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잎할미꽃이 제주들판에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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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잎할미꽃이 제주들판에서 사라지고 있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2.1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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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3)제주에서 사라지는 새로운 멸종위기 식물들

 

 

최근 기후변화와 각종 개발로 제주토착 식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름등반이나 산불 조릿대의 기승 그리고 돈벌기 수단으로 몰래 행해지고 있는 도채 등이 그와 같은 제주토착 식물들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지는 이와같은 현실을 지난 10여년간 현장에서 취재해 보도해 온 김평일 명예기자(한라야생화회 회장)의 조사로 새롭게 그 현실을 알게 됐다.

이 기획기사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제주토착식물들은 물론 앞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각종 식물들을 총정리한 내용이다.

본지는 이같은 내용을 기획연재를 통해 앞으로 근본적인 문제점과 함께 이에 대한 현실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편집자주)

 

제주의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봄꽃 중 하나가 가는잎할미꽃이다.

초등학교 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옛날 어느 마을에 딸 3명을 키우면서 홀로 사는 어머니가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는 가까운 동네의 부자 집으로 시집을 보냈다.

어머니를 봉양하다 혼기를 놓친 막내딸은 고개 넘어 산골에 사는 가난한 나무꾼에게 시집을 갔다.

딸들을 시집보내고 홀로 살던 어머니가 세월이 흐른 뒤 몸이 많이 쇠약해져 혼자 살아가기가 어려워졌다.

딸을 찾아갔는데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거지꼴을 하고 찾아 온 어머니를 문밖에 세워두고 문을 닫고 들어 가버렸다.

셋째 딸의 집을 향해 무거운 걸음으로 고개를 넘다 쓰러져 죽고 말았다.

어머니가 찾아갈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어머니를 마중나간 셋째 딸은 고개 마루에 쓰러져 돌아가신 어머니를 발견을 하고 양지바른 곳에 무덤을 만들어 모셨다.

이듬해 새봄이 되니 어머니의 무덤에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꽃이 피어 있었다.

무덤에 핀 꽃은 허리가 구부정하고 고개를 아래로 떨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꽃이 막내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닮았다고 하여 할미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할미꽃 - 문효원(두암초등학교 4년)

꼬부랑 할미꽃/ 딸들 찾아 천리만리/ 걸으시다 꽃이 되신/ 할미꽃/ 꼬부랑 할미꽃/ 다른 꽃들과는 달리/ 우리 할머니처럼/ 허리를 꼬부라셨네/ (중략)

꼬부랑 할미꽃 딸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할머니께서 이렇게 되신 줄도 모르고/ 그래도 할머니께선/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 하시네

꼬부랑 할미꽃/ 부디 오래오래 사세요(광주광역시 북구 한마당 봄꽃축제 글짓기 대회 금상作 일부 발췌)

 

우리나라에는 자생종 할미꽃과 재배종 할미꽃이 자라고 있는데 국가표준식물로 등록된 할미꽃은 모두 40종이고 이중에서 자생종 할미꽃은 7종, 재배종 할미꽃은 33종이라고 한다.

자생종 할미꽃으로는 할미꽃, 긴동강할미꽃, 분홍할미꽃, 가는잎할미꽃, 동강할미꽃, 산할미꽃, 노랑할미꽃이다.

재배종 할미꽃으로는 니그리칸스할미꽃, 시베리아할미꽃, 유럽할미꽃(블라우에글로케), 큰유럽할미꽃(파파게노), 중국할미꽃, 가이어할미꽃, 알바니아할미꽃, 큰할미꽃, 몬타나할미꽃, 유럽할미꽃, 폰트쿠에리고산할미꽃, 유럽할미꽃(하일러하이브리즈), 캄파넬라할미꽃, 유럽할미꽃(로드클록), 붉은유럽할미꽃, 고산할미꽃, 오키덴탈리스할미꽃, 몽고할미꽃, 파텐스할미꽃, 지네르만할미꽃, 슬라비카할미꽃, 할레리할미꽃, 타우리카할미꽃, 유럽할미꽃(알바), 검정할미꽃, 노랑고산할미꽃, 베르날리스할미꽃, 슬라비아할미꽃, 오리엔탈할미꽃, 서양할미꽃, 타우리아할미꽃, 할러할미꽃, 두메할미꽃이다.

 

이중 제주에서 자생을 하는 할미꽃은 가는잎할미꽃과 노랑할미꽃 두 종류가 있다.

가는잎할미꽃은 할미꽃 중에서 잎이 가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는잎할미꽃은 제주의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는 꽃이고 노랑할미꽃은 개체수가 너무 적어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할미꽃이다.

가는잎할미꽃은 우리나라에선 제주에서만 자생을 하는 제주특산종이다.

제주에서 새롭게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중에서 흔하게 보인다는 가는잎할미꽃을 첫 번째로 선정하여 글을 쓴다.

제주에서 흔한 꽃이 새로운 멸종위기식물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의문을 가지실 분이 계실 것이다.

그것은 제주의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 새봄이 왔음을 알리던 가는잎할미꽃들이 언제부터인가 제주의 들판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5년 전 일이다.

가는잎할미꽃을 보러 들판을 찾았다.

가는잎할미꽃들이 들판 모두를 차지한 것처럼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다음 날 야생화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어제 갔던 들판을 다시 찾았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제 그 많던 가는잎할미꽃들이 하나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 “귀신이 곡할 일”이라고들 한다.

여기 저기 찾아 봤는데 그 들판에는 가는잎할미꽃 대신 작업용 장갑 한쪽이 “내가 다 캐어 갔지롱” 하는 모양을 하고 남아 있었다.

누가 급하게 가는잎할미꽃을 캐어가면서 챙기지 못한 장갑 한쪽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시 오일장에 가는잎할미꽃들이 매물로 나왔다고 한다.

가는잎할미꽃을 파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가는잎할미꽃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가는잎할미꽃을 매물로 시장에 갔고 온 사람이 자기가 재배를 해서 장에 팔러 온 것은 아닐테고......

어디서 가는잎할미꽃이 생겼는지?....

이 일이 있고 난 후 제주도의 들판에는 해가 갈수록 가는잎할미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제주의 들판에서 흔하게 보이던 가는잎할미꽃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어쩌다 들판구석에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있는 가는잎할미꽃을 보게 되면 살아남아 있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자기만의 공간에 멋진 화원을 꾸미려는 사람들 덕에 가는잎할미꽃과 그 외에 제주의 들판에 지천으로 피던 수많은 들꽃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는 현상을 보면 너무나 속상해진다.

 

며칠 전 어떤 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육지지역에 사는 사람인데 제주 서귀포에 땅을 샀고 이 땅에 야생화 화원을 만들어 제주의 들꽃들을 심어서 보존하려고 하는데 할미꽃이나 바람꽃의 자생지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다.

가는잎할미꽃이 남획으로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인데 이 걸 다시 화원을 만들어서 옮겨 심고 최종적으로는 화원을 이용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삼겠다는 생각인 것 같아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분에게 “제주 땅에서 자라는 자생 들꽃들은 제주의 들판에서 스스로 자라게 해야 하는 것이지 화원에 옮겨서 키우겠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전화를 끊었다.

“푼돈 좀 벌겠다고, 또는 돈 좀 있다고” 하여 제주의 들판을 황폐화 시키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제주의 들판을 풍요롭게 꾸미던 들꽃들이 해가 갈수록 자생지에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제발 이러지들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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