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산과 들, 오름, 곶자왈에 바람꽃이 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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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산과 들, 오름, 곶자왈에 바람꽃이 피면..
  • 고현준
  • 승인 2019.07.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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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바람꽃..종류도 많고 신화에 등장하는 봄을 기다리는 꽃

 

제주의 산과 들, 오름, 곶자왈에 바람꽃이 피면

 

차라리 관심이나 두지 말면 그러려니 할 것을

겨울엔 다른 꽃 없으니까 메마른 숲속까지 찾아와

봄의 아씨 어쩌고저쩌고

무릎 끓고 절하며 칭송하더니만

금방 싫증 나 고개 돌린다.

 

속절없는 사랑이랑 그런 것인가

예쁜 꽃잎을 꽃잎이라 하지 못하게 하고

이파리도 이파리가 아니라나

언 땅속에서 몸단장 정갈하게 하고 나왔건만

삭아가는 가랑잎조차 옷을 찢으니

더 서럽기만 하다.

 

비밀스러운 사랑은 슬퍼야만 하나보다

그렇지 않아도 봄이란 짧은 순간 지나가건만

봄 냄새만 맡고 떠나야 하니

피었는가 싶더니 져버려 버리는

변산바람꽃의 슬픔을 그대는 아는가!

(유유님이 시 “변산바람꽃의 슬픔”을 옮김)

 

 

바람꽃은 바람이 잘 부는 곳에 자라는 들풀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지....

바람꽃은 곶자왈이나 오름의 분화구, 따뜻한 내창(계곡), 한라산 산록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그중 제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바람꽃은 단연 변산바람꽃이다.

변산바람꽃은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부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지리산부근과 진안 마이산 부근에서도 자라고 제주에는 이른 봄철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들꽃이다.

 

제주에서 눈이 내리는 2월에 피는 꽃이라서 이 꽃을 보면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봄인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겨울이 한창일 때 다른 어떤 들꽃들보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므로 들꽃들 중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들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꽃”하면 그리스 신화가 연상 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네모네(anemone)가 바람꽃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이야기 Ⅰ]

아네모네(anemone)는 그리스어로 바람을 뜻하는 아네모스[anĕmŏs]로 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옛날 꽃들의 신 플로라에게는 아네모네라는 미모의 시녀가 있었는데 아네모네는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멀리 포모누의 궁전으로 쫓아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제피로스는 바람을 타고 곧 그녀를 뒤쫓아 가서 둘은 깊고 뜨거운 사랑을 하였다고 한다.

새로 변한 플로라는 두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날아가 그 광경을 보고 질투에 불탄 나머지 아네모네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슬픔에 젖은 제피로스는 언제까지나 아네모네를 잊지 못하고 매년 봄이 되면 따뜻한 바람을 보내어 아네모네(바람꽃)를 아름답게 꽃피게 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이야기 Ⅱ]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많은 남신, 남성들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아도니스라는 청년을 만났다고 한다.

아도니스라는 청년은 남성이면서도 아름다움이 여느 여성이나 여신을 능가하는 미모를 가졌다고 한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가 아들인 사랑의 신 에로스와 함께 숲에서 놀고 있었는데 사랑의 화살을 가지고 놀던 에로스가 실수로 어머니에게 화살을 쏘았다고 한다.

에로스의 사랑의 화살을 맞은 신이나 사람은 처음 보는 이성을 사랑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때마침 아도니스가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고 그를 본 아프로디테는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아프로디테는 모든 일을 내버려두고 아도니스와 함께 사냥을 다니면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도니스가 사냥을 하다가 맹수들의 습격을 받을까 걱정이 되어 사자나 곰 같은 맹수들을 사냥하지 못하게 하고 토끼나 사슴과 같은 연약한 짐승들만 사냥하도록 했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부름을 받아 올림포스로 올라가게 되었는데 떠나면서 연인에게 맹수를 사냥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그녀가 떠나가자 아도니스는 호기를 부리면서 맹수를 사냥하러 갔는데 그가 처음 만난 맹수는 주둥이에 송곳니가 뿔처럼 사납게 생긴 멧돼지였다고 한다.

아도니스가 힘껏 던진 창은 멧돼지를 맞히기는 하였지만 너무 힘이 없이 맞아서 멧돼지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고 한다.

