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서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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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서영아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9.11.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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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693m 비고 : 93m 둘레 : 2,709m 면적 : 477,656㎡ 형태 : 말굽형

 

 

별칭 : 영아리. 영아리악(靈阿利岳). 용와이오름

위치 : 안덕면 상천리 산 24번지

표고 : 693m 비고 : 93m 둘레 : 2,709m 면적 : 477,656㎡ 형태 : 말굽형 난이도 : ☆☆☆

 

명칭에 어울릴 만큼 신령스럽고 氣가 흐르는 듯한 영험한 화산체...

서쪽에 있어서 서영아리라고 하지만 이 오름의 보다 정확한 명칭은 영아리(靈阿利)가 맞다. 그러면서도 용이 엎드리거나 누운 형체와 연유해서 용와이악(龍臥伊岳)에서 비롯되어 영아리라고 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용와이오름 역시 맞는 표현이 된다.

아리라는 단어가 만주語로 뫼(山)라고 하는 것을 참고한다면 말 그대로 영산(靈山)인 셈이다. 이러한 내용에 기초를 하여 신령스러운 산이나 성스러운 오름으로 여기고 있으며 기(氣)운이 흐르는 오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한편 동부권에 물영아리와 여문영아리가 있는데 물이 고인 분화구에 기초를 해서 물영아리라 했고 그 옆에 위치한 여문은 여물다(물이 없는)의 의미를 더한 것이다. 이런 연유 등으로 동쪽 소재의 물영아리와의 구분을 위해 서쪽의 영아리는 보통 서영아리라고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영아리라는 뜻과 어울리게 신령스러움이 있는 화산체임은 틀림이 없다.

​크고 작은 봉우리가 무려 여덟 개가 이어지며 정상부를 잇는 지점은 넓고 펑퍼짐하게 이뤄져 신령들의 터전이라 하기에 너무나 충분하다. 정상부의 거암(巨巖)을 비롯하여 영아리지기 격인 쌍바위와 4개의 기암이 들어선 모습은 보통의 오름들과 다른 멋이 나타난다.

정상 표지석에 걸터앉으면 왠지 신기(神氣)가 느껴지고 두 개로 이어진 산체의 모습과 깊고 길게 이어진 분화구는 한껏 신비감에 젖게 한다. 시원한 계절풍에 실려 불어오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고 영아리를 에워싼 채 흐르는 묘한 기운이 몸과 마음으로 함께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영아리의 성스러운 면모에 관해서는 주변의 오름들과 연계를 하면서도 그럴듯한 이야기가 나돈다.

 

 

인근의 어오름과 하늬보기를 시작으로 마보기와 이돈이가 영아리를 사방에서 에워싼 채 수호를 하듯 감싸고 있어 그 입지와 줏대를 충분히 파악할 수가 있다. 사방 어디를 살펴도 전망은 나무랄 데가 없으며 연신 탄성을 지르게 된다.

한라산과 오름 군락을 비롯하여 해안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풍경은 그야말로 극치이다. 그러기에 영아리에 오를 때는 심신을 단장하고 정돈된 자세가 필요하다. 영험하고 신성한 영아리 신은 부정을 용납하지 않으며 흐트러진 몸가짐을 받아주지 않는다.

날씨가 좋은 날 만나러 간다 한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시야가 흐리고 거친 바람이 밀려오는 것을 거부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영아리는 보통의 오름과 달리 특별한 면도 지니고 있다. 울창한 숲으로 덮인 북사면은 가파르게 이뤄졌으나 남북으로 완만하게 펼쳐지는 상부의 등성은 이동과 전망이 용이한 편이다.

 

 

북동사면 또한 경사가 심하며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어 접근이 어려우나 바라보는 시선은 넉넉한 풍경이 된다. 서쪽으로 벌어진 굼부리 역시 소나무와 삼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나 출입은 한계가 따른다.

결국 이 오름을 만나는 것은 어깨선을 짚고 주변을 살피는 것과 사방으로 열리는 전망을 하면서 신선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전부이다. 신성하고 자연미가 넘치는 영아리 주변은 더러 변화와 발전이 이뤄졌다.

