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오름왕국 제주, 중병을 앓고 있는 많은 오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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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오름왕국 제주, 중병을 앓고 있는 많은 오름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1.08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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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환경조사팀, 제주오름 훼손현황 조사.. 오름 훼손 방지 항구적인 대책 촉구 나선다

 

오름왕국 제주에 중병을 앓고 있는 오름들이 많다.

제주도 하면 푸른 바다와 감귤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오름왕국인 제주에는  특히 최근 들어 중병을 앓고 있는 오름들이 많아져 대책이 시급하다.

관광객들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한라산 자락에 펼쳐진 평원에 올망졸망하고 조그마한 산들이 보여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한다.

제주사람들은 이를 ‘오름’이라고 부른다.

 

제주의 오름을 '기생화산'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주의 오름들은 저마다 화산이 분출로 생긴 분화구를 따로 갖고 있는 규모는 작지만 '독립화산체'이다.

그래서 제주를 '오름의 왕국'이라고 부른다.

제주엔 또 얼마나 많은 오름들이 있을까?

제주도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1994년 김종철의 「오름나그네」에서는 330여 개로 표기를 했고 1997년 제주도에서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서는 368개로 표기되어 단일 지역의 오름 수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그러나 제주의 오름의 정확한 수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서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할 만큼 예나 지금이나 오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제주의 오름은 오름마다 제주 인(人)의 얼과 혼이 서려있다.

제주의 오름을 산(山), 악(岳), 봉(峯), 봉(峰), 오름, 동산, 메, 미, 올, 이 등 매우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데 이렇게 구분하여 부르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다음과 같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다.

산방산, 단산, 군산, 송악산, 미악산, 고군산, 영주산은 오름 전체를 한자를 사용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높은오름, 백약이오름, 민오름, 붉은오름, 검은오름, 절울이오름,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새별오름 등은 ‘오름’이라는 제주어로 표기된 이름이다.

 

성판악, 삼의악, 이승악, 수악, 어승생악, 동수악, 녹하지악 과 같이 악(岳)은 일제강점기시 일본인들이 지도를 제작할 때 사용한 이름으로 한자 표기로 붙여졌다.

왕관봉, 삼각봉, 서삼봉의 봉(峯)은 높은 곳에 있는 봉우리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라산 중허리이상에 있는 오름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라봉, 일출봉, 원당봉, 지미봉, 고내봉, 당산봉, 녹남봉 의 봉(烽)은 조선시대 오름에 봉수대를 설치해서 붙여진 한자 표기이다.

지역별로도 오름의 이름을 다르게 불리 운다.

제주 서부지역인 애월읍지역의 오름에는 오름 이름에 ‘메’를 사용하여 바리메, 족은바리메, 왕이메, 노꼬메, 족은노꼬메라고 부른다.

 

옛 제주읍지역에서는 물장올, 쌀손장올, 불칸디올, 태역장올 등 오름을 줄여서 만들어진 말인 ‘올’을 사용했다고 한다.

제주 동부지역인 구좌읍지역에서는 감은이, 식은이, 문석이, 용눈이, 알선이 윗알선이 등 ‘이’를 오름이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오름의 이름들이 지역마다 다르게 불리는 이유는 옛날 제주사람들이 활동 지역의 한정되어서 지역에 따라 오름의 이름들이 작명되지 않았나하고 생각을 해보게 한다.

오름들 중에는 이름이 두 개인 오름들이 있다.

월랑봉과 다랑쉬오름, 월라봉과 다래오름, 송악산과 절울이오름, 미악산과 솔오름, 단산과 바굼지오름, 원수악과 원물오름, 견월악과 개오리오름, 군뫼와 군산 등은 부르는 이름은 다르나 같은 이름으로 원래의 이름을 한자표기로 만들어져서 이름이 두 개가 된 오름이다.

 

하나의 이름이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오름들도 있다.

붉은오름(3곳), 거믄오름(3곳), 민오름(5곳), 당오름(4곳), 거친오름(2곳), 열안지오름(2곳), 칡오름(2곳)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름이라는 이름이 한자로 표기되면서 원래 오름이 가진 정체성과는 다른 이름으로 된 오름들이 있는데 오름의 이름에는 제주 사람들의 얼과 혼이 서려있고 역사의 숨결이 흐르고 있으므로 관심있는 학자들이 나서서 원래의 이름을 찾아내어 오름에 흐르는 역사와 전통을 밝혀내는 일 또한 앞으로의 과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옛날 제주 인(人)들은 오름 주변에 마을을 형성하고 거주지와 묘지를 오름 주변에 택했다.

그래서 오름엘 가보면 그 주변에 분묘들이 군(群)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다.

제주의 오름들은 제주의 험난했던 역사를 몸으로 받아 냈다고 할 수 있다.

 

고려 때 몽고족의 침입으로 제주역사상 가장 큰 전투가 벌어진 곳도 오름이다.

제주의 오름은 1273년(원종 14) 삼별초의 대몽 항쟁 때 애월읍 붉은오름에서 막을 내린 후 역사의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해안가에 있는 오름마다 봉수대를 설치하여 왜구의 침입을 막는 방어 시설로의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주요 군사기지가 되기도 했다.

일본군들은 오름 사면에 땅굴을 파고(제주도민을 강제로 동원하여 중노동을 시키면서) 일부 오름에는 고사포진지까지 설치하여 일본군이 제주 섬 전역을 요새화하기도 했다.

 

이때 제주의 오름들이 파헤쳐져서 많이 훼손되었다.

제주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인 4·3사건의 주요 배경도 오름이다.

