이 끝나서 귀가 길에 만나는 아름답고 훈훈한 정이 기다려지는 사람들, 그가 있어서 하루의 고단함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짧지 않은 하루의 시간들, 일을 마친다는 것,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는 것들 속에서 나는 하루의 시간들을 의미 있고 보람되게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가고픈, 나를 태워서 가야할 버스가 출발을 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사람들은 차에 오른다. 서두르는 마음으로 좌석에 앉고 임박한 시간,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있어 버스 안의 따스함이 고맙기만 하다.
 

집에 도착하기에는 아직도 한 시간여의 시간이 남았다. 내가 서둘렀다고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 일정에, 묵묵히 상념에 잠긴다. 집에 도착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는지, 가족들과는 어떠한 대화를 할까 고민한다. 묵상을 하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참으로 행복한 생각이다.

 


인생에도 이와 똑 같이 여생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음을 느낀다.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의 심경을, 나이가 들어 남은 인생의 일들을 마무리 하는 사람들, 남은 인생을 인생의 후반전이라 생각하며 도전하는 사람들, 의지와 여유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 속으로 들어가노라면 나의 자그마한 몸부림은 깃발의 힘찬 흔들림처럼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도전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자신감이 필요하다. 조용한 웃음 지으면서 남은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자. 깃발을 힘 있게 날려 보자.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