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좌보미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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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좌보미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9.11.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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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342m 비고 : 112m 둘레 : 4,898m 면적 : 631,356㎡ 형태 : 말굽형

좌보미오름

 

별칭 : 좌보메. 좌보악(左輔岳). 좌보산(左輔山). 좌부악(左釜岳). 좌부미(左付尾)

 

 위치 : 표선읍 성읍2리 산 6.8/14~15번지

 

 표고 : 342m 비고 : 112m 둘레 : 4,898m 면적 : 631,356㎡ 형태 : 말굽형 난이도 : ☆☆☆

 

 

 

 

 

 십여 개의 부하 산 체들을 거느린 맹장의 입지와 범(虎)의 기상을 떠오르게 하는 오름.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오름들을 제외하면 동부권의 구좌 지역과 표선 지역은 오름의 천국이다. 특히나 송당권과 성읍권에 산재한 오름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특징과 개성이 뚜렷하게 잘 나타난다. 다랑쉬, 용눈이, 손지오름, 아부오름, 백약이, 비치미, 동거문이.....

  이러한 곳들은 오르미들로서도 첫 만남 이후 그리움을 못 이겨내기에 계절을 달리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찾게 된다. 그 그리움의 중심에서 필연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곳 중에는 좌보미(오름)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아니, 그보다는 연민과 연정을 느끼기 전에 좌보미의 유혹과 명령이 더 먼저일 것이다.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즐비하게 이어지지만 유독 좌보미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도 감히 정의를 내릴 수가 없을 것이다. 하나의 오름일 뿐이라는 막연함으로 대하거나 추측과 예상만으로 좌보미의 전부를 표현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위대한 착각이다.

 

  좌보미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번이고 만나야 한다. 오르고 또 오르면서 그의 기질과 성질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예측불허와 대략난감으로 이어지는 첫 만남이 되지만 두 번 세 번 찾노라면 비로소 어느 정도의 정체를 알 수가 있다.

명장이 거느린 주변의 봉우리들은 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저마나 개성이 뚜렷하며, 어느 곳을 올라도 대상이 다른 전망이 펼쳐진다. 좌보미가 거느린 봉우리들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알오름 몇 개를 포함하는 탐방을 마쳤을 때 비로소 그 느낌과 상상이 나오며, 이는 애초의 추측을 불허할 정도이다. 주봉의 비고(高)는 112m이며, 남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체이나 다소 복잡하게 펼쳐진다.

 

 눈에 확실하게 눈에 뜨는 큰 봉우리만도 다섯 개이며 작은 봉우리들을 합치면 13개나 되는 특별한 오름이다. 오래전 이 일대의 여기저기서 뻥뻥 터지는 소리가 들렸을 테고 솟아오르다 떨어지는 모습들이 대단했을 것이며 요란한 폭발음이 들렸음을 상상할 수가 있다. 좌보미는 알오름의 천국이라 할 만큼 많이 모여 있기에 여느 오름처럼 등정과 하산으로 탐방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몇 개의 오름 능선을 오르내리게 된다.

 

 

  명칭의 유래는 주봉 좌우 측에 작은 알오름들이 있는 모습과 이들이 뭉쳐 있는 상황을 두고서 좌보(左甫)뫼(미)나 좌보산 등으로 부른다는 내용과, 오름의 형세가 호랑이가 웅크린 형상이라 하여 좌범(左虎)이라 했고, 변음으로 좌보미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러한 입지와 맥락을 통하여 좌보악(左輔岳). 좌보산(左輔山). 좌부악(左釜岳). 좌부미(左付尾)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좌보미는 자신의 새끼(알오름)들 외에도 사방으로 여러 오름들에 에워싸여 있다. 서쪽의 백약이(오름)를 시작으로 남쪽(남서)에 돌리미와 비치미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궁대악과 후국악이 자리를 하고 있다. 또한 북쪽으로는 동거문이와 문석이(오름) 등이 있고, 송당과 성읍 일대를 비롯하여 멀리에 있는 크고 작은 오름들도 보인다.

 주봉의 남쪽 기슭은 표선면 공설묘지가 차지하고 있다. 과거부터 명당으로 알려진 터라서 그런지 공설묘지 외에도 알오름들을 오르내리는 동안 곳곳에 묘들이 보인다. 좌보미로서는 자신의 허리 아래의 일부를 망자들에게 내어준 셈이다.

 

 

 

 찾아가는 방법은, 백약이오름 주차장 옆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서 들어가면 오름의 남쪽 입구에 도착이 되며 이정표가 있다. 다른 루트도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 방법이 무난하다. 입구를 통과한 후 좌보미를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좌우 측 알오름이 기다리는데 선택은 자유이나 가능한 우측 알오름을 먼저 오르면서 진행을 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초입에 도착을 하면 안내판이 있으며 지역 내는 사유지를 포함하고 있으나 연중 개방이 되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다. 묘가 있는 우측으로 출발을 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주봉은 허리 아랫부분만 조금 보일 뿐 알오름 중 시작점인 1봉과 마무리에서 지나치게 될 봉우리가 뚜렷하게 보인다. 역방향도 무난하지만 전반적인 여건 상 지금의 수순을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워밍업을 할 겨를 없이 바로 치고 오르게 되는데 경사가 심한 편은 아니다. 그 흔한 타이어 매트는 고사하고 친환경 매트조차 깔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마치 사열을 하듯 늘어선 소나무 사이를 지나는 동안은 오르막의 정도를 잊을 만큼 분위기가 좋다. 서두르다가 거침 심호흡을 내쉬어야 하겠지만 차라리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지나쳐도 될 법하다.