1948년 4월 3일 새벽 1~2시를 전후해서 한라산 중허리 오름마다 봉화가 오르면서 무장 봉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일부 오름들은 무장대들이 주둔하거나 훈련하며 활동했던 근거지가 되기도 하였고 양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하였으며 4.3학살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제주 오름은 그 존재 자체가 국내뿐만 아니라 주변국 사이의 국제 관계에 의해서 갖가지 방법으로 역사적 유산을 품게 되었다.

 

‘세계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오늘날 제주의 오름은 살아 있는 역사 체험 현장이고 교육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의 오름들은 멀리서 보면 대부분 둥글납작한 모양으로 그 오름이 그 오름처럼 생겨서 별 차이가 없이 서로 닮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제주의 오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름마다 서로 다른 모습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제주의 오름은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의 오름은 제주 곶자왈의 시작점이면서 기후를 조절해주는 환경 조절 기능을 하는데 제주에 흔한 바람을 막아줌으로써 오름 주변의 거주지와 목장과 농지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름에 조성된 초지와 울창한 산림들은 환경 정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오름은 토양 침식에 의한 자연 재해 예방에도 큰 몫을 하고 지하수의 원천을 보전함으로서 제주 인(人)들에게 깨끗한 지하수를 공급해 주고 있다.

제주의 오름은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가 되어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오름마다 사시사철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야생화와 오름에 서식하는 희귀 동식물들은 그 가치를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오름을 즐겨 찾는다.

제주의 오름을 찾는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로 오름을 찾는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운동과 건강을 위해서 마을에서 가까운 오름들을 오르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터인가는 마을이나 직장 등에서 뜻이 맞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오름동호회가 지금은 수백개가 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들이 주중 또는 주말마다 오름을 누비고 다니는데 그 세력이 날로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오름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오름에서 자라던 야생화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야생화들 중에는 작고 볼품없는 들꽃들은 사람들의 발에 밟혀서 사라져 가고 있고 꽃이나 잎, 열매가 아름답거나 귀하게 생각되는 들꽃들은 오름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중에 양심이 바르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이사를 가버렸다.

들꽃들이 사라진 오름에는 잡풀만 무성하고 속살까지 훼손되어 화산재인 송이가 붉게 드러난 곳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오름들이 한세대에 훼손되는 것은 자연과 인류에 대한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의 오름들은 제주를 조망할 수 있는 자연 전망대(展望臺)이면서 동식물이 보고(寶庫)로 야생화들이 자연 전시장(展示場)이라고 할 수 있다.

 

영주십경(瀛洲十境)인 성산일출(城山日出), 산방굴사(山房窟寺), 사봉낙조(沙峰落照), 영실기암(靈室奇巖), 녹담만설(鹿潭晩雪)은 제주의 오름의 뛰어난 경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옛 사람들에게는 삶이 척박하여 이들이 심미적(審美的) 대상이 되지 못했는데 오늘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의 질(質)을 추구하게 됨으로써 오름들이 사람들에게 심미적(審美的) 대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제주사람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1,500만명에 이르면서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 대부분이 한라산을 오르거나 제주의 오름 한두 곳을 올라 인증 샷을 찍고 SNS나 트위터, 유튜브 등에 올림으로 제주의 오름이 전세계 인(人)이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제주의 오름은 생태적, 경관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식물의 보고이자 지하수를 함양하는 중요한 곳인 오름들은 철마다 사계절 피어나는 들꽃들이 서로 다르고 시시각각으로 연출하는 오름의 경관들이 다르므로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쯤 오름을 오르고 오름의 자락에 기대어 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너도 나도 제주의 오름을 오르고 후기를 남기려고 오름마다 사람들이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수만 년 동안 조용하고 한가롭던 오름들이 하루아침에 북새통이 되고 난리통이 되어간다.

이로 인해 제주의 오름들은 사람들이 무게에 짓 눌려 신음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무게에 짓 눌려 신음을 하고 있는 오름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용눈이오름과 새별오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시사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아부오름, 다랑쉬오름, 노꼬메, 바리메, 동검은이오름, 따래비오름, 군산, 송악산, 정물오름, 금악, 높은오름, 대수산봉, 도두봉, 미악산, 고군산, 사라오름, 어승생악, 물영아리, 대병악, 소병악, 미악산, 민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단산, 지미봉, 사라봉, 별도봉, 원당봉, 도두봉, 서우봉, 식산봉, 제재기오름, 월라봉, 삼의악, 등이 이에 속한다.

물찻오름, 도너리오름 등은 사람들이 당분간 찾지 못하도록 오름 휴식년을 실시하고 있고 산방산, 물장올 은 아예 사람들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제주의 오름들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제주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오름들은 사람들이 오름의 가치를 몰랐던 무지한 시절에 훼손되어 이미 사라진 오름들이 있고 그 후에도 상당수 오름들이 개발되거나 개간되고 오름주변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오름 주위로 수많은 도로가 뚫리게 됨으로써 오름들이 마치 섬처럼 격리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오름 생태계의 그물 구조를 해체시킴으로써 각각의 오름 생태계뿐만 아니라 제주도 생태계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오름왕국 제주에 중병을 앓고 있는 오름들이 얼마나 있고 어떻게 훼손되고 있는지를 그동안 본지 환경조사팀이 일부 조사에 나서 왔다.

따라서 이와 함께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오름을 직접 찾아가서 오름의 훼손정도를 조사하여 이를  도민들에게 알리고 관계당국에서는 오름의 보존과 훼손 방지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조사해 나갈 것이다.

 

특히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오름들의 실제 모습을 도민들에게 알려 왜 통제가 중요한지에 대한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

도민들이 현재 제주의 오름 환경이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와 보물섬 제주의 자원들이 얼마나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오름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관계기관에서도 오름 훼손 방지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을 강구하도록 촉구해 나갈 예정이다.

 

 

 

(이 기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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