창에 맞은 멧돼지가 화가 나서 아도니스에게 돌진하는 바람에 아도니스는 멧돼지 송곳니에 몸이 받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의 비명소리를 들은 아프로디테가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프로디테는 슬피 울면서 신들의 음료인 암부로시아를 피가 흐르는 아도니스의 가슴에 부어주었는데 그 흐르는 피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이를 아네모네(바람꽃)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네모네(바람꽃)는 덧없는 사랑에서 피어났기 때문에 바람이 불면 금방 피어났다가 바람이 불면 금방 져버린다고 한다.

'windflower'라는 영어 이름은 그리스어인 'anemone'에서 온 것으로 꽃이 바람이 불면 활짝 핀 것처럼 보여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바람꽃은 그리스어의 아네모스(Anemos : 바람)에서 시작된 이름이다.

 

미소년 아도니스가 죽을 때 흘린 피에서 생겨난 꽃으로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이라 한다.

들꽃을 좋아하면서 사람들 중 ‘바람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겨울이 떠날 채비를 하지도 않았는데 겨울이 빨리 떠나기를 소원하듯이 피어나는 들꽃이다.

바람꽃은 세계 곳곳에 분포하지만 북반구 온대지역의 삼림과 초원지대에서 자라는데 약 90종의 원종이 있다고 한다.

 

바람꽃 중에서 대표적인 아네모네 코로나리아(A. coronaria)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으로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잘 자라는데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이어서 그리스신화에 까지 등장을 한 모양이다.

양귀비꽃을 닮은 아네모네 코로나리아를 기본종으로 해서 종 번식을 시켜 화려한 꽃으로 변형시킨 재배종 바람꽃들은 화분용으로나 정원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바람꽃 중에는 변종들도 있는데 변종들은 원종보다 꽃이 크고 아름다워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바람꽃들은 꽃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모두 다른데 이른 봄에 꽃이 피는 바람꽃이 있는가하면 가을에 꽃이 피는 바람꽃들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설악산에서 자라는 바람꽃(A. narcissiflora), 한라산에서 자라는 세바람꽃(A. stolonifera),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A. nikoensis) 등 20종의 바람꽃이 자생을 하고 있다.

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로 대부분의 바람꽃들은 바람꽃속에 속하는데 나도바람꽃속에는 나도바람꽃이 속하고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풍도바람꽃은 너도바람꽃속에 속하며 만주바람꽃은 만주바람꽃속에 속한다.

 

그 외 바람꽃들은 바람꽃속에 속하는데 가래바람꽃, 남바람꽃, 들바람꽃, 바람꽃, 바이칼바람꽃, 숲바람꽃, 쌍동바람꽃, 태백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외대바람꽃, 매화바람꽃, 국화바람꽃, 세바람꽃, 꿩의바람꽃 등이다.

한반도에 서식을 하는 20종의 바람꽃들 중에서 제주에는 4종이 바람꽃이 서식을 하고 있다.

제주에 서식을 하는 바람꽃은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남바람꽃, 세바람꽃이다.

 

이들 중 변산바람꽃, 꿩의바람꽃, 남바람꽃은 해발 500m이하의 그리 높지 않은 숲 지역이나 곶자왈 지역, 내창(계곡)의 지류, 오름의 분화구 등에서 볼 수 있다.

세바람꽃은 한라산 1,000m이상 고지에서 시작하여 한라산 정상에서도 볼 수 있는 바람꽃이다.

꽃이 피는 시기도 각각 다른데 변산바람꽃은 2월 중순쯤 되면 꽃이 피기 시작하여 3월 중순까지 이어지고 꿩의바람꽃은 변산바람꽃이 질 때쯤인 3월 중순부터 3월 하순까지 꽃이 핀다.

 

남바람꽃은 4월 중순 이후에 꽃이 피고 세바람꽃은 그보다 늦은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꽃이 핀다.

제주에 서식하는 바람꽃 중에서 꿩의바람꽃, 남바람꽃, 세바람꽃은 변이종이 거의 없는데 변산바람꽃만은 예외로 변이종이 많다.

변산바람꽃은 꽃잎 색, 꽃잎 크기, 꽃잎 모양, 꽃잎의 수, 꽃술의 색에 변이가 많이 발견된다.