 그래도 버거우면 선 채로 돌아서서 풍경 놀이를 한답시고 핑계를 대기에 너무 좋다. 어머니 산 한라산이 반겨주고 실루엣처럼 펼쳐지는 오름 군락이 수고에 답해주기 때문이다.

 

 

 

 1봉의 정상은 경방 초소가 있다. 이러한 데는 전망이 좋은 때문인데 그만큼 풍경 놀이를 하기에 충분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한두 번 찾은 곳도 아니 건만 새삼스럽다고 느껴진 것은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좌보미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고 날씨가 배려한 때문이기도 했다. 수고하시는 관리자님께 가볍게 인사를 하니 혼자 왔느냐고 물으셨다. 그리고는 열린 방향을 주시하며 실컷 배부르게 전망을 즐겼다.

 2봉으로 갈 차례이다.

 외관상으로는 마치 피라미드처럼 솟은 산 체이다. 경사도의 부담을 안겨줄 것 같지만 실제는 1봉에 비하여 다소 수월한 편이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곱게 자라고 적당히 빛바랜 억새들이 길을 열어 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빠른 진행도 아니건만 바지와 점퍼와 부딪치는 동안은 사락사락 으악새 기쁘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2봉은 그야말로 전망대라 해도 될만한 환경이다.

특히나 동쪽을 중심으로 하는 방향은 전부를 차지할 수 있게 활짝 열어놓았다. 퇴색의 계절을 맞은 용눈이의 모습을 시작으로 우도와 일출봉 등을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었는데 가시거리는 행운 그 자체였다. 바다향을 실은 추풍이 가볍게 불어오면서 에너지를 충전시켜줬고 가냘프게 흔들리는 억새의 동적인 광경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보라!

 좌보미의 거대한 실체를......

 범(虎)을 빗대기도 했으니 머리와 꼬리를 숨긴 호랑이의 몸집이 아니겠는가.

 그를 만나기 위한 과정은 필히 수호하는 새끼들을 먼저 거치라고 했으니 이를 어겨서는 이뤄지지가 않는다.

 

 

 

 애써 혼자라도 좌보미를 찾은 것은 계절과 날씨 때문이기도 했다.

 작은 쌕에 물병 하나. 그리고 셀카봉과 스마트폰이 전부였다.

 챙긴 것은 너무 가난했지만 얻는 것은 곱셈이 되었다. 그만큼 좌보미는 넉넉하고 충분한 배려를 해주는 산 체이고 얻을 것이 많은 오름이다.

 

 주봉을 오를 차례이다.

 좌보미의 매력 중 하나는 봉우리를 넘나들 때마다 환경의 변화가 잘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나 가을은 기존의 분위기 외에 억새가 한몫을 하고 산 체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소나무와 삼나무 외에 편백나무가 더해지면서 반전을 시켜주기 때문에 식상함이나 지루함 따위는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때문에 보통의 오름들보다 제법 긴 여정이 이어지지만 진행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딱히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좀 예매하지만 지나는 길에 표식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죄보미의 정상부는 뷰에 인색하기 때문에 기대를 할 수 없으며 특히나 주변에 휴식처로 삼을 만한 이렇다 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진행을 멈출 필요가 없다.

 

 사락사락......

 스륵스륵......

 억새왓을 지나면서 주봉의 허리를 내려가면 소나무 군락이 나온다. 역시나 환경의 변화에 일익을 하는 대목이다. 길게 이어지는 호랑이의 몸체를 따라 나오고 다른 봉우리로 이어가게 되는 수순이 기다린다.

 

 

 마지막 봉우리를 오르다가 걸음을 멈췄다. 언제나처럼 정해진 과정이라 해도 될 법한데 이 오름의 전래 중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을 빗대어 '좌범'(左虎)이라 했으니 그 형상을 떠올리기에는 가장 적합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호랑이가 좌측으로 머리를 돌린 모습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고 보면 좌청룡 우백호라는 논리(!)를 벗어났으니 참으로 묘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오르면 전망대이다.

 아직 정상부에 도착이 안 되었지만 방향을 달리하면 이 주변의 유명한 오름들이 보인다. 요즘 들어 너무 잘났다고 으스대는 백약이를 시작으로 문석이와 동거문이가 이어지고 멀지 않은 곳에 높은오름도 함께 볼거리를 안겨준다. 그뿐만 아니라 선 채로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한라산과 그 방향의 오름 군락들이 시원스럽게 펼쳐지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말봉(末)에 올랐을 때 성취감과 뿌듯함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된다.

 1봉에서 2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포함하여 지나온 방향의 흔적들이 떠오르고 진행 중에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제 더 이상은 오를 곳이 없기에 마무리 이전의 쾌감을 느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주문과 흐뭇함에 박수라도 대신하는 걸까. 양지바른 곳에 곱게 핀 철쭉이 눈길을 끌었다.

 백약이가 아무리 우쭐거린다 한들 좌보미의 실체 앞에서는 결코 용납이 안 된다.

 이른바 연예인이 올랐다고 해서 그 화산체가 잘났다고 여겨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누가 잘났고 누가 위대한가는 비로소 좌보미의 품을 따르고 나면 알게 될 것이다.

 

 

 

 마무리 과정을 앞두고 솔밭을 따라 내려오면 초지가 있고 곳곳에 산담을 두른 묘지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 반전이 되지 않게 억새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있어서 으 분위기만 따라 걸으면 기점에 도착을 하게 된다.

 주봉과 알봉들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보고서 원점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체보다 더 아름다운 오름.

 바라보는 것보다 직접 품에 안겨야 매력 있는 화산체.

 바로 그곳이 좌보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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