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아직도 녹지 않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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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문화칼럼)아직도 녹지 않은 눈
  • 강문칠 기자
  • 승인 2012.03.1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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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전 제주예총회장)

 

 

산을 가다가 숲속에, 웅덩이에, 그늘에 아직도 채 녹지 않은 눈을 본다. 우리들 삶의 곳곳에 아직도 녹지 않은, 녹지 못한 눈.


대부분은 햇빛이 잘 들어, 햇볕을 받아 말끔히 본연의 모습들을 잘 드러낸 맨 땅들, 후미진 곳의 눈들은 아직도 눈이 덜 녹은 곳이 많다.

눈이 녹아 주변이 말갛게 되어 모든 것이 시원스레 잘 보이게 되면, 이미 나는 마음에서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정리가 다 되어 있다는 듯이 가던 길을 열심히 걸어간다. 우리 모두는 이미 지나간 것들과 많은 대화를 해 왔기에 이제는 미래의 것들과 대화하기를 기다리며 기대한다.

 

산에서 내려와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에는 한창 봄을 재촉하고 있다.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제주의 봄소식, 피부에 와 닿는 연 노란색의 여린 새싹들 사이로, 부끄러운 듯이 살포시 내미는 봄의 손짓은 아직 차가운 마음만큼이나 매섭다. 무엇을 두려워하나?

 

이미 속살을 다 드러낸 꽃들, 꽃들이 제 생명을 다하는 생의 마지막 할 일들을 마감하기 위한 철저한 자신의 관리, 그러한 자연의 모습들에 감동을 한다. 무엇하나 함부로 하지 않는 자연의 규칙,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러한 규칙과 섭리를 깨 닿는, 매일의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삶의 풍성함을 느끼게 된다.

 

사계절의 반복과 오늘의 봄은 작년의 봄과 분명 달라져 있는 시간들, 그러한 바탕 위에 놓여 진 우리네의 인생, 그와 같이 또 같은 이치를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겨울에서 하루 속히 봄으로 들어가고 픈 마음이 간절한데 아직도 주변은 온통 겨울의 쌀쌀함이 감돈다.

 

아직 덜 따스한 봄, 녹지 않은 눈이 지금 어디엔가 쌓여 있는 시간들 속에서, 봄을 향하는 마음,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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