[변이(變異)란 같은 종인데도 다양한 형질의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제주에 서식하는 바람꽃들은 따뜻한 한라산 남쪽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고(세바람꽃은 한라산 고지에서 자라므로 제외)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한라산 북쪽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에 서식하는 바람꽃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변산바람꽃

 

2월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에 다른 들풀들이 자라기 전이라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꽃이다.

꽃이 깔때기 모양을 했는데 흰색이 기본색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1993년 전북대학교 교수 선병윤(宣炳崙)이 변산반도에서 채집해 발표하였기 때문에 학명도 발견지인 변산과 그의 이름이 그대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꽃이 매우 앙증맞고 예쁘장해서 관상용으로 심고 있는데 자생지에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보존이 필요한 바람꽃이다.

 

변산바람꽃 중에는 꽃술, 꽃받침이 녹색을 띠고 있는 변산바람꽃이 있다.

들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이 꽃을 녹화변산바람꽃이라고 한다.

녹화변산바람꽃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바람꽃으로 이 꽃이 필 때쯤이면 전국에서 들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훼손속도가 가파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녹화변산바람꽃은 제주에서 한곳에서만 자생을 하므로 해가 갈수록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빠른 시일 안에 보존 대책을 세워 보존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식물이다.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다.

 

2. 꿩의바람꽃

 

바람꽃 식물들 가운데 꽃잎의 수가 가장 많은 바람꽃으로 꽃잎이 10-30개 정도로 다른 바람꽃의 꽃잎이 대개 5개이므로 다른 바람꽃과 쉽게 구분이 된다.

꽃은 3~4월 줄기 끝에 1개씩 피는데 꽃은 흰색이고 바람꽃 중에서 꽃의 크기가 큰 편이며 꽃잎 모양은 수레바퀴처럼 보인다.

육지부에서는 많이 보이는 들꽃 중 하나이지만 제주에서는 특정지역에서 소수의 개체를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귀한 들꽃이다.

꽃말은 변산바람꽃과 같이 “덧없는 사랑”이다.

 

3. 남바람꽃

 

키가 20cm내외로 자라고 잎은 3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꽃은 흰색으로 4~5월에 하나의 꽃줄기 끝에 꽃이 2개씩 달리는데 꽃잎 뒷면은 분홍색을 띤다.

최근에 자생지가 알려져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식물이다.

남방바람꽃으로 불리었으나 남방이라고 하면 우리나라가 아닌 동남아지역이 연상 된다고 하여 우리나라 남쪽지방에서 발견된 꽃이라고 하여 남바람꽃이라고 이름을 수정했다고 한다.

2006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제주도에만 있는 특산종으로 생각하여 “한라바람꽃”이라고 불렀는데 육지부에서도 발견되어 “남방바람꽃”이 되었다가 최근에 “남바람꽃”으로 고쳐 불리는 들꽃 중에는 특이하게 이름을 여러 번 바뀐 들꽃이다.

한라산 해발 500m 높이에 서식하는 들꽃으로 제주에는 한곳에서만 자생지가 확인 된 들꽃이다.

남바람꽃 서식지가 각종 개발 사업을 할 수 있는 개발 가능 지역에 서식하므로 보존대책을 시급히 세워 훼손을 방지할 필요성이 높은 식물이다.

꽃말은 “천진난만한 여인”이다.

 

4. 세바람꽃

 

한라산 중턱이상엘 올라야 볼 수 있는 바람꽃이다.

해발이 높은 곳에서 피는 꽃이므로 제주에서 피는 바람꽃 중에서 가장 늦게 개화를 하는 바람꽃이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발견 된 제주특산종으로 세바람꽃이라는 이름은 꽃이 줄기마다 보통 세 송이씩 꽃이 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고 햇빛이 비칠 때만 활짝 피고 흐린 날이나 저녁에는 꽃잎을 닫아버린다.

 

고산지대에서 자라서 꽃이 늦게 피므로 꽃말도 “기다림‘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꽃들이 개화 소식들이 전파를 타고 전해진다.

샛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계절인 봄에는 들판마다, 오름마다, 계곡마다 싱그러운 꽃 세상이 된다.

그러나 새봄을 깨우고 가장 먼저 제주의 들판에서 꽃소식을 알리는 꽃은 변산바람꽃이다.

변산바람꽃이 피면 제주에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해준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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