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눈 내린 건 알건마는, 분한 마음 그 누가 알아나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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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 눈 내린 건 알건마는, 분한 마음 그 누가 알아나 주리”
  • 고현준
  • 승인 2020.02.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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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제주올레20코스 행원포구-제주해녀박물관,바다와 들길 지루함이 없는 '고향의 길'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창궐하고 있다.

제주도도 뚫려 이미 2명의 확진자가 발생, 제주도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그런지 기다리던 사람으로 들끓던 식당들에 늘어서 있던 줄도 이미 사라지고 없어졌다.

자주 가던 식당도 우연히 들어가 보는 식당도 사정은 모두 마찬가지다.

올레길 해안도로조차 자동차가 돌아다니지 않을 정도로 한산하다.

무거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또 사정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올레를 걷는다.

 

 

지난 22일은 올레20코스 나머지 구간을 걷는 날이었다.

올레20코스 중간스탬프가 있는 행원포구는 ‘광해 임금의 유배, 첫 기착지‘라는 석비가 있는 곳이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곳에 도착해 시간을 보니 2020년 2월22일 10시10분이었다.

포구에서 바다로 향해 걷는 올레길.

 

바다색이 보기 좋은 행원포구에서 새로 만들어진 풍력발전기 앞에 놓인 ’해녀 노젖는(아마 노젓는일 듯 오기로 보인다) 소리(해녀노래)‘는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제 제1호라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우리 어머니 무슨날에 날 낳아

전생 궂게 낳아서 이 물 속에

인간 백성 깔렸건마는

우리 어머니 무슨 죄로 낳아

나 여기 물질하리

 

이어도 싸 이어도 싸

한라산에 눈내린건 알건마는

내 이 가슴에 분한 마음 지는 건

어느 누가 알아나 주리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엇사

그 물속에 가면 어머니 생각 어린애기 생각 나지만

갇힌 몸이 무슨 모성을 찾을까

 

이어도 사나 이어도 싸

어린애기 떼어 두고 이 물에 들어

애기 젖도 안 주고 나는 점심 굶고 이 물질하여

어느 누구 어느 남편 먹여 살리자고 이 물질하리

 

이어도 사나 이어도 싸 이엇사

산에 나무하러 가면 곧은 나무 있건마는

이 노가 부러지도록 저어나 볼까

 

이어도 사나 이엇사

 

석비에 적힌 내용과는 조금 다르지만 해녀노래의 가사다.

해녀노래는 제주 해녀들이 제주도와 한반도에서 물질 작업장으로 오갈 때나 제주도에서 한반도로 출가(出稼) 물질을 나갈 때 돛배의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노래로 정의하고 있다.

‘해녀노래’는 1971년 8월 26일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다. 제주도에서는 ‘해녀노래’, 학계에서는 ‘해녀 노 젓는 소리’라고 통칭한다고 한다.

행원바다로 이어진 20코스 올레길은 특이한 형태를 갖춘 다양한 바다를 갖고 있는 행원리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다.

행원이 고향인 올레꾼 고광언에 따르면 “이곳 해안가에는 숭어가 참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바다를 메꿔서 땅을 넓히는 바람에 이제는 그런 풍성한 바다는 사라져 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이 행원바닷가에 있는 작은 집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마을 해신당이라고 했다.

 

행원 마을 안길로 들어서자 예의 그 모래밭과 돌길이 연이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척박한 땅을 농지로 만든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파를 심은 농지가 더욱 푸르다.

이렇게 행원을 지나는 올레길은 온통 들길과 밭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런 들길을 걷고 걸어 소나무숲에 숨은 듯 앉아 있는 좌가연대에 도착했다.

 

 

 

 

제주도 기념물 제23-15호인 좌가연대는 구좌읍 한동리에 속한다.

조선시대에 사용된 군사 통신시설로는 봉수와 연대가 있다.

조선시대의 읍지류에 따르면 제주도 내에는 봉수대 25개소와 연대 38개소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체로 봉수대는 오름(측화산)의 정상에 세우고, 연대는 해안의 구릉지대에 세웠다.

는 내용의 안내판이 이 좌가연대를 설명했다.

 

이 연대는 아마 소나무만 없었다면 앞이 탁 트여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올 그런 공간이었다.

이 연대에서 보는 들길 또한 숨은 비경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포장이 되지 않은 올레길은 멀리에서도 보기에 좋다.

이 길을 따라 다시 길은 들길을 따라 계속 걷도록 안내하고 양파와 마늘이 익어가는 들길을 다 걸어 나오니 다시 한동해안도로와 만난다.

들길을 걷다가 해안도로와 만나고 마을을 오가다 다시 해안도로로 나오는 20코스 올레길은 걷는 이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 길을 조금 걸어 한동리 마을 안길로 들어서는데 밭 한가운데 노인 한 분이 마늘과 양파가 익어가는 밭에 등을 구부리고 앉아 검질(김)을 매고 있었다.

그 어르신은 연세가 올해 93세라고 했다.

다시 걸어나온 해안도로.

이 길 해안도로에는 또 호국영웅 고태문로라는 구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제주출신 호국영웅 고태문 대위의 나라를 위해 희생한 공헌을 기리기 위하여 2015년 8월3일 명예도로로 지정된 구간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2.4km에 이르는 해안도로 구간이 고태문로였다.

 

 

올레길에 또 나타난 다소곳한 마을.

마을 안길로 들어 섰다.

