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생각’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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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생각’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지 못할까?"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승인 2019.10.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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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다름의 존중, 참나물과 큰참나물은 속(屬)이 다르다.

다름의 존중, 참나물과 큰참나물은 속(屬)이 다르다.

큰참나물, 산형과 Cymopterus melanotilingia (H.Boissieu) C.Y.Yoon

 

 

 

설악산의 단풍 소식이 남으로 번져가는 10월 중순입니다. 풀잎 끝에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寒露)가 지나고 푸른 이파리에 가려 있던 가로수 은행나무의 은행이 어느새 익어 노랗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산야에 단풍빛이 감돌며 코스모스, 구절초 등 가을꽃이 마지막 용을 쓰듯 꽃을 피웁니다.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장마철이 지나고 나서 태풍이 연이어 불어와 대청도, 한라산 등 꽃 탐방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많은 해이기도 합니다.

몇 차례 태풍에 꽃 탐방도 제대로 못 하고 가을을 보내나 봅니다. 이제 서울 지역에는 구절초, 쑥부쟁이 등 늦가을 꽃만이 피는 탓에 더 많은 꽃을 보려면 남부지방으로 내려가야만 합니다.

며칠 전 보고 싶은 몇 종류의 꽃도 볼 겸 지리산 자락 둘레길 중 함양군 마천면 금대암을 찾아갔습니다. 금대암은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리산 조망권이 으뜸인 곳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금대암 앞에 이르니 조그마한 암자 앞에 마치 당간지주(幢竿支柱)인 양 우뚝 솟은 나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경상남도 기념물 제212호로 지정한 함양 금대암 전나무입니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가 40m로 우리나라 전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키가 큰 나무입니다.

금대암을 지나 금대산을 오르며 돌아보니 장엄한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장대한 전나무 우듬지 위로 천왕봉이 어른거리니 풍광이 장관이었습니다. 장엄한 풍광에 시선을 뺏겨 하늘만 쳐다보다가 발아래 길섶을 내려다보니 가을꽃이 한창이었습니다.

기름나물과 삽주 꽃이 한창이고 나도송이풀, 꽃며느리밥풀도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섶의 꽃 중에서 눈길을 끄는 아주 작은 꽃, 큰참나물이 강하게 시선을 홀립니다. 남부지방에 주로 자라므로 만나보기가 쉽지 않은 꽃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꽃입니다.

하도 작은 꽃이라서 언뜻 지나가면 꽃으로 보이지도 않는 꽃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알만 한 크기의 자줏빛 꽃이 송알송알 매달려 있어 앙증맞고 귀여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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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물과 구분이 쉽지 않은 큰참나물의 전초(全草) 모습

 

 

나물 중의 나물이라 칭하는 ‘참나물’이 있습니다. 참나물은 ‘나물’에 ‘참’이 붙을 만큼 나물의 대표적이고 매력적인 산나물입니다.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어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에 입맛을 되찾아주는 알칼리성 식품입니다.

주로 생채로 활용하는데, 셀러리와 미나리의 향기를 합친 맛이 나는 듯합니다. 영양뿐만 아니라 고혈압, 중풍, 신경통과 대하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큰참나물은 참나물을 꼭 빼닮았습니다.

참나물보다 훨씬 귀하고 주로 중부 이남의 물 빠짐이 좋은 고산지대의 청정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입니다. 약초꾼들은 흔히 진삼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맛뿐만 아니라 약효도 매우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성장 속도가 느리고 개체 수가 매우 적어 귀한 약초로서 대량으로 채취하기 어려운 약용식물입니다.

귀한 식물이라서 꽃이 핀 큰참나물의 요모조모를 또다시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뒤로 말린 듯 젖혀진 5개의 화사한 자줏빛 꽃잎 사이로 5개의 수술이 튀어나와 작고 화려하고 미세한 왕관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모여 있는 것처럼 곱고 앙증맞고 신비스럽게 보이기조차 합니다.

참나물은 6~7월에 흰색의 꽃이 피고 큰참나물은 8~9월에 붉은빛을 띤 자주색의 꽃이 핍니다. 꽃이 피기 이전의 잎과 줄기 등 둘의 성장 모습은 거의 같습니다. 꽃이 없는 상태에서 둘의 구분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자세히 관찰하면 참나물의 잎은 거치(鋸齒)가 자잘하고 조밀하여 거치 수가 많고 큰참나물은 참나물보다 키가 크고 잎의 거치가 굵고 듬성듬성합니다. 그러나 크기와 잎의 거치가 자라는 장소와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어 웬만해서는 혼동하기에 십상입니다.

인터넷 웹에 큰참나물로 소개한 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참나물인 것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러한 탓입니다. 지금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여 큰참나물을 1속 1종의 큰참나물속(屬) 자생종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지만, 식물학계에서조차 한때는 참나물속(屬)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만나기 쉽지 않은 큰참나물을 만나 참나물과 다름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문득 요즈음 우리의 실상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식물학계에서는 식물을 연구, 분류함에 있어 비슷한 식물의 형태와 특성을 살펴 서로 다름을 인지하면 그 다름을 존중해 줍니다.

그 결과 새로운 속(屬)이나 종(種)으로 분류하여 이름을 붙여 주고 독립된 계열로 대우를 해줍니다. 그런데 작금의 세상에서는 환경과 문화, 모습이 같다 해서 생각마저 같을 수는 없음에도 어찌하여 ‘생각’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지 못할까?

인정은 커녕 ‘옳다, 틀리다.’하고 악다구니를 쓰거나 내 편과 네 편으로 가르고 앙숙이 되어 갈까? 식물 분류나 세상살이나 둘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2019. 10 함양 금대암 산길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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