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제2공항 건설계획은 원 지사의 중대한 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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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제2공항 건설계획은 원 지사의 중대한 패착이다”
  • 고현준
  • 승인 2019.09.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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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제주의 100년을 말하는 원 지사는 100년 전 제주를 먼저 생각해야..

 

 

지난 4일 저녁 KBS-TV가 진행한 제2공항 토론회에서는 원희룡 지사와 박찬식 제2공항 반대측 상황실장간 진검승부가 펼쳐졌다.

제2공항을 밀어붙이려는 국토부 및 원 지사와 이를 반대하는 제2공항 반대주민들의 대표로 나선 박찬식 충남대 교수와의 이날 날선 공방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이날 진행된 내용을 대강 정리해 보면 마을 5개를 없애고 제2공항을 건설하려는 원 지사의 의지는 “현 공항 포화, 불편한 공항서비스, 항공기 사고 위험으로 인한 안전문제, 균형발전, 앞으로 늘어날 항공수요 대처, 현 공항 확장이나 활용 불가 등” 몇 가지 사유로 나타난다.

원 지사는 “현 공항 포화로 인한 제2공항 불가피론과 제주발전의 중심축으로 한 제2공항 건설을 제주도의 100년을 위한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찬식 실장은 “현 공항 확충만으로도 가능한 공항이용을 왜 신공항 건설로만 가려고 하느냐”는 지적을 많이 했다.

그러나 100년후를 준비한다는 원 지사의 발언은 자기합리화에 다름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만 해도 100년전 사진을 보면 싸한 감정을 갖는다.

저렇게 가난했던 나라가, 저렇게 헐벗었던 나라가 지금 이 발전을 가져온 것인가에 대한 뿌듯함도 그 감정엔 포함돼 있다.

제주도는 어떤가.

제주도의 100년전은 그야말로 천연 그대로의 천국이었다.

아무 곳에서나 놀수 있었고 바다에만 가면 뭔가를 잡을 수 있었다.

바다에서 구쟁기(소라)나 보말을 까먹기도 했고 손을 찔려가며 구살(성게)을 잡아 돌로 으깨어 알을 먹곤 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문어도 잡혔고 오분자기나 전복도 딸 수 있었다.

그러나 개발이란 명목으로 나타난 거대자본들이 만든 그동안의 제주는 제주도민들이 마음껏 누렸던 이 모든 행복을 앗아가 버렸다.

빌딩이 들어서고 아파트단지가 만들어지고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이상한 단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평생을 땅을 일구며 살아온 주민들에게 냄새가 난다느니 하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들어내는 일들을 자행해 왔다.

제주개발은 제주에 쓰레기문제와 상하수도 문제와 에너지 문제 등 총체적 문제를 가져왔다.

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교통난과 주정차난을 겪으면서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만들어질 때는 더욱 그랬다.

평생 정성을 다해 지켜져 온 마을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해군기지가 들어섰다.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의 그 아픔과 상처는 아마 이곳 주민들에게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고통으로 남아있다.

도지사는 이제 성산지역 마을 5개를 없애고 새로운 공항을 하나 더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이를 제주발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5조원이라는 공항건설 예산을 대단한 그의 치적으로 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예산을 주지 않으려는 국토부를 설득하고 설득해서 간신히 얻어낸 예산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에는 환경제주를 잊은 대단한 생각의 오류가 있다.

만약 환경을 더 중시하는 도지사라면 “우리에게는 예산 5조원보다 제주도를 그대로 놓아두는 환경을 선택할 것입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개발주의자인 그이기에 ‘개발은 돈, 돈은 발전‘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인 모두가 환경을 걱정하는 시대에 원 지사는 아마도 세계에서도 드물게 만나는 진짜 아무 생각없는 개발주의자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마을이 없어지는 아픔은 아랑곳 하지 않고 보상에 대한 언급도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그의 의식도 큰 문제다.

“왜 신공항인가..” 하는 제주제2공항 건설에 대한 이견은 계속 있어왔지만 이번 원 지사와 박찬식 제2공항반대위 상황실장간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로 남게 됐다.

“현 공항으로 4천여만명 이상의 수송객을 처리할 수 있다는 ADPi의 용역보고서를 왜 검토해 보지도 않고 파기했느냐”가 그 중심에 있다.

제2공항을 새로 만들어야 하겠다는 도지사의 의지가 이런 모든 현실적인 문제를 덮도록 했을 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그는 세계의 권위있는 회사의 용역보고서를 홍콩지사 운운하거나 이론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며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박 실장은 이를 조목조목 사실이 아니라고 따졌다.

그래서 더욱 그런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0년 후의 제주를 생각한다면 제주환경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맞다.

아마 100년후 신공항은 공항부지만 덩그마니 남아 토끼나 노루가 뛰놀거나, 지금 우려가 나오는 대로 공군기지가 그곳에 생겨 굉음을 울리는 전투기가 왔다 갔다 하는 그 광경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경멸스럽다.

제주도를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제주환경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꾸 개발되고 건설하는 제주를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공항 확층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공항전문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제주공항 문제를 정리한 ADPi보고서를 재검토하고 전문가들이 함께 앉아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거쳐 제2공항 문제를 토론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 순서마저 무시된다면 아마 우리가 100년전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을 꿈꾸듯 바라보듯 100년후 우리 후손들은 “그때 왜 그랬어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100년후, 제2공항이라는 그 꿈은 원희룡 지사의 치적이 아니라 심각한 패착이 될 가능성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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