이 마을은 옛날에는 이 지경을 개랭이똥이라고 불렀다는 계룡동이다.

고광언의 말에 따르면 “이 마을은 예전에 개랭이똥으로 불렸다”며 계룡동이라는 이름이 이해가 되게 해줬다.

잠시 이 마을 어느 집 마당 편하게 보이는 난간에 앉아 셋이서 사과를 나눠먹으며 쉬는데 한 집 벽에 걸린 착한 글귀가 있었다.

 

계룡길을 걷는 올레꾼님!

여기는 제주올레 20길 시작점에서 13,5km입니다.

끝점까지 남은 거리는 4.1km입니다.

올레 걸음마다 행복하세요.

올레를 좋아하는 집주인 드림

 

친절한 주민이었다. 제주올레 20코스 지도까지 그려놓았다.

이 한동리 계룡동은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다.

높은 집도, 아파트도 보이지 않는 평화롭기만 한 그런 마을로 보였다.

이런 정경은 행원이나 한동이나 평대리나 다 마찬가지였다.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처녀지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대리 마을에서는 뱅듸고운길이라는 마을둘레길을 만들어 놓았다.

 

평대리 어느 집 돌담에 찔레꽃이 핀 그 길을 따라 걸어 이번에는 모래와 바다가 잘 어울리는 평대리해변에 도착했다.

평대리해변의 예쁜 정경은 다른 지역 유명 해수욕장과 많이 닮았다.

아직 인근에 있는 월정리보다 덜 유명할 뿐..아름다운 해변으로 손색이 없다.

이곳 평대리는 이날 이 지역 특산물인 당근을 수확하는 중이었다.

당근밭에서는 5-6명의 농민들이 부지런히 당근작업을 하고 있었다.

평대리는 돌담이 주위 자연과 잘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만든다.

이 길 옆에서는 또 붉고 붉은 고추를 말리는 중이었다.

 

 

평대는 뱅듸의 다른 말일까.

뱅듸길에 대한 올레안내판은 평대마을은 뱅듸 또는 뱅디라고 불렀다. 돌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들판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뱅듸길은 마을 유래를 짐작하게 하는 옛길이라고 안내했다.

올레안내판이 소개한 이 뱅듸길은 오래된 모래언덕이었다.

이 모래밭에는 특이하게 모래밭인데도 조개껍질이나 고동껍데기가 참 많이 보였다.

난전 강법선 선생은 “이마 이곳은 오래전에는 바다였을 것 같다”며 이 지역 지형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길은 이제 세화리로 이어졌다.

바다색이 하얀 모래와 어우러져 천상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세화는 지금 예전의 아름다운 해변은 많이 사라지고 없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으로 세화오일시장 앞 방파제에 앉아 잠시 쉬며 바다를 감상했다.

 

세화리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35km에 위치한 구좌읍의 중심지 세화리는 마을면적이 17.66㎢로서 남쪽은 송당리 동쪽은 하도리와 상도리 서쪽은 평대리가 접하고 있다.

제주 동부지역에서 가장 높은 월랑봉(다랑쉬오름)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바다에는 넓은 백사장이 있어 여름철 해수욕장을 즐길 수 있으며 1종항인 세화항과 읍사무소가 소재하는 마을이다.

세화에서 시작되는 해안도로를 따라 항구와 백사장 민속오일장이 있고 이 도로를 이용하면 성산일출봉까지 바로 갈 수 있는 경치가 절경인 해안도로가 있다.

자랑거리로는 5일마다 열리는 민속 오일장이 있고 세화초·중·고등학교가 있어 옛부터 교육문화의 중심지이다. (구좌읍 세화리 마을소개)

 

세화리를 지나 오늘의 종착점인 제주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올레를 걸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마을마다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날 난전 강법선 선생과 올레꾼 고광언과 함께 걸으면서 될 수 있으면 그 마을 식당을 이용하자고 했다.

고광언은 그 동네에 있는 일미도라는 도다리 전문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세화리 해안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도다리회를 전문적으로 조리하는 식당이었다.

이 식당 대표는 세화리가 고향이고 세화고등학교를 졸업한 고광언의 후배이기도 했다.

우리 셋은 이날 세꼬시회라는 도다리회와 도다리지리를 마음껏 먹었다.

하지만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크게 줄었고 식당에서는 손님이 없다며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식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사람들이 크게 몰렸던 유명시강식당 등에서 더 잘 실감나게 한다.

식당 앞에서 기다리던 줄이 사라진 지 오래고 모두들 기업경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신용보증 재단 등에 줄을 선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민의 마음에까지 불안감을 퍼뜨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은 우리나라를 세계적으로도 부끄러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한국 사람들을 자기 나라에서 내쫓고 있고 나라안으로는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정치인들에게만 나라나 제주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제주도는 특히 도지사의 경우 아무 능력도 없는 정치인을 배척하는, 정치인 도지사 입후보 금지 등 배제 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다,

제주도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어공들만 몰고 다니는 패거리 정치의 달인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의 마지막 정치인 출신 제주도지사였기를 희망한다.

반성없는 정치인, 표만 바라보는 정치인, 자기들 편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정치인들..이제 절망을 넘어 신물이 난다.

앞으로는 실력 없는 패거리 정치인이 제주도지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게 제주도가 살 길이다.

올레를 걷다 보면 늘 그런 경구를 새기게 한다.

제주도가 훤히 다 보이기 때문이다.

난전 강법선 선생(왼쪽)과 올레꾼 고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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