보다 여건이 좋은 터를 그린으로 만들려고 한 까닭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공교롭게도 영아리의 남동쪽에는 핀크스 골프장이 들어섰고 북서 방향으로는 나인브리지 골프장이 있다. 자연에 올라 자연만을 바라보고 싶어 하겠지만 문명의 이기와 시대의 발전은 명당의 영아리 주변을 변화시켰다.

 

 

 

오름 탐방으로서의 적당한 비고(高)인 93m이며 서향의 말굽형 화산체로서 지금은 접근성이 좋아졌고 진입로 역시 선택의 폭이 있다. 제주의 오름 10선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포함을 시켜야 할 오름 중 하나이다.

찾아가는 방법은 안덕면 쓰레기 매립장 옆을 초입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산록도로(남로)에서 서귀포 권역으로 가다 보면 핀크스골프장이 나오며 이곳을 좀 더 지난 후 좌측으로 소로가 있다.

이 시멘트 길은 안덕면 쓰레기 매립장까지 이어지며 차량 이동이 가능하고 현장에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광평마을 쪽이나 다른 방향으로도 오를 수 있으나 지금으로서는 돌오름 임도가 잘 정비되어서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의 수순을 따른다면 서영아리를 오르는 과정에서도 도움이 된다. 삼나무 사이로 난 임도를 걷는 동안 워밍업이 될 뿐만 아니라 힐링 산책으로도 좋은 입지를 지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시작이 되는 임도는 멀리 영실까지 이어지는데 갈림길 좌측은 나인브리지에서 설정(구성)한 이른바 NB둘레길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영아리 방향은 이 지점에서 우측을 이용하면 되는데 계속해서 임도가 이어지면서 숲을 에워싼 풍경이 더해지므로 분위기도 참 좋다.

서영아리 몸체가 보일 즈음 우측으로는 넓은 초지가 있는데 숲이 열린 곳이라 돌오름을 시작으로 일부 산 체들이 보인다. 확 트인 환경인 만큼 어쩌다 날씨가 좋을 때면 하얀 구름을 드리운 파란 하늘이 보이면서 기분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참고로 이 방향을 따라서 계속 전진을 할 경우 돌오름 임도와 한라산 둘레길로 도 이어갈 수 있다.
 

 

 

중요한 지점이며 초행일 경우 이곳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임도를 진입로로 구성하면서 초입은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보다 효율적인 탐방을 하기 위해서는 우측으로 진행을 해야 한다. 좌측을 선택할 경우 주봉으로 가는 과정은 수월할 수도 있지만, 말굽형 굼부리를 중심으로 두 봉우리로 나눠진 만큼 한쪽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몇 십 미터 정도를 가면 다시 산 체 아래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있는데 리본이 있고 희미하게나마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보인다.

진입로의 좌측은 상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좌측은 조릿대가 차지하고 있다.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소로를 더 막아놓지만 늦가을인지라 길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 방향을 따라 조금 진행을 하면 좌측 기슭으로 이어지는 곳이 있는데 다행히도 몇 개의 리본 등으로 표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면 된다. 이 지점은 과거 마을과 골프장 옆을 지나면서 오르는 초입이기도 한데 임도를 따르는 코스가 새로 구성이 되면서 현재는 찾는 이들이 다소 줄어든 상태이다.

 

 

어깨선을 따라서 삼나무들이 빽빽한 봉우리이지만 허리 부분을 중심으로 하는 곳은 잡목들이 차지를 하고 있다. 그만큼 단풍이나 기타 천연색 풍경을 만나기가 어려운 환경인데 어쩌다 만난 단풍은 경사를 오르다가 잠시 쉬어가는 핑곗거리로 안성맞춤이었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짧은 만큼 경사도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단숨에 치고 오를 필요는 없다.

그리고 2봉 정상부에 올랐다.

영아리의 형세는 큰 봉우리가 남(서남)과 북(동북)으로 나눠진 산 체이다.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할 경우는 정상의 중심부에 도착을 하게 되므로 이곳을 왕복하여 주봉으로 가게 되지만 지금의 루트는 전진형이다. 여간해서 풍경 놀이를 하는데 걸림돌이 안 되기 때문에 오르는 동안의 거친 숨소리를 추스르기에 너무 좋다. 최고의 날씨는 아니었지만 오름들과 한라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전망은 아쉬움이 따르지 않았고 골프장 주변도 그다지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주봉으로 이어갈 차례이다.

