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완성된 아름다움..그걸 파괴하는 건, 신에 대한 모독이다.”
상태바
“자연은 완성된 아름다움..그걸 파괴하는 건, 신에 대한 모독이다.”
  • 고현준
  • 승인 2019.11.24 0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프올레걷기)제주올레14코스 월령선인장마을-한림항,아름다운 ‘공존과 존중의 길’

 

 

인디언 부족의 하나인 오지브웨족 창조설화에는 신이 이 세상에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을 만들어놓고 크게 고민을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신이 식물과 동물, 인간을 창조하고 나서보니 너무나 훌륭하게 잘 만들어지긴 했는데, 이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다가 세상이 파괴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미가 "자기가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나섰다.

거미는 자기 몸속에서 뽑아낸 아주 가느다란 실로 세상의 모든 존재를 하나로 이어 전체를 연결하는 그물망을 만들어놓았다.

그로 인해 신은 크게 기뻐했다고 하는 내용이다.

 

이 세상의 자연과 인간은 모든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내가 곧 너’이고 ‘너는 곧 나’라는 인식을 갖고 살았다고 한다.

이런 인식은 자연과 공존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인디언 연설문집'에 나온다.

세상은 그렇게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모두 다 연결되도록 신이 만들었지만 우리 인간은 자연과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인식이 너무 강한 것 같다.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있고, 오래도록 존중 받아야 할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아무런 부끄러움이나 거리낌 하나 없이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레를 걷다보면 자주 느끼는 일들이다.

 

옛날부터 제주는 어느 마을이건 서로 예의를 지키고 공존하며 잘 살아왔다.

남의 것을 탐하지도 않았고 돌담 하나 남의 땅을 침범하지도 않았다.

그런 일을 부끄럽게 여기며 서로 똑같은 입장에서 공존과 존중의 마음으로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땅 때문에 서로 다투고, 물은 거의 다 마시지 못하게 만들었고, 우리 선조들이 고이 간직해 왔던 제주의 모든 자연환경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사람이 사는 곳인가.

제주의 자연을 없애고 파괴하면서 제주다움이 점차 사라지는 중이다.

 

제주는 계속 파괴되고 있고 이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허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디안들의 삶은 그 옛날 제주를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하늘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자연을 차별없이 사랑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내용은 그들이 남겨놓은 글에서 잘 나타난다. 

 

이 대지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서 빌린 것임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소중히 다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자연을 완성된 아름다움으로 여겼으며, 그것을 파괴하는 것을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류시화의 '인디언 연설문집'에서)

 

 

 

지난 23일은 제주올레 14코스 월령 선인장마을에서 한림항까지 걷는 코스였다.

올레친구인 고광언과 함께 월령 선인장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03분.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사람도 별로 없었고 날씨는 맑아 더없이  좋았다.

아침 해를 받으며 얼굴을 내민 선인장들..

붉은 열매가 탐스럽게 많이도 열려 돌담과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리는 풍경을 연출했다.

데크를 따라 걸어 나오자 벽에 그려진 월령 선인장마을 지도앞에서 여러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어진 길은 월령포구.

포구를 지나는데 물속에서 고기 한 마리가 홀로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고광언은 “복어 같다”고 했지만 복어와는 생김새가 다른, 처음 보는 물고기였다.

깨끗한 물속에서 유영하는 고기를 참 오랜만에 보았다.

잔잔한 바다위에 떠있는 등대 옆에서는, 강태공들이 여럿 고기를 낚는 모습이 정겨웠다.

다음에 나타난 길은 비양도..

왜 이 울퉁불퉁한 돌길이 비양도라는 이름을 가졌나 했더니..

'월령에서 한림항까지는 내내 비양도를 눈에 담고 걷는다'는 올레설명이 있었다.

실제로 그랬다.

돌담길을 따라 가는데부터 시작하여 한림항까지 계속 모습을 달리하는 비양도가 늘 우리 곁에서 함께 했다.

푸른 바다위에 홀로 떠있는 비양도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월령에서 금능까지의 코스는 특히 다양한 화산지질을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다.

바다에도 올레길에도 가는 곳곳 독특한 용암들이 흐드러지게 앉아 있었다.

억새와 함께 바다는 더욱 푸르러지고 누렇게 잎이 변한 풀들은 조용히 누워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금능마을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그린 동화같은 그림들이 우리를 반겼다.

아이들이 쓴 동시와 함께 그림을 그려 벽에 전시해 놓은 것이다.

마을길을 돋보이게 만드는 수작들이었다.