친환경 매트는 둘째하고 그 흔한 타이어매트조차 깔리지 않았으며 딱히 탐방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오르미들이 다니면서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고 곳곳에 리본 등으로 표식이 되어 있다. 키가 작은 소나무 숲을 지나고 허리선을 넘나드는 억새왓을 따르는 과정은 오름 탐방이라기보다는 자연의 길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주봉이자 서영아리의 심벌은 역시나 쌍바위이다.

가까이 마주한 채 나란히 어우러진 두 바위의 모습은 유난히도 매력이 있고 신비스럽기만 하다. 화산 폭발이 이뤄지면서 생겨난 스코리아 들이 바닥을 차지한 곳은 식물의 터전이 못 되는 때문에 훤히 드러나 있다. 쌍바위 외에 몇 개의 바위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정상을 만나기 전에 거쳐가면서 눈길을 끌기에 너무 충분하다.

보통은 신령스럽고 영험한 바위라 여기고 있기 때문에 올라가지 말라고 말려도 후배녀석이 기꺼이 발을 디뎠다.

어차피 정상 주변의 바위에 걸터 앉기만 해도 훤하게 보일 걸. 그 모습을 담아달라고 원했던 것 같아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에게는 따라 하기 없기를 강조하였다.

 

정상을 알리는 표식은 이제 글씨 색이 빛바랬고 나무 자체도 더러 파손이 되었다. 고급스럽지도 않고 대단한 재료도 아니지만 그간 운치 있게 자리를 잡아 지켰었는데 비바람과 눈보라의 거센 공격에 더러 훼손이 되어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름을 오를 때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오르고 나면 덧셈으로 에너지를 얻게 된다.

한라산 봉우리의 부악(岳)은 구름의 심술과 질투로 인하여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도 이만하면 어디냐고 위안을 했고 한동안 바위에 걸터앉아서 전망을 즐겼다.

​약하게 바람이 불어왔다.

늦가을이 천천히 불어왔다.

추풍을 실은 자연이 불어왔다.

 

지나온 방향으로는 2봉이 훤하게 드러난다.

어깨선 위로는 삼나무들이 차지를 하고 있는데 새로 구성이 된 임도를 따를 경우에는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결과가 되기에 지금의 루트를 강조한 것이다. 두 봉우리 사이로는 깊은 골을 이루고 있는데 말굽형 굼부리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달리 전망의 명소가 아니다.

방향을 달리하면 산방산과 굴메(오름) 등을 지나 멀리 서귀포 칠십리의 범섬도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늦가을 햇살이 더러 방해를 했지만 결코 가리지를 못했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얼마 후.....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걸까.

어머니의 산 부악 봉우리도 마침내 저고리를 벗었다.

느리게 움직이던 구름 층이 지나면서 잠시나마 전부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 맑다 하여

구름이 부드럽다 하여

가을이 아름답다 하여.....

​주저앉은 채로 눈길을 돌리는 동안은 하늘도 내 편이 되어 주면서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행기소(서영아리 습지)로 가기 위하여 이동을 하다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

굴메(오름)와 산방산을 시작으로 바굼지(오름)와 송악산이 뚜렷하게 보였고 최남단 마라도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오면서 작은 탄성을 지르게 했다. 이렇듯 영아리는 전망과 더불어 매력이 넘쳐나는 화산체이면서 영험한 곳이다.

몇 걸음 더 옮기면 다른 방향의 풍경이 열린다.

서부권의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마치 실루엣처럼 펼쳐지면서 감탄을 안겨줬다.

반대편에서 내리쬐는 가을 햇살은 조명 역할을 해주면서 더한 선명함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켜줬다.

이제 행기소로 갈 차례이다. 한두 번 찾은 곳도 아니건만 이즈음의 모습은 어떠한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역시나 두 말이 필요 없는 멋진 화산체이다.

서영아리는 자연미를 이야기하기 전에 깊은 사랑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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