 

금능마을을 지나 금능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아름다운 금능해변..

이곳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 온 관광객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얀 모래사장이 푸른바다와 비양도를 그림처럼 만드는 곳.

그곳에서 야영을 하는 텐트도 많았다.

이곳에만 서면, 제주라는 세상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금능해수욕장에서 협재해수욕장까지는 또 모래톱을 밟고 지나는 모래언덕이 이어진다.

 

 

 

이 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걸으며 탄성을 지르며 다들 사진 찍기에 바쁘다.

이 모래톱길은 14코스에서는 가장 특이하고 아름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곳에서 우리도 덩달아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비양도를 배경으로 줄을 지어 연신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고, 그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이리라.

 

 

 

 

협재해변에서 보는 비양도는 또 다른 모습을 했다.

하지만 슬픈 현실은, 협재리라는 마을을 지나는 동안 느껴지는 것은 이제 이 마을 또한 제주다운 모습이 점차 다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조그맣고 소박한 제주의 전통가옥은 거의 다 사라지고 현대식 건물들로 즐비하게 건설돼 하나하나 마을을 채워가는 중이었다.

다음 길은 옹포리 마을을 통과하는 명월포구.

 

명월포 격전지라는 석표에는 ‘삼별초 항쟁과 목호의 난 때 상륙전을 치른 전적지’라는 설명과 함께 ‘1270년(원종11년) 11월 이문경 장군은 삼별초의 선봉군을 이끌고 이곳으로 상륙,고려 관군을 무찔러 승리함으로써 처음으로 제주를 점거하게 되었다.

그 뒤 1374년(공민왕 23) 8월에는 최영 장군이 3백14척의 전선에 2만5천명의 대군을 이끌고 상륙, 몽고의 목호 3천기를 무찌른 격전의 땅이다’라는 해설이 적혀 있었다.

 

명월포라는 곳이 다시 보이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포구의 설명과는 달리 명월포를 지나는 옹포마을은 평온하기만 했다.

이곳에서 만난 '바른 물'.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앙증맞아 보이는 용천수였다.

 

 

 

물 좋고 석양이 아름다운 마을 한림읍 옹포리 ‘바른 물’

‘여기 바른 물 용천수는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으며, 비양도가 한눈에 보이는 마을 중심 바닷가에 위치하여 과거 오랜 기간 식수로 사용하였다.

..바른 물은 제주의 주요한 자산으로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보호하여 후손에 물려주어여 할 소중한 유산이다‘라는 내용도 입구에 적혀 소개하고 있었다.

 

해안가를 가득 채운 용암지대를 지나 옹포 마을길로 들어섰는데 한 집 벽에 담쟁이가 벽을 따라 그림을 그리듯 기어가고 있었다.

자연은 그대로 둘 때 가장 아름답다는 실체가 그곳에 살아있었다.

꿈틀거리듯 담쟁이가 예쁘게 벽을 따라 자연 그대로의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걸어 옹포리 마을을 다 나오니 한림항이 눈앞에 다가왔다.

오늘의 종점을 향해 가는 길은 늘 걷긴 하면서도 걸을 때마다 일직선이라 참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한림항에 도착했다.

걷기를 마친 시간은 12시15분이었다.

대강 3시간 가량 걸었다.

만보기를 본 고광언은 이날 “1만5천보를 걸었다”고 했다.

 

 

 

올레14코스 걷기를 무사히 다 마친 이날, 날씨는 맑았고 다 걸은 후에는 날씨도 봄날처럼 따뜻했다.

벌써 세 번째 올레를 걷고 있지만 올레길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이다.

한번도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없다.

올레는 그래서 걷고 또 걸어도 지루함을 줄 일이 없다.

하지만 환경파괴를 발전이라 생각하는 지도자들이 있는 한 제주환경은 늘 위기상황이다.

그리고 올레길도 안심할 수 있는 영원한 길이 아니라는 점도 늘 걱정이다.

남들은,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대할까도 늘 궁금했다.

그레서 찾은 글이 하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인디안들이 자연에 대해 가졌던 숭고한 마음을 전하는 기도문이다.

이 기도는 거미줄로 이어진 그물망처럼 여겼던 제주자연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감사의 마음과도 같아 이 기회에 그 내용을 전문 소개한다.

 

 

이로쿼이족 인디언 기도문

 

밤과 낮을 쉬지 않고 운항하는 어머니 대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 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 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 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 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 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도.

그들은 머물렀다가도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

우리 안에 있는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출처: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류시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